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2,140

현재-6


BY 까미유 2004-03-07

퇴근후 집에 가니 등기우편이 와 있었다.

속달로 온것이였다.

주인 아줌마가 내게 건네면서.....안쓰럽다는 얼굴이셨다.

 

우편은 아버지가 계신.....알콜중독자 수용 병원에서 온거였다.

사실 병원이라는 말은......어울리지 않는다.

늘 사고만 치시는 아버질 ......작은 오빠가 억지로 입원시켰다.

개인이 하는 사설 병원인데.....병원보다 격리 수용소 라는 말이 어울린다.

전에 한번 병원에서 꼭 한번 와 달라고해서......가본적이 있었는데......병원이기 보다 정신병동 같았다.

작은 평수의 방에 여러명이 함께 사용하는 방......거의가다 삶의 의욕이 없는 초췌한 모습을 한 분들 이였다.

가족이나 친지에 의해 .....강제적으로 보내어져 온 사람들이 대부분 이였다.

아버지도 몇달새에 많이 말라있었다.

얼굴이며 몸도.....거의 뼈 가죽만 남아 있어 보였다.

면회시간을 5분만 주었다.

옆에서 관리인 이라는 사람이 붙어 있는 상황이였고......

아버진.....내게 무슨 말인가를 하고 싶어 했는데.......관리인의 시선이 신경이 쓰이는지 우물우물 .....말을 못하셨다.

분명.....알고 있었다.

아버지의 여기 생활이 평탄치 않다는 것을.......

많이 힘들어 한다는 것을.......

근데 왜 였을까......?

난 모른척 했다.

사식비을 넣어 드리고 가져갔던.....겨울 내의와 양말만 놓고 나왔다.

내가 나설 기미가 보이자 다급하게 날 부르던 아버지의 음성.....

난 한번도 다시 뒤돌아 보지 않고 나왔다.

매정하고 독하다 싶을 만큼.......그렇게 아무소리도 듣지 않고 나왔다.

아버진 내게 거기서 꺼내 달라고 하고 싶었을 것이다.

 

우편은 ......입원비 였다.

나와 군에 있는 작은 오빠가 반반씩 부담하고 있는데.......입원비의 절반이 들어오지 않았다며 독촉장이 내게 날아 온거였다.

작은 오빤 가출 했다가 다시 돌아와 원양어선을 탔다.

다량어를 잡는 배.......그렇게 4년을 보내고 군에 갔는데.......제대후에도 군에 남았다.

군에.....못을 박았다는.......그게 벌써4년 째다.

군인 월급이 얼마 안되어서 거의 내가 입원비를 내고 있었는데 어느정도 세월이 흘러 오빠의 월급이 올라 나와 반반씩 부담하기로 한거였다.

 

병원비가 3개월째 미납상태라고 적혀 있었다.

다른 일반 격리 수용소 보다 훨씬 싼 가격이지만......그래도 매달 50만원은 우리에겐 벅찼다.

얼마전에도 이런일이 있었는데......오빠에게 내가 모르는 다른 일이 생긴것 같다.

 

수첩을 뒤져 오빠에게 전활 넣었다.

 

 

몇번의 신호가 가고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여보세요...?"

오빠와 함께 산다는 영지씨 인가 보다.

 

"영지씨....?저 예요.....여경이....."

"아....여경씨......오빠 아직 안들어 왔는데....웬일이세요....?"
"잘 지내죠...?"

"그렇죠 뭐.......오늘 늦을 것 같다구 했는데.......무슨 급한일 있어요....?"

"그건 아니고.....그냥 한번 해 봤어요......"

"....네...."

".....오빠 들어오면 늦게 라도 좋으니까 제게 전화좀 해달라고 해주세요......"

".....왜요?무슨일 있음 제게 말하세요.전해 드릴께요...."

목소리 톤을 높이며 말하는 영지씨.....

 

"일은 아니고.......그냥 오빠하고 통화하고 싶어서 그래요......전화 한지 오래되놔서..."

".....그래요.......음....저기 여경씨...."

"....네....?"

"....혹시.....아버님 일 때문 아닌가요...?"

갑자기 가슴이 철렁했다.

 

"네...?"

".......아버님 병원비 말예요........"

"......무슨일 있나요...?"

모른척 밀고 나갔다.

 

"그일 때문에 전화 한것 아닌가요....?"

