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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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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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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6


BY 까미유 2004-04-26

상준인 이상했다.

내게 별다른 말이 없었다.

밥먹고.차마시고 날 안는다더니.......내겐 아무런 말도 않곤.....학교로 갔다.

난 가방도 책도 없이 나온지라.....학교엔 갈수 없었다.

상준인 내게 학교에다간 자기가 대강 둘러 대겠다고 했다.

어차피 수능 끝나고 학교에 나오는 애들은 몇 없었다.

아직 방학전 이긴 하지만......선생님도 별로 신경을 쓰시진 않으셨다.

상준이가 가고난 뒤.......긴장이 풀려서 인지 몸이 나른했다.

 

설겆이를 하고......커피를 마셨다.

심심하면 들어......상준이 놓고간 시디를 틀었다.

레너드코헨......아임유어맨.......낮게 깔리는 저음의 허스키.....듣기가 좋았다.

전에 은서와 본 비디오......19세 이상의 영화였는데 비디오 방에서 보았다.

강수연과 정보석이 나오는 .....그후로도 오랫동안.......김영철과 강수연의 배드신에서 이 노래가 흘러나왔다.

그때....강수연이 정보석을 두고 김영철에게 몸을 허락하는걸 보고 얼마나 기가막히고 화가 났던지......하지만 첨 듣는 이 노랜 정말 좋았다.

김영철의 남자다움이 물씬.......이 노래에 어울렸다.

 

데이트 중에 남자친구가 보는 앞에서 건달들에게 성폭행을 당한 여자와 그게 평생의 한이 된 남자의 이야기인데......너무 가슴아프고.....슬픈 얘기였다.

강수연의 연기도 정보석의 안타까운 연기도.....너무 가슴에 절절히 남았었다.

나와 은서 둘다 눈가가 빨개 지고.......끝나고도 한참을 울었던 영화였다.

 

방안가득 울려 퍼지는 코헨의 음성......감미로왔다.

평소 잘 마시지 않는 커피의 깊은 맛이 느껴질 만큼......감미로왔다.

 

얼마나 지났을까....?

반 쯤 마신 커피 속으로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왜 일까....?

왜 이리 가슴이 아리면서 눈물이 나는 걸까....?

아무도 없는 빈 공간인데도.......늘 무릎을 구부리고 앉은 사람처럼.....

다리 한번 쭉 펴보지 못한 사람처럼.......

두다리 모둘 쪼그려서 안고 있었다.

날 두고 빈 공간이 저렇게 넓고 많은데......

평생 맘 한번 제대로 놓지 못하고 살아서 인지.......보는 이 아무도 없는데 이렇게 다릴 구부려서 최대한 좁은 공간을 차지하고 앉아 있는 꼴이라니.......

정말......가슴이 아렸다.

불도저로 가슴 밑 바닥 까지 콕콕 쑤시는것 같은 기분......

눈 에서 흐르는게 투명한 눈물이 아니라......시뻘건 핏 방울 같았다.

그만큼......내 주위의 공기가 ......날 조여오게 했다.

 

 

"뭐했어....?좀 잤어...?"

 

오후 1시가 조금 지나서 상준이 왔다.

집에도 들르지 않고 바로 온것 같았다.

머릴 감고......샤워도 했다.

밖은 한겨울 이지만.....여긴 보일러가 팡팡 돌아가는 따뜻한 원룸이라......평소 해보지도 못하는 샤월 했다.

머리가 젖어 있는게.......괜히 챙피했다.

문소리 들리는거 보고 얼른 나온거였다.

머릴 제대로 닦지도 못하고.......옷도 물기 젖은 몸에 대강 걸친거였다.

상준이도 그런 내 꼴을 보고 눈치을 쳇는지......멋적은 얼굴로 주방으로 들어갔다.

 

정수기에서 물을 뽑는 소리가 들렸다.

차를 끓이려는 건지........주전자에 물을 붓고 가스대에 올렸다.

 

"점심 먹어야지......컵라면 사왔어......앉자....."

웃겼다.

내 끼니가 걱정되어서 온건가...?

어차피 여기 아님 갈데도 없는데.......

 

"선생님께는 집에 일이 있어서 못나왔다고 얘기 해났어.......방학식 참석 안해도 될거야......아버지가 편찬으시다고 했으니까...."

 

범생이 말이니 담임이 아무런 토를 안달았을테지.......

 

"일단.....아주머니께 알려 놓을께......그편이 나을것 같아......아마도 지금쯤 네 아버지가 아주머닐 찾아 오셨겠지.......그래도 어머님 이니까 알고 있어야 할거야. 계속 여기 있어도 별 상관은 없지만 .....네가 편치 않을거 잖아....."

 

가만히 서 있는 네게 의자를 빼주며 젓가락을 건넸다.

부담스러웠다.

이런 친절......누가 날 챙겨주는 이런 일이 없었기에......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고민이 되었다.

 

"앉자.....넌 한번 말해선 잘 안듣는 구나......꼭 서너번 말해야 움직이고.....난청있어...?청개구리도 아니고......뭐하자는 건지....."

