사이버작가

이슈토론
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593

나의 정원사


BY jma104 2004-02-18

"안녕하세요" 그녀가 나를 보고 웃는다.

"오늘은 봄 꽃 씨앗을 파종 하려구요" 늘 작업복 차림의 그녀의 다른 모습은 본 적이 없다.

"올 봄엔 매리골드와 아르메리아도 심어보려는데 어떠세요?"

"샤스타데이지도 좋던데.."

"아 ,데이지를 좋아하시는군요"

그녀는 오전내내 흙과 물과 거름을 섞어 배양토를 만들고 그속에 파종을 했다.

그녀가 내 온실과 정원 일을 시작한 것은 작년 가을부터였다.

잠자던 내가 깨어나기시작한 때도 그때 쯤이다. 그녀라는 작은 빛을 따라 상처 받은 몸뚱이를  의식의 세계로 부상 시켰다

오후 한시가 되서야 그녀는 점심 식탁에 앉았다. 부엌일을 하는 아주머니는 늘 그녀의 밥상을 푸짐하게 차려냈다. 그러면 그녀는 군말없이 깨끗이 그릇을 비운다.

"힘 들지않아요" 자연스럽게 그녀 앞에 앉았다. 이렇게 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다.

"좋와서하는 일 인데요." 그녀는 나를 전혀 의식하지않는다.

"연못 주변이 너무 허전하더군요.수국을 심어보는게 어떨까요?" 물을 마시고나서 그녀는 내얼굴을  쳐다보았다.

그녀의 시선은 심장을 통해 온 몸에 전율을  느끼게했다.

식사를 마친 그녀는 일어나 나가버렸다.

나는 한참동안 멍하니 그녀가 앉았던 자리를 바라보았다.

"전화 받으세요" 집안일을 돌봐주는 아주머니의 우렁찬 외침에  문득 정신을 차렸다.

" 여보세요" 낯 익은 목소리!

수화기를 든 나의 손이 바르르 떨린다.

너무나도 그리워서 저주의 주문을 퍼부었던 그 목소리였다.

아무 말도 하지않은 체 전화기를 내팽기치고 난 내방으로 뛰어들어왔다

"제장 젠장 젠장"

 

해가 지고 있다. 온실의 서편 유리가 하얗게 빛나고 있다.

나는 지는 해를 보며 이창가에서 늘 그녀를 기다렸다.

수많은 날들을 .....

기다리고 또 기다리고 온 몸이 바싹 말라비틀어질 때 까지.......

 

그녀의 이름은 유랑 이였다. 나의  외부일을 맏아 도와주던 사람.

아름답고 열정적인 성격을

가진 탓에 늘 변화하지 않으면 미쳐버리는 사람

그녀를 사랑한 것은 내 일생 일대의 기쁨이자 슬픔이였다.

삼년 전 그녀는 결혼 예물로 받은 명품들을 온 몸에 휘감고 드레스를  입어보기위해

집을 나섰었다. 하지만 웨딩드레스를 입은 그녀의 모습은 볼수없었다.

영원히....

난  미쳐버리는지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