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참 길다
전에는 어떻게 하루가 지나가는지도 몰랐는데
요즘은 하루가 지겨워서 그런지
아주 드럽게 길다
친구들과 노는것도 지겹구
나이트 가서 흔들고 부킹 하는것도 지겹다
무언가 새로운, 내 생활에 활력소가 필요한데..
아--
솔직히 말해서 이 지겨운 생활 뭐 때문인지 잘~ 알고 있어서
그래서 짜증이 난다
퇴근을 하자마자 방구들에 들러붙어 열심히 방콕과 방굴라데시를 하고 있었다
"띵동 띵동"
<도희야 문좀 열어 드려라 고모왔나 보다>
<아이~ 구찮은데..>
할수 없이 문을 열어 드리고 대충 인사만 하고 방으로 들어 가려고 하자
<도희야~ 너 이리좀 와봐.. 할말있어>
<뭔데?>
<이리좀 와서 앉아봐 언니랑 오빠도 앉아 봐요>
무슨 말을 하려고 엄마 아빠 모조리 앉으라고 하는지 참..
할수 없이 내키진 않았지만 쇼파에 털석-- 앉았다
<언니, 오빠, 내가 도희 중신좀 하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해요?>
<중신? 좋치 그렇치 않아도 제가 왜 저렇게 맨날 애인 하나 못만드는지 속 타고 있었지>
엄마는 고모가 하는 소리에 귀가 번쩍 트이는지
아주 데 놓고 고모가 한 말을 방긴다
<다른게 아니구 애 아빠 사무실에 너무 괜찮은 사람이 있어서>
<누군데? 처남 회사라면 괜찮지>
내 반응은 생각하지도 않고 엄마 아빠는 벌써 성사라도 된것 처럼
고모의 반응에 엄청 솔깃해 한다
<얼마전에 애 아빠 회사에 갔다가 아주 훤칠하게 생긴 사람을 봤거든요>
<그래? 어떤데?>
<애 아빠 한테 물어보니까 아니 여보-- 당신이 얘기좀 해봐요>
<흠흠.. 그럴까>
<성실하고, 인물도 좋고, 대인관계도 좋고 그런 직원이 하나 있어요>
<그래요? 고모부가 얘기할 정도면 우린 찬성이예요 그쵸 여보?>
<그럼.. 나두 찬성이지 도희야~ 넌 어떠니?>
<난 싫어요.. 사랑을 그렇게 짜맞출려고 하는거 진짜로 싫단 말이예요>
<얘얘~~ 일단 만나보고 생각해봐.. 너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갑자기 귀가 솔깃해진다
얼마나 괜찮은 사람 이길래 후회라는 단어를 쓰는지
<어떤 사람인데요?>
<말할것도 없고 하여간 괜찮아 어른들이 이정도면 그냥 속는셈 치고 한번 만나봐>
<키 커요? 나이는요? 이름이 뭐예요?>
<키.. 엄청 크지 180이 넘지 아마..>
<어머-- 우리 도희랑 그럼 아주 딱, 이겠네 그쵸 고모?>
<그럼요.. 생긴것도 얼마나 잘생겼다구요.. 거기에 건실하지..하여간 말할것두 없어요
요즘 젊은이 답지 않아요>
<치-- 어른들 앞에서야 다 그렇쵸 뭐.. 봐야 진짜 그런사람인지 알죠>
<그래-- 그러니까 만나보라구>
<이름이 뭔데요?>
<근데 그게 말이야.. 이름이 좀 웃껴>
<그래요? 이름이 어떤데요? 특이한가 보네 잊혀지지 않고 더 좋을꺼 같은데 엄만..>
엄마는 내가 맘이라도 틀어질까봐 하여간 안달이 난 모습이다
<그게요.. 이.. 발.. 전 .. 이예요>
헉 뚜
<뭐라구요 고모부? 이름이 뭐라고 했어요?>
<이.. 발전..>
이럴수가.. 이럴수가.. 설마 내가 아는 그 이발쩐은 아니겠지
그러고 보니 키도 크다고 했다
설마.. 설마.. 진짜 이발전은 아니겠지..
