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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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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2역


BY 이명희 2004-01-28

그녀는 점차 바빠지고 있었다.

 1달에 세번은  서울지사에 오기 때문에 그를 만나고 있어서다.                                         숙소는 아주 괜찮은 호텔에 머물도록 회사에서 배려해주기 때문에 그들은  아주 편안히

만나고 있는 것이다.

 

그녀는  직원하나 두고  옷가게를 운영하고 있어서 여유도 있지만 시간도 원하는 시간에

그녀의 일을 볼 수 있었다.

 어리석게도  그녀의 남편이라는 사람은 이미 다른 여자들을 수없이 섭렵하다시피  거느렸지만  마누라만은 절대 남의 여자가 될 수 없는 바보 같은 여자라고 믿고  있었다.

 

여자로서 얼만큼의 한을 품고 있는 지도 모르면서....

 

그녀는  아이들이 어느정도 자라 스스로 자립할 수 있으면  헤어질 거라고, 이혼을  요구 할

거라고  ...

 

지금껏  20여년을  무능한 남편을 위해 몸바쳐 일하고 가정을  꾸려 왔지만 돌아오는 것은

허망함과  미련스럽게 살았다는 남의 말들.....

남들처럼 즐기며 살라는 주변의 충고도 해당 사항 없다는 듯 손사레 치며 살아 왔건만...

 

 

그녀는  가장 우아하고 멋있어 보이면서도 심풀한 옷을 골랐다.

오늘은 그녀가 세번째 그를 만나는 날.

길게 퍼머한 머리도 항상  질끈 동여 매었지만 그날만은  고대기로 살짝 둥글려서 최대한

우아한 머리로 했다.

 

점원에게는 대충  마무리 하고  일찍 가라고  오랜만의 인심을 쓰고 바삐  나왔다.

 

오후 5시 그녀는 차에 올라 그가 즐겨 부르는 노래가 들어있는 테잎을  넣었다.

그녀의 18번이 바뀌어 가고 있었다.

 

그녀는 호텔앞에 차를 세웠다.

아무런 망설임도 없었다.

그녀는 마음이 급할 뿐이지....

뒤에 남겨진  아이들도, 남편도, 누구도....

그녀의 발걸음을 멈출 수도 막을 수도 없다는 것을....

 

그와 헤어지면 주체할 수 없는 그리움과 눈만 감으면 그의 굵은 팔둑과 넓은 가슴 이

눈에 어른 거려서 만날 날만을 기다려 왔음을.... 누가 알 수 있으랴 !

 

2007호 !

심호흡을 한번 하고 노크를 한다.

"누구세요" 굵은 바리톤의 목소리 너무나 듣고 싶은 목소리 일순간  숨이 멎는듯하는데

문이  살그머니 열리면서 그보다 먼저 은은한 솔잎 향이 퍼져 나왔다.

 

방안엔 커텐이 내려져 있어서  약간의 어두움이 자리잡고  있었다.

더불보다 조금은 큰듯한 침대와 체리빛 나는 탁자

그위에 자그만한 원형의 스탠드 가 놓여 져있고  스탠드는 꺼져있고

사과 모양의 초 5개가   하트모양을  하고  불을 밝히고 있었다.

 

아하-

여기에서 나는 향 이였군요!

당신에게서 나는 향 인줄 알았어요.

 

아직 그녀는 그의 향기를 잊지 않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