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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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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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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상


BY 주 일 향 2004-01-30

 

아직 부기가 채 빠지지 않은 모습으로 약속장소에 갔을 때. 기다리고 있던 미스김이 정중하게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를 했다.

경리직원이라는 신분에 어울리지 않게 진한 화장을 하고 옷차림새도 대담하고 화려했다.

심상치않은 기운이 감돌고 있음을 파악한 경옥은 마음을 다잡지 않으면 안될 것 같아 평정을 잃지 않으려고 애를 쓰다 보니 온몸의 진이 빠져나갔다.

주문한 커피가 탁자에 놓이고, 서빙하는 아가씨가 카운터로 멀어지자 미스김은 침묵을 깨고 입을 열었다.

“이혼해주세요.사모님.”

신세대다운 당돌함이 느껴지는 남편의 여자에게 적절한 대답이 뭘까 생각하고 있을때. 여자가 다급한 목소리로 다시 말했다.

“ 죄송해요, 사모님. 제가 죽을 죄를 지었어요. 하지만, 우린 서로 사랑하고 있어요.”

“ 서로 사랑한다구?”

“ 임신을 했어요.‘

저질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 봤던 광경이 경옥의 눈앞에 펼쳐지고 있었다.

경옥은 마음이 무너져내리는 소릴 들으며 그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망연자실한채 무작정 거리를 걸었다.

얼마나 걸었을까. 다리에 힘이 빠지고 시장기가 돌았다.

이런 상황에 시장기를 느끼는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졌고 갑자기 딸아이가 보고 싶어졌다.

아영이 우유먹을 시간인데.........친정 어머니에게 맡겨서 걱정은 덜했지만, 아영이를 힘껏 안고 싶어졌다. 이럴 때 아영이 얼굴을 보면 위안이 될 것 같았다.


저녁에 일찍 집에 돌아온 남편은 비굴해뵈는 웃음을 지으며 경옥의 눈치를 살폈다.

경옥은 내색하지 않고 아영이를 재운 뒤. 남편에게 밖으로 나가자고 했다.

정말 화가나면 오히려 태연해지는 경옥의 성격을 잘 아는 남편은 아영이 핑계를 댔지만, 결국 경옥의 뒤를 따라 나왔다,

“ 할 말 없어?”

“ 왜그래 당신. 무서운 얼굴을 하고서...”

“ 이혼해.”

“ 무슨 소리야, 아영엄마.”

“ 당신 주특긴가봐? 사무원 꼬시는거.”

남편은 노려보는 경옥의 시선을 얼른 피했다

“ 알았어?.”

“ 서로 사랑한다고?”

“ 아영엄마, 미안해. 용서해주라.응?”

남편의 입에 아영엄마라고 불리는게 역겨웠다.

 

“ 용서해달라구?  용서해줄테니 이혼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