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남규 교수님좀 바꿔주세요.”
“ 녜? 박교수님 별세하셨는데, 모르셨어요?”순간 경옥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 녯? 뭐라구요?”
“ 박남규 교수님 두 달 전에 심장마비로 돌아가셨어요.”
경옥은 자신이 꿈을 꾸는 게 아닌가 생각했다. 차라리 꿈이라면 다행인데,........ 다리에 힘이 빠지며 자리에 맥없이 주저앉은 경옥은 멍하니 눈물만 흘렸다. 믿어지진 않았지만, 사실이었다. 파노라마처럼 스쳐가는 기억의 필름이 주체할 수 없이 흐르는 눈물로 지워졌다 다시 선명하게 지나가고 있었다.
희숙이를 통해 그에 대한 소식을 마지막으로 들을 수 있었다.
그는 지병인 심장병이 있었는데, 일 년전부터 천식까지 겹쳐 고통스러워했다고 말했다.
갑자기 증상이 심해졌는지 강의 도중 갑자기 쓰러졌고 구급차가 왔을 땐 이미 숨을 거둔 뒤였다고 했다.
급작스런 일에 모두 놀랐고 경황없이 치뤄낸 장례식이었다고 말했다.
희숙이를 따라간 교회에서 처음 그를 만났고, 희숙이에게서 그의 임종을 확인하고 있다는게 아이러니했다.
그의 돌연한 죽음은 경옥에게 너무도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
희숙이가 장례식에 다녀온 얘기를 하는 동안 경옥은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이 흘러 내렸고, 마음이 참담하게 허물어졌다.
경옥의 오열을 옆에서 지켜보던 희숙은 걱정하며 위로를 해 주었지만 그어떤 것으로도 위로받을 수 없었던 경옥은 한동안 제정신이 아니었다.
경옥의 변화를 눈치챈 남편은 어쩔줄을 몰라 했고, 경옥이 이렇게 된게 다 자신의 탓이라며 마음을 다잡는 듯 보였다. 남편의 귀가 시간은 다시 빨라졌고 아내의 마음을 풀어주려고 애쓰는 노력이 역력했지만 경옥에게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를 다시는 볼 수도 없고 만날 수도 없다고 생각하면 왈칵 눈물이 쏟아졌고 감정을 수습하기가 힘들었다.
깊어가는 가을의 스산함으로인해 경옥은 더욱 외로웠고 점점 우울의 늪에 빠져들고 있었다.
오랜만에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쾌청한 파아란 하늘을 얼마만에 보는 건지 눈이 시려왔다.
그토록 사랑했지만 정작 그가 필요로했을 때 옆에 있어주지 못했다. 자신이 그랬듯이
경옥이 건강을 잃었을 때도 자신을 병원에 데리고 가 준 사람은 남편이었다, 밤을 새워 간호를 해주며 보살핀 사람도 남편이었다. 그토록 사랑한 그는 경옥이 고열과 통증에 시달릴 때 병문안은 물론, 밤새 아팠다는 사실마저 모르는 철저한 타인일 수 밖에 없었다.
마지막길을 떠나는 순간에 ‘잘 있으라’는 인사 한 마디 없이 홀연히 사라져버린 그.
그가 이미 이세상 사람이 아닌데도, 정작 자신은 그런 사실을 까마득히 모른채 그를 기다리며 지내지 않았던가. 그랬다,
그와 경옥은 부인할 수 없는 남남이었고 철저하게 타인일 수 밖에 없었다.
장례식에 가는 것도 허락되지 않았지만 설령 그의 죽음을 알았다한들 무슨 명분으로 갈 수 있었겠는가?
이제 경옥은 그를 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편한 마음으로 그를 마음으로부터 놓아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어쩜 그도 자신처럼 아름다운 모습만 보여주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한번도 그가 심장병을 앓고 있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었다.
경옥은 그가 자신의 병을 말해 주지 않았던 이유를 이해 할 것 같았다.
그역시 경옥에게 영원히 첫사랑으로 남아 있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경옥은 눈이 시리도록 푸른 하늘을 향해 외쳤다.
" 남규오빠. 안녕.............!"
허망하게 막을 내린 형님의 첫사랑에 대한 기억은 이것으로 끝났다.
인사 한마디 없이 곁을 떠나간 사람의 추억을 가슴에 담아두기가 벅찼던 형님은 미연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스스로 답을 찾은 것 같아 보였다.
가로등 불빛을 통해 평정을 되찾은 형님의 얼굴은 아름다웠다. 바로 그 얼굴 위로 갈래머리 열일곱의 청순한 소녀의 모습이 오버랩되는 것을 미연은 놓치지 않고 바라보았다.
남편과 아이들은 곤한 잠에 빠져 있었다.
미연은 몸을 뒤척이는 남편의 손을 더듬어 꼭 잡고 잠을 청했다.
쉽사리 잠이 올 것 같지 않은 밤이 점점 깊어가고 있었다.
***** 인내를 가지고 끝까지 읽어주신 분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망설이다 용기를 내서 올렸던 제 첫 작품<?>입니다.
더 좋은 소설을 쓰기 위해 더 많이 노력할게요.
주 일 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