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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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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 살아지겠지(마지막편)


BY 이명희 2004-06-05

새로 산지 얼마 안되는 진주빛 나는 EF소나타

한번도 가득 넣어 본적없는 연료게이지에

F로 될때 까지  넣어 달라 하고  주유소를 나오자 마자

경부 고속도로를 향해 달리기  시작한다.

목적지를 정하지도 않은채....

일단 달리면서 생각하자!

그녀는 문득 문득 가고 싶어했던 부산의 해운대를 생각해 냈다.

그래 ! 거기쯤 가서 생각해보자.

앞으로의 삶에 대해서.

그리고 차에 있는 모든 테잎을 꺼내놓고 

 손에 잡히는 대로 틀어본다.

바쁜 마음에 몇번 쉬지도 않고 고속도로를 달려 온 것처럼

그녀의 인생도

숨가쁘게 달려왔다는 걸 그녀는  해운대 바다를

 정면으로 볼 수있는  호텔에

도착해서야 느끼고 있었다.

평일이라서 좋은 방으로 정하는데는 어렵지 않았다.

그녀는 커텐을 걷고 창문을 활짝 열며 긴 숨을 들이 마신다.

비릿한 바다내음이 빈속을 약간은 메스껍게 하지만

 멀리 보이는

끝없는 바다의 모습에  흠뻑 빠져드는데

그것은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았다.

바다!

끝없어 보이는 바다! 

무엇이라도 포용할 수 있는 듯 보이는 장엄한 바다!

아무런 동요없이 한없이 감싸 줄것같은 바다!

그녀의 마음도 그의 마음도

그리고 남편의 마음도

또한 상처받은 아이들의 마음도

주변에 걱정해 주는 모든 사람의 마음도

저 바다가  만들어 내는 파도에 의해 모두 씻기어 지고  정화되어  

예전에 흐르던 바다물처럼 그렇게 자욱없이 되어진다면......

그녀는 아무 것도 입에 넣을 수가 없었다.

그녀로 인해 상처받는 이들을 생각하며....

이대로 생을 마감해야 되나.아니면....

용서하고, 용서받고, 잊으면서 살아가야 하나 ?

한 번도 시시콜콜 따져 묻지 않고 방관했던 남편의 행동들....

그러나 남편은 그녀에게  말로는 "용서 한다  너 만 사랑한다"고 하지만

얼마나 많은 트집과  트릭을 쓸지를  그녀는 안다.

그녀는 한없이 울면서 후회를 한다.

만나지 말았어야 해.

힘들어도 참고, 또 참고 살았어야 해.

이것은 불륜일 뿐이야 ! 사랑이 아니었어!

물론 남편도 사랑이 아니야!

그냥  인연으로 만났으니  인연으로 살았어야해.

부부로 엮여진다는 것은

몸으로 ,생활의 일부분으로 엮여질 뿐

영혼까지 같이 엮여질 수는 없는 것인걸.

남자는 종족번식과 삶의 책임,

여자는 생산의 고통으로  남자의 일부분을 차지할 뿐.

처음 조물주가 인간 아담을 만드시고 여자를 그에게 붙여 주었을 때

몸만 주었을 뿐 생각과 영혼은 따로 있게 하신 것 이 아닐까?

그녀는 이런 저런 생각에 머리가 아파오지만

잠을 잘 수도 없었다.

헨드폰에는 여러개의 메시지가 와있다.

걱정스레 남긴 메시지들.

남편의 음성이 그녀를 울린다.

"여보 !  나 많이 생각했어 . 그동안 당신한테 못할 짓 많이 하고 마음 아프게하고

가정에 충실하지 못한 것 , 나 때문에 당신이 고생만 하고 ....미안해. 앞으로는

다른 생각 안하고 당신하고 아이들만 생각하고 가정에 충실하도록 노력할테니

아무 생각 말고  며칠 푹~ 쉬다 와."

".그래 . 당신의 진심이라면 좋겠지만

또 속고 사는 삶이 될 수 밖에 없음을 모르는 바 아닌 걸.

별 수 있겠어? 또 그렇게 살아가야 되는 걸.

바보같은 내가 뭘 어찌 해 보겠다고.

살다보면 또 살아 지겠지"

속으로 중얼 거리며 그녀는 억지로라도

 잠을 청하고자 핸드폰을 끄려는 순간

벨이 울린다.

그의 전화 번호다.

하지만 그녀는 다섯번의 벨소리가 끝나고 울리지 않자 밧데리를 빼버리고 만다.

다시는 너에게 연락도 받지 않을 것이고

 연락도 하지 않을 것이고......

우리는 다시는 만나서는 안돼!

절대로!

너는 너의 성에서

나는 나의 닫혀진 성에서

죽음이 다할 때까지 살아야 해!

그녀는 엉 엉 소리내어 울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