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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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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날밤에~ 달 보고 울었드레요


BY 산부인과 2004-01-12

드디어 아기다리 고기다리 던 결혼식~

어제 저녁부터 잠이 오질 않아서 밤새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다 시피 했다

이제는 내 방에서 자는것도 마지막이구나..

우리 엄마 나 노처녀가 될까봐서 그리 노심초사 하시더니

어제밤 내 얼굴도 보지 못하고 우는 뒷모습을 보곤

내 마음이 편칠 않았다

그렇게 결혼 시킬려고 성화를 부리셨는데..

막상 결혼을 하게 되니 나를 떠나 보내는 그 마음이 실로

그리 기쁜 것 만은 아니신가 보다

이런 저런 생각에 나도 밤을 설램과 또 걱정으로 보내고

날이 밝아서야 드디어 가는 구나를 실감할수 있었다

 

무엇이 그리 바쁜지 아침밥도 못 먹고

눈은 벌겋게 충혈이 되서..

부랴 부랴 발전이가 데릴러 와서야 움직일수 있었다

미나와 같이 미장원으로 향했고

신부 화장과 머리를 만지고

시간이 어떻게 흘러 가는지  도통 정신을 차릴수가 없었다

근데 이 와중에 발전이는 잘난이와 구석에서 아침을 못 먹었다며

김밥을 꾸역꾸역 먹고 있다

{아~ 신이시여.. 저 놈이 정말 내 신랑이 되는 놈입니까?

지 입만 입이고 내 입은 주둥이란 말입니까?}

 

<야~ 이발쩐~너만 먹냐? 그게 입으로 들어가냐?>

 

나는 너무 괴씸해서 한마디 던졌는데

그 와중에도 나한테 김밥 하나 입에 넣어주지 않았다

하긴.. 지금 상황에서 음식물이 배 속으로 들어가도 소화가 될꺼 같지 않았다

또 하나

드레스가 너무 타이트 해서 똥배가 나올까봐 먹을수가 없었다

슬픈 신부의 모습..

그 것이 내 모습이다

끝까지 도도함과 또 우아한 자태를 헝크러 트릴수 없는 나

도도희 아닌가

 

예식 시간이 다가오고

발전이의 프로포즈가 우연치 않게 기사감으로 소문이 나서

우리의 결혼식에 방송사와 잡지사 에서도 촬영을 하러 오게 되었다

더더욱 나는 도도한 신부가 되어 있어야 하는 상황일수 밖에 없었다

이렇게 저렇게 식은 다 끝났지만

동창애들은 우리를 곱게 보내주지 않을터 

벌써부터 피로연 장을 물색해 놓고

온갖 잡다한 준비를 다 해놓고 예식이 끝나기를 고대하고 있었다

그 악마의 소굴로 나와 발전이는 들어 가야만 했다

하지만.. 싫지만은 않았다

이런 추억거리 없이 그냥 신혼 여행을 떠난다면

너무 섭섭하지 않은가..

모든 것을 즐겁게 맞이하기로 했다

발전이 역시 동창들의 짖꿋은 장난을 잘 소화했고

의외로 우리가 내빼거나 기분 나빠하지 않차

막판 하이라이트라며 발전이를 묶고는 발바닥을 때리기 시작했다

 

그 모습

그 광경

아니 웃을수가 없었다

한대만 때려도 죽는다고 엄살을 피는 발전이의 모습

나는 박장대소를 했고

아이들은 이런 나의 모습에 더욱더 패라고 거들었다

한참을 맞고 있는데 발전이의 고함 소리가 들렸다

<야!!!!!!! 이쉐이들아~ 고만들 해.. 진짜 아프단 말이야>
<신랑이 말이 많다.. 더 패거라~>

퍽~ 퍽~ 퍽~

<악!!!!!!!!>

 

 

갑자기 모든 움직임이 멈추었고

일시에 시선집중

<윽~~ 그만해 이새끼들아~ 진짜 아프단 말야~>

진짜 세게 맞았는지 발전이가 소리를 버럭 지른 것이다 

<발쩐아~ 괜찮아?  >

<너.. 진짜 너무한다.. 내가 맞으니까 그리 좋냐?>

발전이는 거들지 않고 웃고만 있던 내 모습에 화가 더 겹친 모양이다

아이들을 달래서 간신히 피로연을 마치고

그리고 나서 호텔로 향했다

우리의 신혼 여행지는 몰디브

이른 아침 비행기라 서울에서 하루밤을 묶고

신혼여행길에 오르기로 했다

방에 들어가자 마자 피로가 엄습했다

발전인 내게로 다가와 흥흥~ 거리며

 

