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인이 본사로 발령을 받았다.
자신의 의사로 이쪽 지점으로 왔는데......다시 본사로 가게 되었다.
갑자기 결정된 일이라 우리 팀에선 좀 얼떨떨 했지만.......부장이나 과장등 윗분들은 은근히 영인이의 전근을 좋아하는 눈치였다.
아무래도 미래의 사모와 같은 직장에 있기가......난처할테니까....
팀장은 좀 아위워 하는것 같고......대체로 모두들 영인이의 전근을 반기는 분위기 였다.
퇴근후 영인이와 회사 근처 카페테리아에 들렀다.
따뜻한 비엔나 커피와 핫쵸코를 주문하고 마주 앉았다.
흘러나오는 왬의 라스트 크리스마스를 따라 부르던 영인이 창밖을 보는 날 잠시 봤다.
영인의 시선을 느끼고 돌아봤다.
"왜....?"
"그냥......."
"싱겁긴......"
핫 쵸코의 달작지근한 맛을 음미하듯 혀끝에 올려놓고 금방 삼키지 않고 있어 보았다.
혀끝에 스미는 달콤함.....사실 너무 달다.
머리가 좀 아프다고 했더니 영인이 당분이 없어서 그렇다며 시켜준 거였다.
어제 저녁 바람이 세게 불더니.....아침에 일어났더니 몸살기가 있었다.
감기는 아직 인것 같은데......코와 머리가 띵했다.
하루종일 춥다는 생각만 하고 지냈던것 같다.
전기요을 하나 장만 해야 겠다.
올 겨울은 아주 춥다던데.......지구 온난화 현상으로 여름은 덥고 겨울은 추운 날씨가 앞으로 더 심해질 거라고 들 하던데.....더운 여름나기도 힘들지만.......감기까지 겹쳐지는 겨울은 더 견디기가 힘든다.
아무래도 이상하다.
영인이의 시선이 자꾸 내게서 머물렀다 사라지고 있었다.
내가 눈치 체고 볼려고 하면 시선을 돌리며 딴짓을 하고 있었다.
분명 내게 하고픈 말이 있는것 같은데......선듯 입을 열지 않고 있었다.
그렇다고 대놓고 물어 볼수도 없고.......답답했다.
"본사로 다시 들어가서 좋겠다. 사장님과 얼굴 매일 봐서......"
먼저 운을 띄어 봤다.
내말에 영인인 피식 웃었다.
"좋을거 없어.....오빠에게 들 볶일것 생각하면.......벌써 부터 걱정이니까...."
"......ㅋㅋ....근데 너 여기 온지 겨우 2달정도 뿐이 안지났는데.......빠른 복귀 아냐.....?사무실 사람들 말 많던데....."
"그럴거야......사실 나 여기 너 만나러 온거야......맨 첨에 얘기 했었잖아......잊었어....?"
좀 놀라운 얘기 였다.
날 만나러 왔다는 얘기를 듣긴 했지만......그냥 말 뿐인줄 알았었다.
놀랍다는 얼굴을 하는 날 보며 영인이 큭 거렸다.
뭔지 의미를 알수 없는 듯한 웃음.......갑자기 기분이 묘해졌다.
음악이 바뀌었다.
크리스마스를 얼마 안남기고 있어서 인지 거리는 온통 캐럴송이다.
여기저기 ......모든 상가나 카페......거리가 온통.....캐럴송이다.
지금 나오는 음악은 화이트 크리스마스.....가순 누군지 모르겠다.
다 마신 커피잔을 내려 놓으며 영인이 날 봤다.
뭔가.....물끄러미 본다는 느낌으로.....
못본척 시선 피하려다 마주 봤다.
이번엔 영인이 시선을 피하지 않고 날 봤다.
맑은 눈빛......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읽어 낼 수가 없다.
답답했지만......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렸다.
분명 내게 무슨 할말이 있는것 같았다.
내 눈빛을 읽었는지.....영인이 잠시 고갤 돌렸다가 다시 날 봤다.
그러면서 던지듯이 툭 하고 말했다.
"너.....이사해라.....거기루..."
무슨 소린지.....
이사해라.....거기루 .....라니....?
모를듯한 내 얼굴을 보며 영인이 다시 말했다.
"알잖아.....신촌의 그 원룸...."
"신촌의 원룸.....? 무슨 소리야....?"
"......상민이와 잠깐 살았던 곳......잊었어....?"
갑자기 가슴이......
머리가......아니.....몸 전체가 흔들렸다.
지진은 아닐진데.......내 몸이 흔들리고 있는것 같았다.
눈앞이 뿌옇게 변하며.....가슴에 숨겨져 있던 심장이 바깥으로 튕겨져 나올것 처럼...그렇게 사정없이 뛰고 있었다.
"많이 놀랐구나....?얼굴색이 순식간에 창백해졌어.......물 한번 마셔봐......좀 진정 될거야.."
영인이 내게로 옮겨와 앉으며 물컵을 내밀었다.
정말 많이 놀랐다.
가슴의 쿵쾅 거림은 진정이라는 단어을 모르는 듯......여직도 밖으로 나오고 싶어했다.
어떻게......
어떻게 영인이 거길 알고 있는 걸까.....?
나와 상민이 거기서 잠깐 살았다는.........아주 잠깐 이였는데.......그걸 살았다고 할 수 있을까........?
영인이 내미는 컵을 받아 탁자에 올려 놓았다.
심장은 어느정도 제길을 찾은듯......이젠 나아졌다.
"언제 말할까.....사실 많이 망설였어......하지만 나도 얼마전에 알았어.....그 원룸 아직 비워 있다는거......현수 통해서 들었어......"
"..............."
"상준이 하고 너 잠깐 함께 지낸건 예전에 알고 있었지만.......아직 그 원룸이 비워 있는줄은 몰랐거든......현수가 너 보자고 한거......그 일 이였어...."
"......"
".......상준이 모레 들어온데......일시적인 귀국이지만......그 원룸에서 널 만났으면 한다더라...현수 편에 연락을 했나봐......내가 너랑 만나게 된건 알고 있었거든.......종종 메일 주고 받으니까......내게 부탁하긴 좀 뭐 했나 봐......듣고 있어....?"
머리속이 깜깜했다.
영인이 뭐라고 말하고 있는거 같은데.....소리는 들리지만 말 뜻은 ....제대로 들어오지 않고 있었다.
그 원룸이 아직 비워져 있다니.......
그게 언제적 일인데.......
갑자기 얼굴위로 눈물이 흘렀다.
주체할 사이도 없이 시작된 울음이였다.
소리는 없지만.......한꺼번에 모았다가 흘러나오는 것 마냥.......온 얼굴을 적시며 흘러내리는 눈물이였다.
당황한 영인이 얼른 백에서 손수건을 꺼내 얼굴을 닦아 주었다.
이상했다.
왜......눈물이 나는 건지.....
흐느낌의 소리는 나오지 않는데........
마치 준비하고 있었던 사람모양.......툭 하고 눈물샘이 터져 버렸다.
상준이 내게......
그날이.......떠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