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님은 오랫동안 앓고 계시던 지병이신 심장병이 도지셔 영국으로 수술을 받으러 떠나신다 하셨다.
이번이 초행이 아닌 여러번 수술을 받으신듯 하다.
나 하나만 보면 상준이 짝으로 나무랄 데가 없지만.......네 주변 환경이 상준이에게 영향을 끼칠수 있다는 생각에 날 받아 들이기가 쉽지가 않다는 말씀......이기적인 생각일지 모르지만.....자식앞에 않좋은 일이 생길것을 미리 염려하는 부모된 입장을 내가 좀 헤아려 주었으면 좋겠다는 말......내게는 미안하지만.......이번이 마지막 수술이 될것 같기에......어쩜 다시 눈 뜨고 세상을 바로 볼 수 있을지 모르기에........마지막 부탁이 될 거라 생각되어 지기에.....내게 모질지만......자식이 우선이기에......힘든 부탁을 드린다는 글이 였다.
당연했다.
우리 오빠들 이나 아빠가 어떤 사람들인가?
평생을 남 등치며 살아온 사람들 아닌가......
상준이 앞날에 많은 걸림돌이 될 만한 사람들......
내 어떤 모습이 좋게 보였는지 모르지만.......나도 상준이 에게 어울리는 사람은 아니다.
늘 밝은 곳에서만 살아온 그애의 밝은 얼굴에.....늘 음영이 깃들어 있는 난......시들은 꽃 이다.
그애 옆은 내가 아니다.
늘 그랬고......지금도 그랬다.
그애 옆엔.......다른 여자가 어울린다.
그애처럼 밝은 빛만 보고 살아온 여자......그래서 그앨 더 빛나게 해주는 여자......그런 여자가 상준이 짝일 것이다.
사모님의 글은 날 하나도 아프게 하지 않았다.
당연한 얘기들 뿐이였다.
그랬다.
어차피 한번도 내 자리라고 생각해 보지 않았던 자리인데.......단념도 빠를것이다.
단념....?
하......말이 우습다.
기대않고 있었다면서 단념이라고.....?
모순.....내 속에서 일어나고 있는 모순.........난 어쩜 아니라고 부정하면서도 조금은 기대를 했던 걸까?
아니 기대가 아니라......욕심이 있었던 걸까....?
상준이의 부드러움에 .......가끔씩 팽팽히 서 있는 긴장의 끈을 늦추고 싶었던 적이 가끔씩 있었는데.....그게 내 욕심의 시작이였을까.....?
시간이 필요했다.
내가 갑자기 일방적으로 없어지거나.......피하면 상준인 의문을 달것이다.
누군가 날 사주하지 않았나 하는 의심........아마도 상준인 쉽게 날 버려두진 않겠지.....
편지 끝에 사모님은 날 위해 또 다른 방편을 준비해 놓으셨다.
원룸을 비우고 다른곳으로 옮길 수 있게........학교와는 거리가 제법 먼 거리에 또다른 원룸을 얻어 놓으셨다.
지금 비워 있으니까 언제든지 옮길 수가 있다는 말도 적혀 있었다.
학교......
아직 방학전 이다.
며칠 있음 방학이고.......한 일주일 정도.....
휴학.......?
지금 내겐 빠른 졸업이 좋은데......
상준이 날 찾아 낼수 있는 모든 묘수는 다 없애야 했다.
아무런 이유 댈수가 없다.
지금까지 사모님이 우리에게 베풀어주신 온정.......한번도 갚아 본적 없는데......처음 부탁하시는 건데......못본척 할 수 가 없다.
내가 원해서 이렇게 된 일은 아니지만.......결과적으로 들어 줄 수 있는 사람은 나 뿐이니까....나로 인해서 생긴 일이고.........가슴이 아파왔다.
조금씩...내 의지가 되어가는 상준인데.....여기서 잘라내야 한다는게.....가슴을 아프게 했다.
하지만......
첨 부터 내 것이 아니였잖아......
욕심 내지 않기로.....첨 부터 그럴 생각 전혀 없었고......지금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잖아.....
잘라 내자.......전혀 아프지 않지는 않겠지만.......지금 잘라 내도 난 많이 아프지는 않을거야.....무언갈 쉽게 바라지 않고 살아 왔는데......이런 것쯤.....아무것도 아니지 뭐......
젖어 오는 눈가가.....미어져 오는 가슴이.........답답했다.
학교가 방학에 들어가면서 난 과 사무실에 휴학계를 냈다.
놀라는 조교언니 에게 간단하게 집안 사정이 안좋다는 이유을 대고 빠르게 사무실에서 나왔다.
다니던 과외도 하나 둘씩 그만두고 있었다.
내가 다니는 과외는 모두 상준이와 연결이 되어져 있던거라........입단속을 시켰다.
갑자기 그만두는 법이 어딨냐며 화를 내시는 어머님도 있었지만.......별다른 말을 못하고 침묵으로 일관하는 내게.....더는 말씀 없으셨다.