<도희야~ 나 부터 씻을까?>
<그전에 이리 와서 이거좀 도와줘>

머리를 올리느라 실핀을 어찌나 꼽아 놨는지

도저히 나 혼자선 핀을 제거할수가 없었다

발전이는 입이 뎃발 나와서는 마구잡이로 내 머리칼과 함께

실핀을 뽑아 데기 시작했다

<야~ 살살해.. 머리 다 빠진단 말야>

<뭐가 이리 많아?>
<잘 하란 말이야..자알~ >
<아씨~ 뽑아도 계쏙 나와.. 도데체 몇개를 꼽은거야?>
<잔말 말고 잘 뽑아 봐>

옥신각신 발전이는 성급함에 내 머리칼을 한웅큼 뽑아 가며 급하게 서두르기만 했다

 

간신히 손에 잡히는걸 다 뽑고 나니

머리가 욱씬 욱씬~ 했다

<나 먼저 씻을께.. 기다려봐아~~~~>

욕실로 들어가 린스로 머리를 먼저 감고

천천히 목욕을 했다

정성껏 몸 구석구석을 닦았고

내심 그럴려고 했던 건 아니지만

어찌 하다보니 나의 순결을 오늘에서야 발전이에게 주는 이 밤

나 역시 가슴이 콩딱 콩딱 뛰고

어떻게 발전이를 볼지

또 어떻게 오늘 밤을 보낼지..

<후후~>

웃음이 자꾸만 삐져나왔다

한참을 기다리게 하고 목욕탕 정리도 다 하고

그리고서 나왔다

 

<다 씻었어.. 너 씻어 발전아~~>

<응? 으응~~>

욕실에서 나온 나를 보자 마자 침대에서 발딱~ 일어나더니

<악~~~~~~~~~~~ >   
<왜그래? 어디 아파?>

<아.. 아니야.. 괜찮아..>
<왜 그런데에~>
<아까 피로연때 맞은데가 조금 아파서 그래..>
<어디 봐봐>
<아냐 됐어.. 걱정하지마..>

이내 금방 아무렇치 않다는 듯이 욕실로 걸어 들어 간다

나는 괜찮다는 말에 별 신경을 쓰지 않았고

화장대에 앉아서 당기는 얼굴에 스킨과 로션을 바르고

살짝 향수도 뿌리고 준비한 슬립을 입고 침대에 걸터 앉았다

 

한참 샤워 소리가 나더니

이내 욕실문이 열린다

{으~ 진정.. 진정.. 도도희 진정하자..}

정신없이 뛰는 내 심장은

터질껏만 같았다

드디어.. 드디어.. 진짜 첫날밤을 맞이하는구나..

나의 모습에 발전이는 눈이 홱~ 돌아버렸고

엄청난 콧 바람을 내 뿜으며 내 곁으로 다가왔다

<도.도희야.. 너 정말 너무 섹쉬해.. >

슬슬 무릎을 꿇고선 점점 나를 침대에 눕힌다

<사랑해 도희야...>
<나두 사랑해~~>

얼마나 기다렸던 순간인가

내 순결을 발전이에게 줄수 있어서 행복했다

점점 더 내 곁으로 오더니

코를 내 목덜미 가까이에 데고 깊게 숨을 들이마신다

 

 

<못참아~~ >

하더니 몸을 날려 나에게로 덮치는 순간

<악~~~~~~~~ 윽~~~~~~~~~~  >

<왜.. 왜그래.. 왜그런거야?>

<발..발..>

 

 

그러면 그렇치

그냥 넘어가면 이발전이 아니지..

아까전 피로연 장에서 맞은 곳에 금이 갔단다

그런 발을 하구선 여지까지 버티다니..

발전이는 지금 깁스를 하는 중이다

복숭아 뼈에 제대로 맞아 그곳에 금이 갔다고 한다

의사 선생님 말씀은

이 상태에서 한 4주는 있어야 된단다

 

<안돼요~>

 

<나 내일 신혼여행 간단 말예요>

 

응급실 안에서 발전이의 동물 울음 소리가 들린다

나는 고개를 들수가 없었고

외쳐데는 발전이의 목소리를 뒤로 한채

비상 계단으로 나왔다

달은 왜저리 처량하리 만큼 밝은지

내 인생.. 왠지 순탄할꺼 같지 않은 불길한 예감이 든다

나 한참을 저 달을 보고 있었다

눈물이.. 눌물이 흐른다

내 첫날밤..

내 순결..

어찌 밥상을 차려줘도 못먹는단 말인가

정말 나는 왠지 발전이를 만난것이 후회가 된다

첫날밤에~

첫날밤에~

첫날밤에~

첫날밤에~

나는 달 보고 울었다

아니 울수 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