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가시나야|~~~ 같이 가자? 왜 안가는데? 응?"
하루 종일 이 친구는 나를 찮게 군다.
"싫다! 니 혼자 가라"
"왜? 같이 가면 좋잖아!"
내 친구 세경이는 온종일 나를 따라 다니며 컴퓨터 학원 등록을 같이 하자며 떼를 쓰고 있다
"어휴! 진짜 내가 니땜에 미친다~ 그럼 딱 한달만 같이 다닌다.알았제?"
"알겠다!!"
결국 나는 세경이에게 또 지고 말았다.
신이 난 세경은 나를 껴안고는 난리 법석을 떤다.
수업을 마친 후 학원 입구에서 우리는 발길을 멈췄다.
"제네들 뭐고?"
긴장한 세경이 속삭이듯 말했다.
대여섯명의 불량스러운 남자 아이들이 으쓱한 골목길 귀퉁이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다가 불만 스러운 눈빛으로 우리를 째려보고 있었다..
한 아이와 눈이 마주 쳤다.
그러자 "찍" 소리를 내며 바닥에 침을 밷는다.
"가자! 무섭다 빨리 가자?"
세경이는 나의 팔을 잡아 당기며 재촉했다.
범상치 않은 그 남학생의 눈빛은 오후 내내 기분을 상하게 했다.
"혜진아! 학원가자. 집에 갔다 올거가?"
"아니 그냥 가자!"
다음날 우리는 전날 있었던 기분 상했던 일을 까마득히 잊은 채로 수다를 떨며 팔장을 끼고 학원엘 갔다
불량스러운 사내 아이들은 그날도 그 골목을 지키고 있었다.
수업을 알리는 종소리와 함께 강사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안녕!"
"안녕하세요"
막 인사가 끝나는데 강의실문이 삐거덕 열리더니 한 남학생이 들어왔다.
고개를 숙인채로 맨 끝자리로 갔다.
"일찍 좀 다녀라! 너는 항상 강의 시작되면 들어오는거니?"
"........."
그 남학생은 대답은 커녕 눈길도 한번 주지 않은채로 제일 뒷 자리로 가서 앉는다.
수업이 끝날때 까지 나는 뒤에 앉은 그 사내 아이에게 신경이 쓰였다.
으쓱한 골목길에서 불만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보던 그 아이가 분명했기 때문이다
토요일 ! 일찍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가는길 이였다.
등 뒤에서 헐레벌덕 누군가가 나를 불렀다
"누나! 혜진이 누나야?"
걸음을 멈추고 뒤를 보니 내 남동생 친구였다.
"왜 그러는데?"
"진철이가 저기 군민회관 뒤에서 맞고 있다!"
"뭐라고? 왜 ? 누구한테?"
"정춘이라고 두 살 많은 형인데 진철이가 자기 사춘 동생하고 다퉜는데 그 때문에 불러다가 때린다!"
"가보자.어딘데?!"
정신없이 뛰어 그 군민회관이란 곳엘 갔다.
"어디갔네? 없잖아!"
"누나야? 피 봐라. 많이 맞았나 보다 그런데 진철이는 어디로 갔네?"
그랬다..그곳엔 아무도 없었다. 바닥엔 담배 꽁초 몇 개피와 몇 방울의 피가 있을 뿐이였다.
불안하고 초조한 맘으로 서둘러 집으로 갔다.
대문을 열고 들어섰지만 집은 조용했다.
"엄마! 엄마 어디 있는데? 진철이 왔나?"
엄마방엔 이불을 뒤집어 쓴 채로 동생이 누워 있었다
" 야! 니 뭔데? 어데 한번 보자? "
나는 뒤집어 쓴 이불을 걷었다.
"됐다"
철이는 내 손에 쥐어 진 그 이불을 빼기지 않으려 필사적으로 당겼다.
"한번 보자 니까? 니 맞았다매? 어떤 새낀데? 왜 그런거냐고?"
"아~~! 진짜 그냥 놔 둬라 신경 쓰지 말고!"
강하게 거부했다.
그런일이 있은 후 며칠이 지났다.
동생 철이는 그럭저럭 선배에게 구타를 당했던 기억을 잊어가고 있는 듯 했지만 나는
그때의 그 기분을 잊을 수가 없었고 정춘이라는 그 이름을 지울수가 없었다.
뭔가 알듯 했다.
그 골목길에서 담배를 피우던 남자 아이들과 관련이 있음을...
학원엘 갔다.
"샘!"
평소에 친하게 지내던 학원강사를 나는 그렇게 불렀다.
"응! 왜 혜진아?"
"저기요 질문 하나 할께예?"
"뭔데? 얘기해라"
"있잖아예 혹시 샘 정춘이라는 아 압니까? 우리 하고 나이가 똑같은데예?"
