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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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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으로 남은 추억


BY 주 일 향 2004-01-29

 

뒤를 돌아보니 남규오빠였다.

" 어머,오빠!

이곳에 연꽃이 있으리라고 생각을 못했는데, 너무 이쁘죠?"

“ 그건 수련이예요.”

“ 수련과 연꽃이 다른가요?”

“ 다들 구분을 못하지만 약간 다르죠. 그러나 모두 수련과이니 같다고도 할 수 있죠.”

“ 그렇구나. 근데 오빠는 수련 좋아하세요?”

“ 좋아해요. 외할머니댁에 가면 동네에 늪지가 있는데 온통 수련으로 덮여있죠.”

“ 그랬구나. 연꽃인줄 알았어요. 볼때마다 신기하기도하고, 이쁘기도 해서요......... ”

“ 저건, 자오련인데, 우리나라 각지의 민가나 연못에 있는 수생식물이지.

5월에서 8월사이에 꽃이 피는데 밤에는 오므라들고 낮이 되면 피어나기 때문에 자오련이라고 불러, 또 밤에는 잔다고해서 수련이라고 부르지.

꽃은 3일 동안 피었다가 닫혀. 참, 경옥이 수련의 꽃말 알아?”

자연스럽게 말을 내리는 말투가 오히려 존대말을 쓸때보다 훨씬 친밀감을 느끼게 했다.

“ 몰라요,”

“ 청순, 순결이라는 뜻이 있어.”

“ 꽃말도 너무 예쁘네요.” 수련을 바라보는 경옥의 볼이 발그레 물들었다.

“ 수련에 얽힌 얘기가 있어. 어느 여신에게 세 딸이 있었대.

여신은 딸들에게 장차 커서 무엇이 되고 싶냐고 물었지.

맏딸은 물을 지키는 물지기가 되겠다고 했고, 둘째딸은 물을 떠나지 않고 엄마 분부대로 하겠다고 말했어. 막내딸은 어머니께서 하라는 대로 하겠다고 대답했대. 그래서 여신은 그들의 원대로 맏딸은 밖의 바다를 지키는 여신으로 만들고 둘째딸은 안쪽 바다를 지키는 여신으로, 그리고 막내는 파도가 일지 않는 호수의 수련으로 피어나게 했다고 해.”

“ 그랬구나. 오빠는 수련에 대해 참 많이 아네.”

“ 잔잔한 물위에 정오가 지나면서 피기 시작해 저녁때가 되면 모두 오므라들어 잠자기 시작하기 때문에 잠자는 꽃이란 뜻에서 수련이라는 이름을 붙인셈이지.”

“ 잠자는 꽃이라....... 신비로운 꽃이구나.”

“ 그러고보니 경옥이 이미지와 비슷한 거 같은데,”

“ 정말? 농담이죠? 오빠.”

“ 아냐, 정말이야”

 농담이라해도 기분이 좋았다.

경옥은 그가 친오빠처럼 가깝게 느껴졌다.

두사람은 유쾌하게 웃으며 나란히 걷기엔 좁은 길을 천천히 걸었다.

“ 경옥인 꿈이 뭐야?”

“ 여자 경찰관.”

“ 하하, 뜻밖인걸,”

“ 오빠는?”

“ 나? 꿈이라.......글쎄.”

그때 메거폰을 통해 모두 모이라는 사회자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남규오빠와의 오붓한 시간은 중단되었다.

 아쉬움이 남았지만 처음으로 그와 단둘이 대화를 나눴던 잊지 못할 순간으로 경옥의 마음에 각인되었다.

그 뒤 우연인 듯 몇 번 만나게 되었고, 그럴때마다 남규오빠는 친동생처럼 자상하게 대해주었다.

그러나 3학년이되자 남규오빠는 차츰 얼굴을 보기가 힘들어졌다.

다음해에 K대학에 들어갔다는 소식을 들으며 경옥은 3학년이 되었고, 집안이 어려워진데다 성적도 많이 떨어져, 대학을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경옥에게 가장 초라하고 암울했던 시절이었다.

 여대생이 된 희숙이는 가끔 오빠를 만나는 듯 했고 가을이되면 남규오빠네 집에서 수확한 사과나 배 등을 조금 나눠주기도 했다.

 그러나 경옥은  그와  더이상 마주치지 않았다. 오히려 그게 다행이라 여기면서도 오빠와  만났던 몇번의 추억을 수없이 되새기며 그리움으로 나날을 보내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