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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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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누라


BY 캐슬 2004-01-25

"녹차 한잔 하지"

나는 마누라에게 녹차 한 잔을 청했다.

"밖에 왠 바람이 저렇게 불지, 화분이 안 날아 갈려나 몰라, 화분 내려 둬야지 않겠어요."

마누라의 걱정에

"괜챦아"

나는 태평스레 답한다.

"그래두 오늘은 바람이 너무 심하다"

며 창밖을 한참을 내다보던 마누라가 느릿느릿 이러선다.

"아!"

한마디 하더니 비칠비칠 넘어질듯 휘청이던 마누라가 벽을 잡고 선다.

벽에 엎디어 가만히 기대 서있는 마누라를 향해

"왜그래 갑자기"

"아니 잠깐 어지러워서요."

잠시 서 있던 마누라는 주방으로 간다.

마누라 얼굴이 노란빛이다.

늘 마누라는 다른 아낙들에 비해 얼굴빛이 노랗다.

행여 다른 이들이 마누라의 노란 얼굴빛을 말하면

"난 황인종이니 노란건 당연한거야"

마누라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자신의 얼굴빛에 대한 얘기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 넘긴다.

한번은 나를 향해

"당신은 좋겠다 피부가 이리 좋으니...남자가 뭐 이리 희누"

하얀 내 피부를 보고 부러워 했다.

아이 둘 다 자신의 노란 얼굴빛이 아닌 '아비인 나를 닮아 다행' 이라고 행복해한다.

마누라가 건네는 녹차잔을 받아 들며

"머리가 어떻게 아픈거야"

"가끔 그럴때가 있어요. 아마 빈혈인가봐요"

 

 다음 날 사무실 아래층 약국에 들렀다.

"집사람이 빈혈인것 같다는데..."

김실장이  빈혈에 좋다는 약을 내놓는다.

퇴근후 마누라에게 건네니

"약은 무슨 밥 잘먹으면 돼지."

말은 그렇게 하지만 마누라 얼굴은 싫지 않은 얼굴로 웃는다.

 

이틀째 바람은 창문을 뒤흔들고 있다.

바다가 가까워서일까? 이 도시의 바람은 유별나다.

오늘 밤 깊은 잠을 자기는 틀린듯하다.

 

 얼마나 잤을까?

쿵!

~아빠! 외마디 비명소리.

꿈이었을까?

본능적으로 벌떡 일어났다.

거실엔 불이 켜져있고 마누라가 없다.

순간 불길한 예감. 후다닥! 이불을 걷고 거실로 나갔다.

열려진 거실문. 마당으로 뛰어 나가본다.

3층 난간위에 얹혔던 작은 화분 몇개가 내려져 있다.

마누라는 어디 갔지?

커다란 소철나무는 어디 간거야?

컴컴한 1층으로 아래를 내려다보던 나는 기함을 하고 말았다.

마누라는 1층 바닥에 떨어져 있다.

"얘들아! 얘들아! 일어나라 일어나! 엄마가 떨어졌어."

1층으로 달려 내려간 나는 정신을 잃은 마누라위의 흙을 털어내며 울부짖었다.

"안돼 죽으면. 119! 119!  이 마누라야 죽음 안돼"

분주한 소리인가 나고, 붉은 옷의 119가 오고, 나는 앰블런스에 실린 마누라를 따라 병원으로 갔다.

놀란 딸과 아들의 하얀 얼굴이 나는 보였다 안보였다 한다.

파랗게 질린 된 두아이를 보며 나는 응급실 바닥에서 몸부림을 쳤다.

 

  날이 밝아서 아침이다.

마누라는 간간히 눈을 떳지만 의식이 없다.

마누라의 뇌사진M.R.I.결과는 썩 좋지 않다.

머리 뇌혈관속에 피가 고여 있다고 두고 봐야 한단다.

마누라의 노란 얼굴은 더 노랗다.

"이 멍청한  마누라야 그걸 뭣하러 니가 내리냐? 나를 깨우지. 니가 할수 있는게 있어도 나를 깨우지. 이 바보 마누라야?"

나는 목놓아 울었다.

나의 아버지 오민식씨도 어머니도 오셨다.

아버지의 놀란 모습도 어머니의 젖은 눈도 내 눈에 들어 오지 않는다.

마누라는 종일 침묵같은 잠만 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