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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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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16


BY 까미유 2004-08-08

감자 수제비의 반죽이 조금 질었다.

가지고 있던 밀가루를 전부 다 부어 버려 다시 반죽을 할수 없어 그냥했는데....아마도 알게 모르게 들어간 내 눈물 탓에 반죽이 질어 버렸나 보다.

상준이 들어 오기전 가제 수건에 얼음을 싸서 눈두덩을 두르렸다.

빨갛게 부은 눈.....보여 주고 싶지 않았다.

그사이 얼마나 울었다고.....눈이 붓겠냐 마는.....오늘은 웬지....어두운 분위기를 잡긴 싫었다.

세상에 태어나 이렇게 맛있는 수제비는 첨이라며 상준인 소식체질 이면서도 두그릇을 비워냈다.

비올때 먹음 더 맛있다는 내말에 ......나중에 비오면 그때 또 같이 만들어 먹자고 했다.

그래놓곤 금방......고갤 숙였다.

나중에......또......과연 그런날이 올까....?

어두운 분위기 잡기 싫어 눈 맛사지 까지 했는데......내가 아니라 상준이 그런 분위길 만들었다.침묵이 길어 지면 더 어색해질것 같아 먼저 일어났다.

 

"설겆인 네가 해......그릇 몇개 안되니까 조심해서 할 수 있지....?그리고 커피도 타나......설탕 너무 많이 넣지 말고......난 좀 씻을께...."

외워 놓은 대사 내 뱉듯이 빠르게 말했다.

식탁 테이블에서 시선을 들어 날 보는 상준일 보며 난 다시 말했다.

 

"테이블도 깨끗이 닦고....행주도 깨끗이 빨아서 건조대에 걸어놔......알았어?"

"알았어......너 근데.....나 한테 화 났냐?왜 ..."

"당연하지!!!너 같음 화 안나겠어?맨날 밤마다 나가서 새벽에 술에 절어서 들어오는데.....내가 말을 안해서 그렇지 나 비염있어.냄새에 아주 민감해.....네가 묻혀오는 알콜냄새......아주 싫어......늘 뜬눈으로 날밤 샌다구.......오늘 또 나갈거면......마지막이야. 나가서 다신 들어 오지마......알았어?더는 못 참겠으니까...."

황당해 하다가 당혹스러워 하다가......민망해 하다가......미안해 하는 얼굴이 ......빠르게 많은 표정을 담아 내는 얼굴로 날 보는 상준일 보다가 난 욕실로 들어갔다.

쇼핑백을 들고서........

 

핑크색의 도브 비누로 ........거품을 잔뜩 내어서 몸 여기저기를 닦아냈다.

향기로운.....아기분향 같은 향......이 향기가 내몸 여기저기에 ......곳곳에 잘 스며드길 빌며....손끝에서 발끝......발가락 하나 하나 구석구석 까지 정성스럽게 닦아 냈다.

첨있는 일인것 같다.

이렇게 내 몸에 정성을 들이며 .......닦아내는 .....신에게 바쳐지는 신성한 제물........그런 기분이 들었다.

샴푸를 따라 손바닥 가득 거품을 내었다.

머리카락 한올한올 손으로 빗을 만들어 빗어 내렸다.

오늘은 모든게.......모든게 신성해야 했다.

이렇게 공을 들여 봤자.....티브이에서 나오는 여배우들 같진 않겠지만.......예뻐 보였으면 싶었다.예쁘게 보여서......날 사랑하지 않고는 못 배길 만큼.......그렇게 상준이 눈에 예쁘게 보여지고 싶었다.

거울에 비친 난.......여전히 표정이 없는 얼굴이다.

눈이 좀더 컸으면.......목선이 좀더 길고 가늘었으면........가슴이 왜 이리 빈약한건지......끝이 도톰하니 올라가 있었으면......오늘따라 안그래도 뾰죡한 턱선이 더 뾰족하게 보이는게.....정말 눈물이 날것만 같았다.

뿌연 거울에 손사래를 치지만.....외모가 바뀌는건 아니지.......울음 탓에 찡그려져 있는 얼굴......내가 아니였으면 싶다.

난 변할래야 변할수 없는 얼음같은 아이 .....이여경 아닌가.......

내가 뿜어내는 얼음 가시에 늘 상처 입는 상준일........한번 보듬어 주고 싶은데......그것도 내것이 아닌양 ......맘대로 되지 않는것 같다.

정말 속이 상했다.

 

 

"뭐해.....?이여경...? "
문 두드리는 소리에 정신이 퍼뜩 났다.

울음이 잔뜩 나온 눈가을  닦아 냈다.

찬물도 세수를 한번 했다.

차다는 느낌에.......작게 몸서리가 쳐 졌다.

하지만 머린 맑아지는 기분이 들었다.

 

연한 하늘색 하늘거리는 아사혼방 코튼 끈 달린 상의.......같은 색의 반바지 스타일의 잠옷......야하다는 느낌과는 거리가 멀다.

이런식의 옷으로 섹시함을 보여 줄순 없다는 말을 들었지만.......난 이런식이 좋다.

너무 갑자기 변한 모습은........나조차 감당이  안되는 모습은......오히려 어색할 것 같기에 편한.....하지만.....나름대로 귀여운 옷.......내 생애 첨으로 눈이 동그래질 만큼의 거금을 들여 산 옷이다.

마지막으로 거울을 한번 보고 나가려다.......관뒀다.

애써 맘 먹었는데......흐지부지 만들어 버릴까 ......물기가 느껴지는 머리칼이 조금 신경이 쓰였지만......욕실문을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