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을 나서기 전..정숙은 어제 울다 잠든 얼굴이 퉁퉁 부어 있는 거울을 보며 한숨을 깊이 내쉬었다.
잠을 자고 났더니 그나마 약간은 진정이 된 것 같다.
'어제...그 아가씨한텐 너무 심했나..?'
그러나 후회도 잠깐...정숙은 일평생 뒷바라지하고 그리 넉넉지 않은 살림에 영국으로 유학까지 시킨 아들이 자신의 기대를 이렇게 져버린 게 아직도 분하고 원통할 따름이다.
-'내가 지한테 어떻게 했는데....지가 나한테 이럴 수 있어? 저런 시커먼 애를 델구와선 결혼한다구??'
정신을 가다듬고 주방에서 물을 한잔 들이킨 후 남편과 아들을 찾았다.
-'여보....정우야!!!'
남편과 정우와 문제의 그 커다랗고 시커먼 정체불명의 아가씨는 2층 정우방에 있었다.
밤새 얘기를 나눈건지...남편은 어제 옷차림 그대로이다.
-'정우야...나좀 보자..너...'
남편은 급하게 내 말을 막으며 채 여미지도 않은 가운자락을 끌고 아래층로 내려온다.
-'왜 이래요??'
'나도 놀란 건 마찬가지잖아...좀 조용히 해..그리고 저 아가씨 앞에서 그러는 건 너무 심하잖아!!'
약간이나마 진정되었던 마음이 다시 울컥하며 정숙은 가슴을 친다.
-그럼...나보고...3년만에 정우가 결혼한다고 데려온 저 시커먼 애를...오냐 잘왔다 하라구??
당신은...당신은 아무렇지도 않아?? 그것도...그냥 친구도 아니고...결혼한다잖아!!!'
'결혼시키자...'
-'........뭐?? 뭘 시켜? 둘을 결혼을 시켜?'
정숙은 남편과 더이상 대화가 안된다는 걸 알고 뒤도 안돌아보고 방을 나온다
-'얘...정우야...이리 좀 내려와 봐...정우야!!!!!'
'저 아가씨 임신했대...'
-'.........엉?'
'5개월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