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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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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밤


BY 주 일 향 2004-01-29

 

경옥이 그를 만난 건 여고1학년 때였다. 그당시 유행처럼 열린 교회 행사 ‘문학의 밤’

경옥은 단짝 친구 희숙이를 따라 무작정 참석했었는데, 교회안은 벌써 열기로 가득했고, 모두 박수를 치며 흥겹게 복음성가를 부르고 있었다.

수줍음이 많은 편인 경옥은 그런 분위기가 낯설었다.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박수를 쳤고, 복음성가를 따라서 불렀다.

다행히 가사와 곡조가 그리 어렵지 않아 쉽게 따라 부를 수 있었고 경옥은 어느새 분위기에 젖어들고 있었다.

앞에서 통기타를 치며 찬양을 리드하는 남학생이 있었는데, 해맑은 인상에 명랑한 미소를 지으며 능숙하게 진행을 했다.

찬양을 부르다 가끔 남학생과 눈이 맞추쳤는데. 이상하게도 가슴이 뛰었다.

옆에 앉아 있던 희숙이가 호들갑스럽게 경옥의 팔을 당기며 귓속말을 해왔다.

“ 경옥아, 저 앞에 기타치는 오빠가 너한테 반했나봐.”

“ 뭐라구?”

“ 봐, 널 보며 계속 웃잖아, 저 오빠 너무 좋아한다, 얘.”

경옥은 앞을 쳐다보았고, 다시 눈이 마주쳤다. 분명 자신을 향해 미소를 보내고 있었다.

경옥은 살짝 얼굴을 붉혔지만, 자신의 시선을 끌었던 남학생의 관심을 받는다는 사실이 기분 좋았다.

1부 순서로 찬양이 끝나자 2부 순서를 진행할 전도사님이 강대상으로 올라갔다.

그순간 키가 크고 잘생긴 전도사님에게 여학생들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그러나 경옥은 여전히 기타치던 남학생만을 주시하고 있었다.

전도사님은 간단하게 설교를 한 뒤. 결단의 시간을 가졌다.

“ 우리 교회에 처음 나온 사람은 손을 들어보세요.”

여기저기서 웅성거리며 손을 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경옥은 선뜻 손을 들지 못하고 머뭇거리고 있었다.

그러자 옆에 있던 희숙이가 옆구리를 쿡 찌르며 손을 들라는 신호를 보내왔고,그제서야 경옥은 손을 들었다.

“ 경옥아, 저 오빠좀 봐, 니가 손 드니까 저오빠 너무 좋아한다.호호.”

정말이었다. 그 남학생은 경옥을 환영한다는듯 계속 싱글거렸다.

그때 전도사님의 외침이 다시 들렸다.

“ 자 지금 손 든 사람은 모두 앞으로 나오세요.”

희숙이에게 떠밀리다시피 앞으로 나간 경옥은 수줍게 고개를 숙이고 서 있었다.

전도사님은 두 손을 높이 들고 기도를 했다. 전도사님의 기도가 끝나자 제자리로 돌아온 경옥은 희숙에게서 그 남학생에 대한 약간의 정보를 들을 수 있었다.

이름은 박남규, 부성고등학교2학년이며 교회에서 총무를 맡고 있었다. 희숙이는 연신 남규오빠라고 부르며 칭찬의 말을 늘어놓았다.

경옥은 마음속으로 가만히 불러보았다.

‘ 남규오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