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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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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앗


BY furndle 2004-03-12

사람은 누구나 한 알의 씨앗을 품고 태어난다. 그러나 그 씨앗이 땅에 몸을 내려 한그루 묘목으로 자라나기 위해서는 온전히 나를 버려야 한다. 알을 깨지 못하면 부화할 수 없는 새처럼 하나의 세상을 지나야 하는 것이다. 온 몸으로 부딪혀 강을 지나고 산을 지나고 캄캄한 밤을 지나,강이되어 흐르고 산이되어 침묵하고 어둠속에 누워 끝없이 울어도 볼일이다.한 알의 씨앗을 감히 땅에 내리지 못하여 죽는 날까지 안고 버둥거리다가 그렇게 가는 사람이 있다. 어쩌면 그가 나일지도 모른다. 버리지 못하고 껴안지 못하고 주저주저하다 저녁을 맞닥뜨리고 서야 그제서야 황혼이 지는 언덕배기에서 무너지는 여행자처럼 그렇게 내가 살면 어쩌나 여자는 조바심이 났다.

조심조심 늘 그랬다. 전투적이지 못하고 위압적이지 못하고 제 자리를 벗어난 물건처럼 앉지도 서지도 못하여 관망할 뿐이었다. 그래놓고도 나는 전력을 다해 살았다라고 말할것이다. 부끄러움은 온전히 자신을 드러내지 못하는 숨은자의 그림자다. 진짜 부끄러움은 세상을 엇비슴히 모로 서서 주인도 객도 되지 못하는 비굴함이다. 전력을 다해 살았다면  창녀인들 무에 부끄러울까. 창녀처럼 살지도 못하고 다리 난간위에 올라 생을 버리는 일이다. 우리는 그것을 정말 부끄러움이라고 당당히 말해야 한다.두터운 껍질을 영원히 벗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조바심에 그녀는 바짝바짝 말라가고 있었다.

 

 도시에서 그녀가 부여잡은 가느다란 생계의 자락은 글쓰기 교사였다. 다행히 그녀는 글쓰기라면 어느정도 자신이 있었다. 그녀는 이것저것 일자리를 찾아 뛰었다.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해야했다.  나이 마흔에 그녀는 생의 한가운데로 뛰어든 것이다. 준비는 없었다. 예고라면 이렇게 살 수 없다는 절망이 갈 수록 짙어지던 나날이었다.

 

여자는 울타리를 지녀야 한다고 엄마가 말했다

 울타리 없는 집이란 한데(바깥)처럼  허전해서

 채워도채워도 빈 집만 같다 

사내가 아무 구실을 못해도

울타리 같아서

그래도 있어야 하는거라고.

 

 여자는 울타리를 놓지 않으려 바둥거렸다

그러나 여자는 그것이 얼마나 큰 어리석음인지 깨달았다.

울타리속에 어머니의 삶은 없었다. 어머니가 지키고자 노력한 것이 무엇이었을까?

아이들. 기죽지 않고 살아 가길 염원했던 아들. 그 아들은 이미 저세상으로 가 버렸다.

 어쩌면 울타리는 어머니의 신앙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