약간 빈정거리며 말끝을 흐리는 상준이였다.

괜히 화가 났다.

내가 지금 처해 있는 상황이 어떤줄 모른다는 거야...?

내가 어떻게 행동을 해야 하는데......

쏘는 내 시선을 느끼고 있으면서도 아무렇지도 않은척 라면을 먹고 있는 상준이였다.

 

"그만 째리고 앉아......라면 다 불겠다.....먹는 나도 소화가 안될것 같으니까....."

"너 지금 재밌지....? 내 꼴이 아주 우습고 신나지...?평소 미운말만 골라하는 계집애가 네 손바닥 안에 놓이니까 어쩔줄을 모르겠지....?너 아주 고약해......너..."

"잘아네......평소 내게 미운말만 골라한거 잘 알고 있네......난 모르고 그런줄 알았는데......그게 아니였군.....흠....."

비꼬듯.....빈정거리는 코웃음을 치는 상준이였다.

허공에서 잠깐 시선이 만났다.

둘다 세게 쏘는 빛이여서........보일리 없는 선이 보이는것 같았다.

팽팽한 가느다란 선이 둘의 눈을 잇고 있는것 같았다.

 

난 들고 있던 수저을 내려 놓았다.

그리고선 입고 있는 교복 윗 단추를 끌렀다.

 

'그래 네가 원하는게 이거지......날 자극해서 스스로 벗게 만들심산.......순간이라도 널 좋은 놈이라고 생각했던 내가 바보지.....미친년이지....결국 넌.....평범한 남자라는 거지 .....네가 원하는게......이거겠지.....'

 

절망감.......그리고 수치심.....비통함 .....

모든게 이빨 사이로 꼭꼭 차오르고 있었다.

단추가 하나 하나 끌러져 갈때마다....손 끝이 아려 왔다.

힘을 잔뜩 쥐고 끄르려고 하니 잘 되지 않았고......초조해졌고....그래서 화가 났다.

 

"그렇게 까지 해서 싸구려가 되고 싶은거야...?네가 뭘 무서워 해서 여기까지 피해 온건데....웃기지마 이여경 네가 싸구려가 되고 싶다고 나 까지 같은 동급으로 보지마.....불쾌 하니까"

 

갑자기 들고 있던 젓가락을 식탁위로 내 던지면서 상준이 일어났다.

'싸구려....?싸구려 라고...?'

쨍한 내 시선을 느꼈는지 상준이의 시선이 내게 바로 달려왔다.

 

"뭔가 착각하나 본데.......물론 내 말투에도 잘못은 있었지.......인정해......"

"무슨소리야....?말 장난 하지 말라고 했잖아......!!!"

"말장난 아냐.......잘들어.....내가 널 네게 달라고 했던건.......네 그 말라빠진 몸이아냐....육체적 관계라면 너 아니라도 손 쉽게 해결할 수 있어......내가 원하는건...."

"...........?"

".....네 마음이야......"

"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내 맘이라니...?

믿을수 없는 말....

 

내게 등 돌리며 서있던 상준이 거실로 나갔다.

그래봤자 원룸이라.......간격이 넓어 진건 아니지만.....

 

"너 .....정말 몰랐던 거야.....?한번이라도 생각도 안해 봤다는 얼굴......정말 자존심 상한다.....내가.....네게 보인 관심.....한번도 의심 안해 봤다는 얼굴......맥 빠진다 진짜......"

".....너 오영인 이랑 사귀는거 아냐.....?너네 둘이 커플이라고 모두 알고 있는데....?"

겨우 소리가 나왔다.

난 지금 쇠망치로 머릴 세게 맞은 사람 이니까.....

맨 정신일리가 없다.

 

"영인인.....친구 일 뿐야.....물론 다른 친구들 보단 좀더 가깝지.....어릴때 부터 집안 끼리 잘 알고 지냈으니까........하지만 난 영인일 친구 이상으로 생각해 본적 없어......"

상준이 시선이 너무 센것 같아 난 고갤 숙였다.

가슴의 콩딱 거림이 날 세게 치고 있었지만.......

고갤 들 수가 없었다.

 

"이런식으로 고백 할 줄은 생각도 못했어....뭐 하긴.....다른 애들처럼 평범하게는 못할것 같다는 예감은 했었지만......이런식은 정말 생각도 안했는데......넌 참 상황를 묘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는것 같아......늘 말도 안되는 최악으로 말이지....."

 

그러고는 상준인 밖으로 나가 버렸다.

가방과 코트를 쥐고는......

 

정말 ....머리가 띵했다.

풀어져 있는 옷이......볼쌍 사나웠다.

이게 진짜 뭐하는 짓인지......

혼자 생쇼를 하고 있는것 같았다.

늘 나쁜 쪽으로만 먼저 생각이 드는건.......자라온 환경 탓인지......

아님.....늘 당하고만 살아서 드는 피해망상증 인지......

암튼.....부정적인 사고방식이 내 머리속에 꽉 차 있는것 같았다.

상준이 보기가 정말........다신 얼굴을 제대로 볼 수가 없을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