"......병원비가 미납이라던데........어떻게 된일인지 혹시 영지씨 아세요...?"

".......저 다음달에 몸 풀잖아요.......여경씨도 잘 알죠 ?군인 월급 얼마 안되는거......우리 사는 집도 월세고.......여유가 없어요.....아마도 앞으로도 계속 병원비는 내지 못할것 같아요....우리보단 그래도 여경씨가 낫잖아요......미안하지만.....아버님 일로 오빠에게 전화 하지 마세요.......저희 정말 힘들거든요...."
"........."

".......그리고 여경씨도......이젠 아버님 신경 쓰지 마세요.....어차피 병원비 안내도 거기서 쫓아내지 않는다고 하던데요 뭐......일손이 모자라서 절대 내 주지 않는데요.......제가 다 알아 봤어요.....그러니까 여경씨도 이제 돈 부치는 그런일은 하지 마세요......"

 

기막혔다.

정말 그럴까?

병원이라고 이름만 걸어 놓고.....강제 수용소 마냥.....환자들을 일을 시키는....그런곳.....

그런곳이 있다는 얘긴 들었지만.....정말 아버지가 계시는 곳이 그런 곳일까....?

머리가 혼란 스러웠다.

사실.....몰랐다고.....시치미 뗄수는 없다.

혹시.....그렇지 않을까......하는 생각은 늘 머리속에 있었으니까.....

많이 부르터서 까칠해진 아버지 손......손톱은 더이상 자라지 않는것 처럼 ......거북이 등판 마냥.....딱딱해져 있었다.

정말 그랬다.

원래 노동 일을 해서 고운 손은 아니였지만....그래도 .....그 처럼 .....험하게 일그러진 손은 아니였다.

하지만.....묻지 않았고......못본척 했다.

 

 

오빠가 손을 놔 버렸다.

그럼.....난.....?

 

엄만 예전에 벌써 그때 일하던 집의 기사일을 보시던 김기사와 결혼을 해서 새 살림을 차렸다.

아버지 일로 전활 해도 .......아마도 아무 소용 없을 것이다.

내 전화도 김기사 눈칠 보며 달가워 하지 않는다.

본부인의 아이들이 있는 관계로 엄만 나와 오빠의 전화를 반가워 하지 않았다.

친엄마가 맞나 싶을 정도로.......매정했다.

하긴....이제와서 엄마에게 따뜻한 정을 바라진 않는다.

커 오면서 한번도 받아 본적 없는 정이니......따뜻함이 무언지 알턱이 없는 난데.....괜한 기대에 마음만 다쳤다.

 

난감했다.

이 독촉장을 무시해야 하나.......

만약 내가 병원비를 내지 않는다면......아버지가 지금 보다 더 힘들지 않을까.....?

아버지.......

내겐.....어머니 만큼이나......모질고 독한 분이셨다.

철들기 까지 그분 한테 맞은 매질이며.......말의 폭력......

심지어는 날 매음굴에 팔아 넘기려 했던 아버지였다.

 

내 인생에서 지울수 없는 커다란 상처를 준 것은 아버지 였다.

그 겨울......십대의 마지막 겨울은.......내게 절망과 비참함을 주었다.

잊을 수 없는 .......겨울이였다.

내 마음에 커다란 상처.......아직도 난 겨울만 되면 시린 가슴의 통증으로 인해 힘들었다.

그런 아버진데........난.......또 여기서 뭘 해야 하는 걸까....?

 

한참을 꼼짝도 하지 않고 앉아 있다가 일어났다.

들고 있던 우편을 잘게 찢었다.

그래......어차피 첨 부터 인연이 아니였던거야......

부모와 자식으로 연을 맺었지만.......난 한번도 자식으로 대우 받아본적 없어......

그래....여기서 끈을 놓자......

난 ......할 만큼 했어........

모두가 손 놓았는데.......혼자 잡고 갈순 없잖아........

그래.....여기서 그만하자......

이제 더는 힘든 ......삶.....나도 그만하고 싶어.

늘.....그만두고 싶었는데......오히려 잘됐지......

 

얼굴위로 흐르는 이물은.......

이 뜨거운 물은 .......뭘까......?

 

버려진 휴지통의 잘게 찢어져 있는 종이 조각.......

그 조각 하나하나가 눈에 아프게 꼿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