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말이 얼마나 모질고 독하게 들릴지 알고 있었지만.........지금 처해 있는 내 상황이 너무 기막히고.....비참했다.
상준이에게......내 모든 치부를 드러내고 있는 지금이 날......절망에 빠뜨렸다.
왜 난 늘 이런 모습으로만 이애 앞에 있어야 하는지.......
가슴에 웅어리가 메워져 갔다.
잠깐 나갔다 온다는 말을 하고 상준이 원룸에서 나갔다.
들어온 자세 그대로 난 잠시 잠이 들었나 보다.
쪼그리고 앉은 다리가 먹먹해 왔다.
다리가 저려왔다.
그제부터 내내 굶어서 인지 몸엔 힘이 하나도 없었다.
그래서 일까.....?
잠이 계속 쏟아져 왔다.
이렇게 편하게 잠들수 있는 상황이 아닌데도.......눈거풀이 너무 무거웠다.
얼마나 시간이 지난걸까.....?
코 끝으로 희미하게 맡아지는 냄새......
된장국....?
설마....?
계속 한자세로 있었더니.......온몸에 쥐가 올랐다.
펴고 일어서려는데.....다리에 쥐가 났다.
'윽' 하는 비명이 나올만큼.........
순간적으로 입술을 앙 다물고 있어서 소리는 나가지 않았지만.....다리에서 오는 통증으로 얼굴이 많이 찌뿌려져 있었다.
"일어났어........?청승을 떤다 진짜.......잠을 제대로 못잔거 같아 일부러 피해줬더니.....하고 있는 꼴이라니......정말....."
주방에서 얼굴을 내밀며 나오는 상준이.......내게 쯧쯧 거린다.
순간 ......수치심에 온몸이 타올랐다.
온몸의 찌뿌둥 함이 일순 사라졌다.
"씻고와.......상차려 났어....."
뚱한 시선을 하고 있는 날 보며 상준인 비웃는 듯한 웃음을 지었다.
"화장실 저 쪽이야.......?데려다 줘...?"
"됐어......알아...."
생뚱한 표정을 짓는 날 보며 상준이 입술 한쪽을 올려 웃는것 같았다.
주방으로 들어서며 짓는 표정이라 얼굴이 정면이 아니라서 단정은 못짓겠지만....풍기는 분위기가 그랬다.
쪽 팔렸다.
챙피하고......화가 났다.
마치 놀림을 당하고 있는것 같은 상황........기분이 나빴다.
욕실엔 새로 산듯한 치약과 치솔......수건.....그리고 헬로우키티가 그려진 베이비 로션이 놓여 있었다.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은.......표정이 없다.
멀간해 보이는 얼굴......핏기가 없는게.....보기에도 불쌍해 보였다.
끼니 그르는게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닌데.........몇끼 굶어서 나타는 얼굴은 아니겠지.....
눈가에 눈곱도 없고......입가에 침도 없다.
흠 잡힐 만한 구석은 전혀 없어 보였다.
하지만......자꾸 몸이 가라앉는게.....주저앉아 울고만 싶었다.
아빤......어떻게 됐을까......?
내가 도망쳐서 아빤......그 포주들에게 해코지를 당하고 있을까....?
죽인다고 했는데.........
두려웠다.
여기서 계속 이렇게 있을순 없지만........돌아갈 수도 없다.
"뭐해........?아직 멀었어.....?국 다 식겠어.....어서 나와......."
상준이 목소리에.......다시 정신이 들었다.
신경이 쓰였다.
정말 이 상황을 어떻게 풀어나가야 하는지.....
대강 씻고 밖으로 나갔다.
포기 김치를 반듯하게 잘라놓았고.......코 끝에 맡아졌던건......된장국이였다.
맑은 된장국.......로스팜과 호박볶음.뱅어포와 연근조림......어디서 가져온 걸까...?
상차림 에서 시선을 돌려 상준일 봤다.
나와 시선 마주친 상준인 머쓱한지......금방 시선을 돌렸다.
"앉아......식기전에 먹자...."
".....왜 이러는 건데......?난 배고프지 않아.......어제의 대답이나 해줘......."
"....일단 먹고 얘기해.......넌 배고프지 않아도 난 배고프거든.......알지...?세상에서 가장 추한게 남 밥먹는것 쳐다보는 거 라는거......앉아.....올려다 보려니까 목 아파..."
"말장난 하지 말라고 그랬지.....!넌 내 상황이 우습게 보이는지 모르지만 ....난....."
"일단 앉으라구!!"
높아진 내 목소리에 상준이도 언성을 높였다.
잠시 시선이 허공에서 만났다.
부딪치면 쨍 하는 소리가 날 것만 같았다.
"좋아 .....끝을 확실하게 해야 안심이 된다? 알았어 이제......"
"............"
"밥먹고....차 마시고.....너 안을거야....이제 됐지....?"
밥먹고.차마시고.......날 안을거라구....?
누군가 쇠로된 해머로 머릴 세게 치고 간 느낌......
놀라 벌어지는 내 눈은 .......목적지를 잃은듯.......벽에 가서 멎었다.
상준인 아무렇지도 않은듯.....국에 밥을 모두 말아 넣었다.
여전히 아무런 미동도 없이 서있는 날 보며 상준이 말했다.
아무런 감정이 없는 목소리로.....
"먹기 싫어도 먹어.....체력이 많이 딸릴거니까......."
기막혔다.
정말 기막혔다.
어쩜 저런말을 저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하다니.....
평소의 박상준은 저런 아이가 아니였는데......
늘 보면.....하긴 자주 보진 않지만......그래도 내 머리속의 박상준은 범생이 였다.
선생님 말씀 잘듣고 부모님에게도 착실하고......반 에서도 반듯하다고 소문이 날 정도의 정도만 걷는 아이다.
저런식의.......좀 심하다 싶을 정도의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그런 사람은 아닌것이다.
더구나........날 안는다니....?
여자 친구가 있으면서........어떻게.....
불량스러운 뒷골목 깡패들이나 내 뱉을 만한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다니.....
내가 뭘 피해서 여길 왔는데.......
기막혔다.
'야 ..너 그렇게 안봤는데 정말 추하구나...?남 밥먹는 모습을 한번도 움직이지도 않고 다 보고......생각보다 많이 깬다...."
장난인지........
다 먹은 그릇을 들어 식기대로 넣으며 상준이 그렇게 말했다.
나만 심각한 건가....?
유들거리는 상준이 모습이 첨 보는 거라 난 많이 혼란 스러웠다.
그러고 있는데......상준이 내 팔목을 잡아 끌었다.
억지로 의자에 앉히고는 내 손에 수저을 쥐어 주었다.
"일단 먹어.......배고프면 이성적일수 없으니까.....먹고 얘기하자..."
더이상 할 말도 없어......난 시키는 대로 했다.
사실 후각으로 맡아지는 밥 냄새며 반찬 냄새가 내 위를 치고 지나가고 있었다.
계속 되는 꼬르륵 거리는 소리도 더이상 듣기 민망했고......정말 엄마 잘 쓰는 말 중 하나인 .....가지가지 .....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