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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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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미유 2007-11-09

금요일 새벽 5시경 영인이 득남을 했다.출장에서 바로 돌아오셔 병원으로 오신 아주버님은 영인이 진통하는 내내 장모님이신 영인이 어머님 에게 수술을 권했다. 이마에 땀을 송글송글 맺혀 인상을 쓰며 힘들어 하는 영인이 모습을 도저히 못보겠다며 안절부절 못했다. 난 영인이 가진통이 시작된 오전에 잠깐 회사에 들러 조퇴을 하겠다며 나왔다. 첫 아기라 많이 힘들거라는 영인이 어머님 말에 영인인 야무진 얼굴로 각오 하고 있다고 했는데 왜 내가 괜히 마음이 안좋고 쿵쾅 거리는지.....아침 7부터 시작된 진통은 그날 하루내내 영인이 진을 빼며 힘들게 하고 있었다. 촉진제도 맞고 유도분만을 시도해 봤는데도 진통만 올뿐 아직문이 열리지 않았다고만 했다.

 

한번씩 집에서 연습했다는 라마즈 호흡을 하며 영인인 내 손을 붙잡은체 몇번 울기도 했지만 꼭 순산하겠다고 했다. 퇴근후 들른 성주와 상준인 영인이 보다 내가 더 지쳐보인다며 어머님에게 맡기고 그만 가자고 했지만 그럴수가 없었다.

 

영인이도 아무래도 오늘은 넘겨야 할것 같다며 수고 했다며 그만 가보라고 했지만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생살을 찢고 나오는데 안아프겠냐는  어머님의 말에 나와영인이 상준이와 성주는 뜨악해 하는 얼굴을 했다.

 

맞는 말이긴 하지만.....갑자기 그말이 생생히 다가와서 인지 ......너무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12시를 넘어 성주는 들어가고 10시쯤 병원에 도착한 아주버님과 나와 상준이 병실을 지켰다.잠깐 잠깐 조는 상준이와 달리 비행기 시차에 시달렸을 텐데도 눈한번 깜박이지 않고 두손을 모아 영인이 머리맡에서 책을 읽어 주는 아주버님의 모습은 정말 감동 이였다.

 

태교 내내 빨간모자만 읽어주면 잠잠했던 태아라면서 엄마 힘들게 하지 말고 빨리 나오렴 아가....아빠가 널 많이 기다리고 있단다......눈가에 눈물을 달고 서있는 서른이 넘은 어른 남자가 애절한 눈빛과 목소리로 동화 책을 읽어주고 있었다.

 

새벽을 넘어서면서 기진맥진해 누워 있는 영인일 보며 제발 수술 하자던 아주버님.....고집스러운 영인이 끝까지 우겨 새벽 4시를 넘어서 양수가 터지며 문이 열리고 있다는 소리가 들렸다. 나와 상준이 분만실 밖으로 퇴실해 있었고 태줄을 자르기 위해 자릴 지키고 있던 아주버님이 5시가 다 되어서야 기쁨의 눈물을 흘리시며 아기을 안고 나왔다. 연한 핑크빛이 도는 피부을 하고 있는 아기......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다.

 

영인이 아기를 가슴에 안아보고 기쁨의 눈물을 흘리더니 이내 잠이 들었다고 했다. 아기를 낳는 다는것은 정말 위대한 일인거 같았다. 이렇게 가슴 벅참을 .....내가 견뎌낼 수 있을까 싶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새벽 차안에서 상준이 내게 말했다.

 

"우리도 서서히 준비해야 될꺼야...."

 

"뭐....?"

 

".....여행 내내 피임하지 않았잖아.......내 분신들이 지금쯤 싹을 피우고 있을걸.....?"

 

정말....저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모습이라니.......하지만 그냥 괜히 웃음만 나왔다. 정말 일까.....?우리가 함께 한 시간들 중의 몇이 지금쯤 내 안에 둥지를 틀고 있을까? 하는 생각에 갑자기 가슴이 뛰었다.

 

내가 그렇게 혼자만의 상상으로 흐뭇해 하고 있는데 상준이 말했다.

 

"난 아이 많이 나을 생각없으니까.....영인이 처럼 저렇게 고생하지 말고 그냥 좋은 날  잡아서 낳자? 알았지....난 너 저렇게 고생시키고 싶은 생각 없어....절대..."

 

절래절래 고개 까지 흔들며 말하는 상준이였다. 정말 기막혔다. 그 산고의 고통을 저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다니.......물론 나도 영인이 고생하는 내내 한번도 두렵거나 무섭지 않은건 아니다....하지만 나도 해내고 싶었다. 아이와 함께...아빠와 함께 .....나누고 싶었다. 영인이가 아들을 낳았다는 소리에 얼마나 가슴 벅찼는지......고통이 따르는 일이긴 하지만 꼭 해내고 싶다는 생각도 했었다.

 

".....영인인...아니 형수는 이상한 곳에 고집이 세......거의 하루 반나절을 그 고생을 왜 하는지....."

 

"그만해......"

"뭐...?"

 

"그만하라구......그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가볍게 말할거면 그만하라구...."

 

".....화났어? 왜에?"

".....자긴 아까 아주버님 눈물 흘리시는것 못봤어? 영인이 고통스러워 하는거에도 눈물이 났겠지만 세상에서 자길 닮은 생명이 나왔는데에 감격해서 울었을꺼라구.....얼마나 대단한 일이야.......혹여 라도 날 생각해서 한 말이라면......고맙다고는 할께....하지만 나중에 우리에게도 오늘과 같은 일이 오면......나도 영인이 처럼 강하게 참아 볼꺼야......"

 

"아일 위해서 내 피 마르는건 생각안하고?"

 

".....우리 엄만 나 낳을때 순산했데......난 영인이와 달리 키가 크잖아.....키가 큰 여잔 첫 출산이지만 좀 수월하대...."

'암튼 난 한시간 이상은 안기다려.....그런줄 알아....."

"뭐라구...? 박상준 너 정말..."

 

기막혀 하는 내 말에 상준이 고갤 세게 저으며 계속 날 놀리듯 한시간 이상은 절대 안돼...네버네버야 하면서 도리질을 했다.

 

우린 아마 사는 내내 이렇게 장난스러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든지 내가 최우선이라는 상준이의 생각이 어디까지 갈지는 모르지만 세상에서 내가 제일 이라는 사람이 있는것도 행복이였다.

 

늘 혼자라고 생각하며 살아 왔는데 이제야 비로서 딱 들어맞아야 하나의 완성작이 되는 퍼즐처럼 서로 관계을 맺고 서로 도우며 함께 살아가는 세상....내가 드디어 완전한 세상에 들어선 기분이였다.

 

절대 자연분만은 아니라며 고개짓 하는 상준일 보며 난 자꾸 새어 나오려는 웃음을 물었다. 앞으로는 행복한 여경이로 살아야지....지금까지의 여경인 벗어버리고 나비가 된 여경이로 살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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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여정이 끝났네요.....본의 아니게 길었던 길 이였습니다. 많이 기다리게 해서 죄송했구요....그래도 잊지 않고 찾아 주신 님들께 감사 드립니다.남아 있는 또 다른 글도 열심히 쓰겠습니다. 여경이와 상준이의 마지막 이제 제 손을 떠났습니다.조금은 홀가분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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