다행히 맡고 있는 아이들중 고3은 없어......심적으로 부담이 적었다.
마지막 수업인 양재동 해주네 집에서 였다.
해주 오빠인 성주와 난 고교동창 이다.
과외 하러 다니는 동안 얼굴 맞댄적은 별로 없었다.
학교때도 반이 달아 마주친적 없어......동창 이긴 하지만 만나면 데면데면 했다.
집에서 마주쳐도 그냥 눈인사만 하고 지나칠 뿐이였던 성주였다.
과외를 끝내고 내려오는 날 거실 쇼파에 앉아 있던 성주가 따라 일어섰다.
밤 10시 조금 넘어 해주의 과외가 끝났다.
현관까지 따라 나서던 해주가 내게 말했다.
"언니.....과외 끝났다고 해도......가끔 만나......연락할께....응....?"
"그래......알았어..."
"나 공부하다가 막히는 거 있음 물어봐도 되지.......?그 정돈 해 줄 수 있지....?"
"그래....."
해주에게 눈 인사를 건네고 현관을 나섰다.
"이 밤에 오빤 또 어디나가.......?밤놀이 문화 아직도 야.....?"
내 앞에 나가는 성주에게 해주가 소리쳤다.
해주의 그런 잔소리가 어제 오늘이 아닌듯 성준 아랑곳 없이 나갔다.
집앞 대문 앞에 성주가 서 있었다.
어둠에서 담배의 작은 빛이 보였다.
지나치려는 날 보며 성주가 벽에서 몸을 떼며 날 불렀다.
"잠깐.....얘기좀 하자....."
첨 있는 일이라 난 좀 당황이 되었다.
지금 껏.....석달이 넘게 과외를 다녔지만.....내게 말을 건넨적 없던 성주 였다.
가끔씩.....날 아주 않좋게 생각하나 보다 할 만큼.......생전 모르는 사람마냥......날 대하던 성주 였다.
"타라......데려다 줄께...."
앞쪽의 차를 가리키며 성주가 말했다.
검정색 페라리.......
먼저 차 쪽으로 걷는 성주를 보면서 날 알수없는 기분이 들었다.
갑자기 왜 저러는 건지......
정말 성주의 행동은 갑작스런 행동 이였다.
"뭐해....?벌써 시간초과야.....상준이 콜 걱정 안돼...?"
퍼뜩 정신이 들었다.
그랬다.
상준인 내가 과외가 있는 날 이면 늘 집에 도착 할 때쯤 전화를 했다.
거의 그 시간에 맞춰 근처까지 마중 나올때를 제외하면 전화로 확인을 했다.
제시간에 도착을 했는지......집에 잘 들어 왔는지.....정확한 시간에 늘 전화를 했다.
몇분 정도 여유를 두고 내가 집에서 전화를 받을 때 까지 그렇게 전화로 내 귀가 시간을 챙겼다.
성주가 말하는 건 그거 였다.
성주에게 ......그렇게 들으니 괜히 얼굴이 뜨거워 지는 기분 이였다.
차안에서 흐르는 음악........비틀즈 였다.
가끔 마주치는 성주는.......상준이의 다른 친구들도 보진 못했지만........또래 같지 않게 생각이 깊은 사람같았다.
해주는 늘 아직 철이 없다며 작은 오빠인 성주를 보고 쫑알 거리지만......말 속에 은근히 오빨 자랑스러워 하는 면이 없지 않아 있었다.
또래의 들뜸이 없어 보였다.
과의 남자애들과는 확연히 구분이 가는 차분함이 있어 보였다.
집 근처 가까이 차를 대고 성주가 물었다.
"뭐야....?왜 그만 두는 건데.....?"
앞뒤 서두......모두 자르고 갑자기 묻는 성주 였다.
그러면서 내게 양해도 구하지 않고 담배에 불을 붙였다.
금방 성주가 내 뿜는 담배 연기가 차안을 메웠다.
문을 내려 주기는 했지만.......담배 향은 내 안으로 들어와 날 언잖게 했다.
인상 쓰는 날 보며 성주는 큭 하고 웃었다.
묘한 남자애다.
"상준인 알고 있어.....?"
아마도 과외건 같았다.
어떻게 알았지......?
집엔 거의 새벽이나 되서 들어 온다던데......
"말하기 싫어.....?계속 침묵할 꺼냐구......"
"뭐가 궁굼한건데.....?내 개인 사정으로 과욀 그만 두겠다는 건데......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네게 무슨말을 하라는 건지......이해가 안가..."
"...와우.....말 잘하는데....?"
갑자기 날 보며 놀리는 투로 바뀌는 성주의 행동에 기분이 아주 나빠졌다.
차안의 공기도 맘에 들지 않고.....
문의 손잡이을 잡고 문을 열었다.
"잠깐......기다려봐......듣고 싶은 대답 아직 못 들었어..."
