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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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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꿈


BY 주 일 향 2004-02-03

 

남편의 사랑을 받지 못해서 늘 불행했던 한 여자에게 훈풍처럼 다가와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을 되찾아 준 그.

남편을 다른 여자에게 뺏기고 홀로 잠들어야 했던 많은 날들을 보상해 준 그.

함께 있어주는 것 만으로도 포근해지고 따뜻한 사랑을 느끼게 하는 그.

살을 섞으며 살아온 남편에게서 느낄 수 없었던 플라토닉한 사랑을 알게 해준 그.

아무리 힘들고 어려운 상황이라해도 그가 옆에 있다면 경옥은 참을 수 있고 극복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초적인 쾌감에 길들여진 나이에 다시 만났지만 서로의 몸을 탐하지 않고 행복할 수 있는 이유는 뭘까? 가끔 생각해 보았지만, 경옥이 얻은 답은 바로‘신뢰’였다.

경옥이 잃어버린 채 살아온 신뢰하는 마음을 그가 되찾아준 것이었다.


푸른 초원을 걷고 있었다.

옆에 잔잔한 호수도 보였다.


숲으로 둘러싸인 길을 걸어가고 있었는데,

돌연 풀숲에서 튀어오르는 동물들이 보였다.


평온한 숲이었는데.........

불쑥 불쑥 나타나는 동물들의 모습은 그녀를 위협하듯 계속 나타났고

앞을 향해 걸어가던 그녀는 주춤할 수 밖에 없었다.

순간 엄습해오는 두려움.

그러나 이상하게도 그 동물들은 한결같이 무서운 모습을 드러냈지만

그녀를 해치진 않았다.

도저히 앞으로 나갈 자신감을 잃어버린 그녀가, 왔던 길을 되돌아 갈까?하는 생각에

뒤를 돌아다 본순간. 그녀로부터 일미터쯤 떨어진 뒤편에

중무장한 군인 장교의 모습을 보였다.

군인 장교는 숲속의 동물들을 향해 장총을 조준하며 그녀를 계속 뒤따라 왔음을 알게 되었다.

무서운 동물들이 자신을 해치지 못했던 이유를 그제서야 알 수 있었다.

경옥은 안도의 한숨을 내 쉬며 잠에서 깨어났다.


이상한 꿈이었다. 하루종일 마음에서 떠나지 않는 꿈 때문에 마음이 심란해졌다.

어쩜 꿈을 통해 자신의 내면을 투시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총을 조준하며 경옥을 지켜준 꿈속의 장교는 누구였을까?

위태로운 경옥을 뒤에서 묵묵히 지켜준 이는  수호천사가 분명했다.

경옥은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아무일도 없는 것처럼 살아가고 있지만 네가 두려워하는 것이 분명 있다.

맞습니다. 날 두렵게 만들고 힘들게 하는 것.....그것은 바로 절 배신한 남편입니다.

그리 생각하니? 그렇지 않다. 진짜 남편을 배신한 건 바로 너다.

 참으로 이상한 느낌이었다.실제로 들려오는 소리가 아닌데 또렷이 들리는 마음의 울림. 

더구나 납득이 가질 않았다. 몇 번씩이나 외도를 한 남편이 아닌 자신이 남편을 배신 했다니.

말도 안돼. 요즘세상에 유행인양 애인을 두는 주부들이 어디 한 둘인가.모두 버젓이 잘 살고 있지 않은가. 애인하나 없는 여자는 바보처럼 여기는 세상이 되어버린 지 오래되었는데...

가끔 그를 만나는 것이 죄가 된단 말인가. 그건 너무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내면 깊숙이 자리한 양심이 경옥을 향해 끊임없이 정죄하고 있었다.

습관처럼 바람 피우는 남편에 비하면 자신은 결백하다고 자위하면서도 외간남자를 만나고 있다는 자책을 피할 수가 없었던 게 사실이었다.

그러나 막상 그를 만나면 황홀했고, 행복했기에 그가 부르면 어김없이 달려나가곤 했다.

솔직히 그를 잃고 싶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