<볼께요.. 저 볼께요>
당장에 약속을 잡으라고 했고 기왕이면 내일 보자고 했다
엄마 아빠랑 고모와 고모부 서두르는 내 반응에 놀래 했지만
다큰딸이 노처녀로 늙을까봐 내심 노심초사 하는 중이셨는데
얼씨구나.. 하면서 그러라 했다
다음날
사무실에 출근해서 부터 마음이 설래 아무것도 할수가 없었다
어떻게 첫 대면을 해야 하나
발전이가 맞다면 뭐라고 말을 꺼내야 하나
하루종일 딴 생각으로 시간이 어떻게 갔는지도 몰랐다
퇴근 하자마자 사무실 근처 미장원에 들려 머리도 매만지고
화장도 다시 손을보고 그리고 약속장소의 호텔로 갔다
멀찌기 그녀석을 찾아 보았다
역시나.. 내가 생각한 데로 이발전이란 사람은 동명 이인이 아니였다
조심스럽게 그 녀석이 앉아 있는 구석탱이 자리로 갔다
<야~~>
<으악~~~~~~~>
내가 부르는 소리에 발전이가 놀랬는지 비명을 질러덴다
순간 호텔이 떠들석 하고 모든 시선이 우리쪽으로 향한다
아 쪽팔려
<도..도..희..니가 여기 왠일이야?>
<ㅋㅋㅋㅋ 너는?>
<나? 으응~~ 누구좀 만나려고....>
은근슬적 이렇게 해서 발전이 앞자리에 앉았다
<뭐야 너어!~~>
<너 혹시 양동철 부장님 소개로 온거 아니야?>
<헉, 그... 그럼... 니가 ????????>
<이야~~~~ 이거 정말 너무 기가막힌 우연인데>
발전이는 소개받은 여자가 나란걸 알고 엄청 놀랜 모양이다
<배고프다 밥 먹자>
<그래 너 뭐 먹을래>
<난 오징어 덮밥 먹을래>
<꼭 그거 먹어야 하냐?>
<뭐야 너어~ 뭐 오징어랑 너랑 무슨 왠수진 일 있어?>
먹고싶다고 하면 군말 없이 따를것이지 토를 단다 짜증나게..
호텔에서 나와 근처 식당으로 들어가서 오징어 덮밥을 시켰다
아주 맛있게 복스럽게 먹는다
참고로 난 남자가 밥을 깨작깨작 먹는걸 엄청 싫어한다
아깝지만 내 오징어 덮밥을 더 덜어주면서 한마디 건냈다
<잘 먹네.. 역시 남자는 먹는게 복스러워야 해>
밥도 다 먹고 어디를 가야 하긴 하는데.. 발전이의 표정으로 봐선
금방 쫑낼 분위기인거 같다
이럴땐 빨리 분위기를 리드하는게 짱이다
<어디갈래? 밥도 먹었으니 소화좀 시켜야지?>
<그래... 넌 어디가 좋은데?>
<DDR 하러 가자>
<뭐~ 뭐라고?>
<너DDR몰라?>
<에잇~ 설마~ 나이가 있지 뭐 애들처럼 그딴걸...>
<너 지금 그 딴 꺼 라 했 니?>
<아아냐~~ 하자 하자~~>
먼저 선수를 처서인지 불만 가득한 얼굴로 하는수 없이 따라오는 발전이
너무 귀엽다
아-- 행복해..
신나게 DDR을 하고 또 몇가지 오락을 더 하고는 발전이가 하두 졸라데기에
할수 없이 오락실에서 나왔다
실은 난..
초등시절 발전이랑 곧잘 오락실에 갔었다
같이 나란히 앉아서 갤러그도 하고 올림픽이란 게임도 하면서
재미나게 놀았는데
왜 내가 오락실을 가자고 했는지
발전이는 기억이 없는 모양이다
오락실가자고 하면 어린시절을 떠올릴줄 알았는데..
아무래도 발전이는 전부 잊어버린 모양이다
근데 이넘이 오락실에서 나오자 마자 나한테 건내는 소리가
<오늘 정말 재미있었다.. 이런 인연이 닿네 늦지 않게 들어가야지 어서가라>
순간 열이 확 뻐쳤다
<너 항상 이딴 식이야?>
<뭐뭣~~~ 이딴식!!!!!!!!>
<야~ 여잘 만났으면 매너가 있어야지...>
<내가 뭐 잘못했냐?>
<집에까지 데려다 줘야 할꺼 아냐>
<크크크크, 파파파파 ,하하하하 , 너 느그집 몰라?>
나 이러고 싶지 않았는데
정말 자존심히 팍!!! 상해버려서 그만
철썩
<야~도 도 희 너 이게 지금 무슨 짓이야?>
<너 정말 머리가 모자란거니 눈치가 없는거니...>
<무슨 말을 하는거야?>
<오늘 우리가 만난게 인연이였다고 생각하니?>
<그... 그럼....>
<너 정말 둔치구나.... 이런자식이 뭐가 좋다고...>
더이상.. 더이상은 자존심이 상해 발전이를 바라볼수가 없었다
등을 보이곤 마구 달렸다
"또깍 또깍 또깍 또깍 딱딱딱딱..삐끗"
윽!! 이게 무슨 개망신
굽있는 구두를 신고 마구 달리다가 삑싸리가 나고 말았다
{에구야-- 뒤에서 발전이가 보고 있을텐데..}
아픈건 둘째치고 너무 쪽팔려서 계속 달렸다
집에 돌아와서 곰곰히 생각을 했다
<그래.. 고모가 발전이를 좋게 보구 날 맺여줄려고 한건..
인연이야 인연..
까지꺼 이렇게 된이상 만들어 보지 뭐
인연이 대수야>
배경음악은 백지영의 (사랑해서 그랬죠)
입니다
도희가 이럴수 밖에 없었던 마음이 이 노래가사와 어울어 지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