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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서의 40대 직장 여성과 MZ직원과의 싸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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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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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저 마지막 에필로그 ( 완결 )


BY 강지산 2004-03-05

 

5. 사랑. 그 마지막 에필로그



전화가 울렸다.
병환을 닮은 어린 아이에게 동화책을 읽어주던 때였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거기 혹시 혜란 씨라고 계십니까?"
"네 ,전 데요?"
"여기는  한길 병원인데요, 지금 교통사고 사망자 한사람이 들어왔는데요
다른 건 없고 혜 란 이라는 한사람 전화번호밖엔 없어서..."
"혹시나? 해서 전화 드렸습니다."
"네? 누군 데요? 어떻게 생긴...?"
"40대 초반 같기도 하고 30 대 후반 같기도 하고 키는 1미터 70이 조금 넘는 거 같아요."
덜  컥
혜란의 가슴에 순간 무서움이 덮쳐온다.
온몸이 떨려온다.
설마, 아니다, 그 사람일 이가 없다.
설마. 설마 하면서도 두렵기는 마찬가지다.
정말 그 사람이면 어떻게 하나. 왈칵 가슴이 찡하면서 눈물이 흐른다.
안 된다. 안 된다.그 사람 얼마나 힘들게 세상을 살았는데. 그럴 순 없다.
그가 전생과 현생에 얼마나 지은 죄를 많았기에... 안 된다. 이렇게 허망하게 보낼 순 없다.

그 사람, 병환이 아니길 혜란은 난생처음 하늘에 기도를 했다.
병원에 혜란이 도착한 것은 얼마 후다.
안내되어 이른 곳엔 하얀 시트를 덮고있는 시신의 앞이었다.
경찰관이 시트를 서서히 걷었다.
왈  칵
혜란은 할말을 잃어버렸다.
아니다, 그가 아니다,...
아냐, 안 일거야. 그는.... 그는, 저 사람이......
병환은 이미 싸늘히 식어버렸다.
그는 세상에서 인연을 지우며 그렇게 누워있었다.
그가, 가버렸다.
혜란은 병환의 시신 곁에서 한없는 설움을 쥐고, 울고있고
그런 혜란의 등뒤엔 아이를 안은 수 현의 어머니가 또한 울고있었다.
의사가 내민 손엔 두 권의 노트가 들려 있었다.
한 권은 병환의 시가 적혀있고 또 한 권은 병환의 일기장인 듯 보인다.
일기장엔 아무것도 씌어있지 않았다.
오직 한사람의 이름만이 적혀 있었다. 백지 가득......
유 혜 란. 柳 惠 蘭 유 혜 란......


그것은 외로움과 고독함과 서러움과 삶의 지난함과 절망과 희망과 그리움이었다.


혜란은 병환의 무덤 앞에 서있다.
작은아이 병환의 손에 잡고......
그 사람의 아이, 병환의 아이.
그 아이 또한, 이름이 병환이다.
그리운 탓에. 아물지 못한 흉터로 남아있을 크나큰 사랑의 상처 때문에......


비가 내린다. 가을비다.
낙엽들이 빗방울을 머금고 떨어진다.
이 비 그치면 겨울이 올 것이다.
계절을 쥐고 가는 사람,
계절을 남기고 간 사람.
그는. 아직도 내 가슴에 못다 핀, 한 송이 가녀린 사랑의 꽃으로  남겨진
이름이다.
병 환,   吳 炳 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