내 손을 잡아 멈추게 하고는 날 다시 봤다.
"재우네 동생......연희동생.....모두 과외 그만둔다 하던데......이유가 정말 학업 때문이야...?"
"......응...."
"정말 이라구.....?상준이가 이 과외 잡기 위해 얼마나 많이 애썼는데.....고작 석달 하고 관둔다......그새 사정이 많이 좋아 지셨나?그래 이여경....?"
가슴이 콩딱 거렸다.
혹시 상준이도 알고 있는 건가....?
성주가 다 알고 있는 정도라면........?
"과외 모두 잘라내고.....휴학계 내고.....다음은 상준인가....?그런거야....?"
"뭐야 너......?네가 뭔데.........왜 네가 내 ....."
"정신 차려 이여경.......!!! 너 이런식으로 뒤통수 까는거 아냐.......네게 어떤 사정이 생겼는지 모르지만......이런식으로 상준일 잘라내지 말라구......"
"........?"
"상준이가 네게.....어떻게 해줬는데.......그 자식이 네게 어떤 존재인지 모르지만......이런식의 배신은 안된다 말이지......."
상준이가 젤 좋아하고 친하게 지낸다는 친구가 성주였나....?
가끔 속을 다 털어내고 지낸다는 친구가 있다고 내게 자랑비슷하게 말했는데......그 친구가 한성주 .....얘란 말인가....?
형 같기도 하고 친구 같기도 한 친구가 있다더니......그게 바로 한성주 인가....?
정색을 하고 날 보는 성주 였다.
많은 고민이 되었다.
아무런 해명 없이 ....오해만 잔뜩 산체 그냥 가버리면........성주는 분명 상준이에게 나에 대해서 말을 하리라......
아직은 아닌데.....
아직은 좀더 시간이 필요했다.
"내게 말 못할 사정이 있어.......그래서 그래...."
겨우 말을 꺼내 놓았다.
"어떤 사정.....?상준이와 관련된 사정.....?"
".....그래......"
"상준이 집에서 무언의 압력이 내려 온거야....?"
".........."
"거짓말.......그게 아닐걸?"
갑자기 고개가 들려 졌다.
상준이 집에서 무언의 압력이 내려온건 아니지만.......거짓말 이라고도 할 수 없는데.......
"다른 이유가 있겠지.....상준이와 헤어지려는 다른 이유........"
"........네가 알고 싶은게 뭔데.......묻고 싶은걸 물어봐......그게 빠를것 같다....."
"상준이와 헤어지려고 주변 정리 하는거 아냐?갑자기 잘 있다가 소리 소문없이 주변 정리 하는거......다른 이유가 있는게 아니잖아.....?지금은 널 괴롭히는 요소인 네 아버지나 오빠들 네 주변에 없잖아....?"
그랬다.
큰 오빤 아직 형기가 남아 있었고.....작은 오빤.....군에 가 있었다.
아빤 어디에 계시는지.......연락이 없다.
"상준이 집에선 너에 대해서 비교적 호의적 이라고 들었거든.......너와 상준이의 일들 그 집에서 모른다는 생각은 설마 하지 않았겠지.....?상민이 형이나 아버님.......널 상준이 짝으로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계시다고 들었으니까.......그런 뻔한 속임은 내게 쓰지마.....통하지 않으니까........"
좀 의외였다.
상준이 집에서 나에 대해서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고......?
나와 상준이 만나고 있는 걸 모두 알고 계신다구.....?
전혀 생각지 못했던 일이였다.
내 어디가 상준이 짝으로 괜찮다 말인가....?
이해가 안되었다.
"엇....!!!큰일 났다......야 고개 숙여봐....."
갑자기 성주가 내 머릴 잡아 밑으로 내렸다.
너무 기분이 상해 째리는 내 시선을 보면서 성주가 입에 검지 손가락을 가져가며 내게 말했다.
"큰일 났어......상준이야.......저 자식.....여기 와 있었나 보다......아...씨팔....!하필...."
성주가 작게 내 뱉는 말에 난 가슴이 콩딱 거렸다.
정말 상준일까...?
나랑 성주를 본 걸까...?
가슴이 아주 세차게 뛰었다.
심하게 쿵쿵 거렸다.
지은 죄도 없는데.........왜 이리 쿵쾅 거리는 건지......
"아씨....자식...봤나 보다......괜히 숨었네......아 ..정말......"
아까와는 정 반대의 모습을 보이고 있는 한성주 였다.
이렇게 보니 또래의 남자애가 맞는것 같다.
괜히 웃음이 나오려 하고 있었다.
우리가 그러고 있는데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야 !한성주......문 열어......나와 임마.....!!!!"
화가 많이 나 있는 상준이였다.
인상을 찡그리며 '아.....씨'.....하는 성주.....문을 열고 먼저 나갔다.
"숨어 있는 이여경 너도 나와......얼른...."
괜히 지은 죄도 없는데........숨은게 죄인가.....?
정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 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