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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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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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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미유 2005-09-03

로마 출장후 돌아온 상준인 날 오피스텔로 불렀다. 금요일 저녁에 들어와서 토요일 휴무,일요일 까지 함께 있고 싶다고 했다.좀 있음 크리스마스 시즌이라 디자인은 벌써 넘겼지만 마지막 검사가 남아 맘이 뒤숭숭한 저녁이였다. 대중매체의 힘이 얼마나 큰지 요번에 크게 알았다. 모델의 이미지에 맞게 제작된 연출화면과 멘트 딱 떨어진 광고효과로 매출이 크게 늘어 연말 보너스가 상당할 거라는 얘기가 공공연히 돌고 있었다.

 

상준이의 오피스텔은 카드 인식단말기 였다.몇번 와본적이 있었는데 혼자는 첨인지라 좀 기분이 묘했다. 보안시스템이 철저해서 주변에 누가 사는지 전혀 알수 없는 사생활보장제도가 잘 되어져 있는 곳이다. 경비원 조차 얼굴 마주대하기가 쉽지 않은 지하 주차장에서 바로 룸 으로 들어갈수 있는 시스템이였다. 최근에 버튼 잠금기로 바꾼 내 원룸과는 차원이 달랐다.

 

들어오면서 근처 마트에서 장을 봐왔는데.....이틀걸러 한번씩 오시는 아주머니가 밑반찬이며 과일 음료수.......필요한건 전부 있었다. 얼큰한 고추장 된장찌게가 먹고 싶다던 상준이였다.내내 기름기 가득한 음식만 먹었더니 위와 장이 끈끈하다며 속이 안좋다고 했다. 일곱시 도착 이라고 했는데......아직 이였다.눈치빠른 성주덕에 빠른 퇴근을 하고 회사에서 나왔다.

 

프라하의 시디를 걸고 자켓을 벗고 어깨까지 내려오는 머리도 끈으로 묵고 에이프런을 둘렀다.짙은 회색의 에이프런.....목은 버튼으로 잠그고 허린 리본으로 묵는 건데 하얀셔츠를 입고 둘르면 점퍼 스커트를 입고 있는 것처럼 에이프런으로만 입기엔 아까운 물건이였다.영인이 홈드레스를 만들때 함께 만든 제품 이였는데 내건 그린민트였다.사실 내거 보다 상준이게 더 탐이 났지만 칙칙한 것만 좋아한다고 성주가 놀릴것 같아 속으로만 품은 맘이였다.

 

쌀을 씻어 밥을 안치고 숙주를 다듬어 물기를 뺐다. 뚝배기에 고기를 넣고 살살 볶다가 물을 넣고 장을 풀었다. 고주장 찌게는 나도 잘먹는 요리였다. 고긴 두껍게 썰어서 넣는게 좋다. 깊은 맛도 우러나고 씹히는 맛도 좋다. 나물반찬을 몇개 더 만들려고 했는데 냉장고에 이미 많이 만들어져 있는 밑반찬이 있어서 관두기로 했다.

 

육각형의 투명한 유리컵에 녹차 티백을 두개 넣고 온수를 넣었다. 시계초침은 아직 일곱시가 안되어 있었다. 느슨하게 묵었던 머릴 풀고 쇼파로 가서 앉잤다.고즉넉한 저녁시간.......가방에서 요즘 읽고 있는 책을 꺼냈다.아주 특별한 즐거움......줄리아 카메론의 책......자기 정체성을 회복한다는 내용.....나의 정체성.......어렵다.

 

8시가 다 되어서야 상준이 들어왔다. 달칵 하는 문열리는 소리에 왜 이리 가슴이 뛰는지....현관앞 까지 마중을 나가야 할지......아님......자연스럽게 눈마주치고 웃어야 할지.....오늘의 난 이상한것 같았다.

 

"일찍 왔어....?냄새 죽이는데......"

날향해 뻗은 팔인거 같아 뒤뚱거리는 오리걸음으로 다가가서 품에 안겼다. 밖의 바람이 찬지 셔츠에 찬바람의 향이 묻어 있었다.

 

"배도 고프고 너도 고픈데....어쩔까?"

<쬭>

 

기습적인 뽀뽀 였다. 내 행동에 깜짝 놀라는 얼굴이 된 상준이.....웃음이 났다.

 

"빠른 밥 먹고.....긴시간 사랑해......그게 좋을것 같아......"

 

아마도 얼굴이 붉어 졌으리라......가슴속이 이렇게 홧홧 거리는데........종종걸음으로 다시 에이프런을 두르고 가스대의 버튼을 눌렀다.

 

"너말야........"

"............?"

"왜 캐 귀여운거야?"

뒤에서 안으려 드는 상준일 살짝 피하며 미소했다.

 

"손씻고와......선물 준비 했거든.....아주 쇼킹한걸로......."

금방 위로 치켜 올라가는 두눈과 눈섭.......ㅋㅋ 하는 웃음이 절로 나왔다.

 

"무슨 날이야....?설마......우리 재회한지 천일이라도 되는 거야.....?"

머릴 굴리며 생각에 잠겨 있는 상준일 욕실로 밀어주고 테이블을 셋팅했다. 오면서 사온 붉은 거베라를 테이블 벽쪽으로 놓고 하얀색의 도자기에 자잘한 제비꽃이 그려져 있는 그릇에 반찬을 예쁘게 보기좋게 담았다. 계속 졸을까봐 신경을 썼던 메인메뉴 찌게를 내려놓고 밥을 펏다.예쁜 상차림에 고추장 찌게는 아니지만......청보라의 색깔 어우러짐이 있는 뚝배기라 그럭저럭 안어울림이 무마가 되었다.

 

정말 빠르게 밥을 먹는 상준이였다. 맛있다는 말도 안하고 선물이 뭘까.....왜 선물을 준비했을까 하는 얼굴로 궁굼증을 참지 못하겠다는 얼굴로 내게 시선한번 안떼고 밥을 먹는 상준이였다. 난 몇숫갈 떠 먹지도 못하고 저녁을 물렸다.설겆이를 하고 따듯한 민트차와 오렌지를 까서 접시에 담아 거실로 가져 갔다.

 

편한 니트에 면바지를 입은 상준이 뮤지컬 아이다의 시디를 걸었다. 거실 조명빛도 벨런스를 맞추고.......들고온 쟁반을 옆으로 밀어놓고 상준이 날 무릎사이에 안혔다.

 

"선물이 뭔데........무슨 기념인데........."

"출장 잘 다녀온 기념.......짱구 굴리느라 힘썼다."

"출장 잘 다녀온 기념......?그게 뭐야...."

".....무사히 잘 다녀 와줘서 고맙다는 얘기지......너도 내게 선물 자주 하잖아......."

"......예쁘니까 그렇지.....왜  내가...."
"아 됐어 거기까지......차 식기전에 마셔......민트차는 식으면 쓰잖아.....달콤함이 남아 있을때 얼른 마시는게 좋아....."
"넌 언제쯤 마실수 있는데......."

"아주 못마시는 수가 있다 자꾸 이러면......"

코를 쥐어 세게 비틀어 주었다. 만나면 늘 이렇게 닭살 또는 버터바른 멘트를 해대는 상준이가 아직은 익숙치 않은 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