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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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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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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15


BY 까미유 2004-07-20

어제 그러고 나가더니 상준인 거의 새벽4시가 다 되어서 들어왔다.

아침에 일어나서 북어국을 끓였다.

3일 연짱 북어국이다.

해장술......사실 끓일수 있는거중 만만한게 북어국이다.

사다 놓은 북어와 계란.......파와 양파.....무만 조금 썰어 넣으면 되는 국.....만들기가 쉽다.

아침 식탁에 앉으며 머쓱한 눈으로 날 보는 상준일 보며 난 잠깐 나갔다 온다고 말하곤 원룸에서 나왔다.

뭐라고 말하면서 따라 올줄 알았는데 상준인 나오지 않았다.

 

아침 일찍 같은과 친구인 이영이에게 전활 넣었다.

같이 쇼핑좀 해달라구.......

뭔가 방법이 필요했다.

이렇게 시간만 계속 흐르게 나둘순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뭔가 상준이에게 해줄수 있는게......뭘까....?

아무것도 줄게 없는 난........가진게 너무 없다.

어쩜 마지막이 될수도 있는데........그냥 보내면 분명 후회할 것만 같았다.

웬지 초조함 마저 들었다.

그래서 과에서 ......학교서 킹카인 자칭 타칭  플레이걸인 황이영을 만나기로 한 거였다.

어떻게 하면 자연스럽게 남자의 시선을 잡을 수 있는지......자문상담역을 맡겼다.

오전 내내 통화를 했다.

계란을 사러 슈퍼에 간다는 핑계를 대고 밖으로 나와서 통화를 했다.

 

내 얘기에 이영인 크게 웃었다.

살다살다 이런경우는 첨 이라며.......남자친구 같은건 전혀 안키울것 같은 이여경이 무슨일이냐며 놀라와 했다.

학교와 집 그리고 알바 밖에 모르는 이여경이 남자라니........몇분간 놀림의 대상이 되어 주었다.너무 재미있어 하는 이영의 말에 순간 화도 나고 쪽이 팔리기도 했지만.....인내하기로 했다.그래도 나보단 남자에 대해서 많이 아는 사람은 이영이 니까........

이영인 대뜸 쇼핑을 하자고 했다.

자기 백화점에 가야 한다며 그때 만나자고 했다.

살면서 백화점은 열손가락에 들 만큼도 못 대게 갈거라고 생각하고 있는 내게 백화점이라니........암튼 상준이 아침을 챙겨주고 난 밖으로 나왔다.

 

5시쯤 이영이와 헤어져 집으로 왔다.

상준인 어제 좀 무리를 했는지 이불속에 있었다.

내가 없으면 침대에 누워도 되는데.......바닥에 이불을 깔고.....밤자리 그대로 누워 있었다.

아침에 나가면서 보일러을 끄고 나갔는데......바닥이 차지 않을까......?

11월의 한낮은 춥진 않지만......그래도 냉기가 도는데.......한소리 해주려다 관두었다.

쇼핑백을 한 옆으로 치우고 커필 탓다.

자는것 같은데 소릴 내고 싶진 않았지만........원룸의 공간이라.....따로 들어갈 수 있는 곳은 화장실 뿐이였다.

아무리 배려를 한다고 해도.....커필 들고 화장실로 갈순 없지........그렇다고 이미 탄 커필 마시지도 않고 버리기도 그렇고......뒤 늦은 후회.....할수 없다.빨리 마시는 수밖에.......

내가 그렇게 이런 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상준이 몸을 뒤척이며 일어났다.

아니 누운 자세로 날 봤다.

깊게 몇겹씩 진 쌍거풀.......헝클어진 반곱슬의 머리....입술도 통통하게 부풀어 있었다.

귀여운 개구쟁이 같은 모습......커다란 남자 애기 같았다.

슬며시 생각지도 못한 웃음이 비어져 나왔다.

통통하게 부푼 입술에 쪽 소리나게 입을 맞추고 싶었다.

양 귀를 꽉 부여잡고 눈을 맞추며.......쪽쪽쪽......그렇게 입술을 부딪쳐 주고 싶었다.

그러다가 당황했다.

내가 왜......어쩌다가.......순간 무안해지는 나였다.

왜 이런 생각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건지........당황스러웠다.

 

상준이 일어나며 날 힐끗 보더니 주방쪽으로 갔다.

냉장고에서 생수를 꺼내 컵에 따랐다.

투명한 유리컵에 투명한 물.......상준이 목울대가 몇번 움직였다.

갈증이 심한가......?

입술을 쫑긋 거리며 상준일 봤다.

그러다가 마주친 눈.......훔쳐 보고 있음을 들킨 사람답게 무안이라는 감정에 난 움찔하며 시선을 황급히 돌렸다.

눈 끝으로 상준이 입술을 올리며 웃는게 보였다.

 

"어디갔던 거야....?친구 만나다며...?"

컵을 내려놓고 상준이 내게 왔다.

의자를 돌려 앉으며 날 봤다.

 

"쇼핑.......점심은 먹은거야....?"

"아점 먹었잖아.......너 나가고 계속 잤어....?벌써 5시가 넘었네......오늘은 하루종일 잠으로 보냈네.......뭐할까....?나갈까......?"

"아니.....그냥 있자.....나 방금 돌아 왔는데 ......나가고 싶지 않거든.......점심 안먹었으니까 저녁을 일찍 먹을까.......?너 속은 이제 좀 괜찮아...?"

"응........"

"저녁 뭐 먹고 싶어......?잘은 못하지만.......오늘은 네가 먹고 싶은거 해줄께......"

내말에 상준인 갑자기 얼굴을 붉히더니 고갤 돌렸다.

괜히 나까지 머쓱해지는 기분이였다.

 

"수제비 해서 먹을까.....?나 그거 잘하거든...."

침묵이 길어지는게 싫어 먼저 말을 건넸다.

"반죽하려면 시간이 좀 걸리긴 하지만.........잠깐......재료좀 보자...."

일어나서 냉장고로 갔다.

어제 사다놓은 호박과 바지락 .......양파와 당근이 안보였다.

 

"미안한데 슈퍼에 가서 당근하고 양파좀 사다줄래......필요한데..."

"같이 가자.....아직 배도 안고픈데...."

"뭘 같이가......난 좀 싰고......반죽이 시간이 좀 걸리니까.....지금해도 6시는 넘어야 겠다....그럼 이른 저녁도 아니네 뭐.......혼자 갔다와...."

내말에 상준인 입술을 오무리며 인상을 써보이더 이내 고갤 끄덕이고 일어섰다.

상준일 내보내고 볼에다가 밀가루를 부었다.

감자도 몇알 보이던데.......감잘 갈아서 넣을까....?

그냥 수제비 보다 감자 수제비가 더 담백할꺼야........그래 감자부터 싰자........

괜히 즐거워 지는 기분이였다.

그동안 괜히 무게 잡고 어색해 하고.......지금은 왠지 편한 느낌....?

앞으로 같이 있을 시간은........100시간도 안남았네.......

울움이 날것만 같았다.

매일 아니라고 해도......밉다고 해도......그게 아니였나 보다.

이렇게 좋아질줄 누가 알았겠나....?

이렇게 깊이 빠져 버릴줄은 생각도 못했다.

너무 늦게 깨달아 버린 내 감정......이제와서 어쩔수는 없지만......있는 동안은 나도......후회는 하고 싶지 않았다.

이미 버린 시간이 너무 많기에......이제 부터 라도 제대로 상준이와 보내고 싶었다.

정말 마지막 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