"정춘이? 김정춘 말이가? 그 문제아 말이제?"
"김 정춘이라고예?"
응! 우리 학원 생인데 학원에도 잘 안나오고 맨날 담배나 피고 땡땡이 치는 못된 놈이다.
그런데 와?"
" 아닙니다.그냥 좀 누군지 궁금해서예"
"조심해라 그런 아들이랑 어울리모 큰일 난다 알겠제?"
"예"
나는 그렇게 학원 선생님을 통해 그 아이의 대해 대충 알수 있었다.
"두고봐라 내가 꼭 갚아준다"
그렇게 각오를 했지만 며칠이 지나도 그 정춘이란 놈은 도통 학원엘 나오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날...
7월의 어느 토요일이였다.
세경이와 컴퓨터 연습이나 하자며 학원엘 왔다.
문을 열고 들어서는데 그때 그 골목길 패거리들이 우글거리며 학원 계단을 막고 서 있었다.
순간 그때 두고보자고 했던 그 감정이 북받쳐 오는 게 아닌가...
무슨 용기였는지 나는 아주 당당하고 도도한 걸음걸이로 한 계단씩 밟고 올라섰다.
그리고는 그 패거리들이 막고 서 있는 마지막 계단에 이러렀다,
"비켜!"
아주 강한 명령조로 얘기 했지만 나의 그런 명령이 통할리가 없음은 분명했다.
"어쭈~ 니가 비켜가라.만약에 내 옷깃이라도 건들고 가면 가만히 안 둔다.! 알았나?"
건방지게 우쭐대며 건들거리는 이놈이 정춘이란 놈이지 싶었다.
"비켜가라고?"
나는 두 손으로 그 남자아이를 힘껏 밀어부쳤다.
"어~어~어~"
말도 한마디 제대로 못하고 남자 아이는 몇 계단 밑에 떨어졌다.
순간 나는 눈앞이 캄캄해지면서 가슴은 두근발세근발 쿵닥거리기 시작했다.
"이젠 어쩌지?" 잔뜩 겁 먹고 서 있는 내게
"이리와! 니는 죽었다!"
정춘이란 남자아이는 죽일듯한 기세로 내게로 달려왔고 순간 나는" 죽었다 "하는 찰나
"그만해라! 니가 잘못했다이가?"
그를 제제하는 또 다른 누군가가 있었다.
지끈 감은 두 눈을 살그머니 떠고 조심스레 상황을 살펴보았다.
항상 학원 수업에 늦게 들어오는 그 말없는 남학생이였다.
" 됐다.가자!"
그는 다른 아이들을 데리고 사라졌다.
한참을 그 아이가 지나간 자리를 떨 수가 없었다.
그 일이 있은 후로 나는 항상 두리번 그리며 누군가를 찾고 있었다.
그러나 며칠이 지나도 그 아이는 보이지 않았다.
본격적인 무더위는 찾아왔고 그렇게 학교도 방학을 했다.
보충수업이 끝나면 학원을 가고 ,나의 하루 일과는 그렇게 별다를바 없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고 그렇게 평범한 하루는 언제나 처럼 시작 됐고 학원수업을 마친 나는 집으로 가고 있었다.
"야!"
누군가가 나를 불렀다.주위를 두리번 거려 봤지만 아무도 보이지 않았고 나는 나의 귀를 의심하며 걷던 걸음을 재촉했다.
"잠깐만! 나좀 보자!"
또 다시 들려오는 소리! 이번엔 분명했다.
나는 그때 그 남자 아이들이 두리번 거리던 골목을 바라봤다.
그러던 순간 어둠속에서 나타나는 모습은 학원 계단에서 나를 도와주었던 그 남학생이 분명했다.
가슴이 콩닥거려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렇지만 아니척 애써 노력하며 불만스럽게 얘기했다.
"뭔데? 왜?"
"이야기 좀 하자"
"난 너하고 할 말이 없는데?"
"그럼 듣기 만 해라 .어디로 좀 가자!"
그렇게 그 아이와 나는 가로등이 내리 비치는 한적한 공원 벤취에 앉았다.
"...."
한참을 둘 다 말 없이 침묵만이 흘렀다.
"무슨 얘긴데?"
내가 먼저 말문을 열었다.
"부탁 가지만 해도 되나?"
"...무슨 부탁을..?"
"...저기..."
"괜찮어니까 말해봐라? 뭔데?"
"음....내 친구 중에 진영이란 놈이 있는데 니가 좋단다.한번 사귀어 볼래?"
"...."
어이가 없어서 한동안 할말을 잃고 있었다.
"싫은데? 내가 왜 누군지 얼굴 한번도 본적 없는 애를 사귀어야 하는데? 그리고 그 아이는 입이 없나? 그런 얘기를 왜 니가 하는건데?"
"그 놈은 수줍음도 많고 해서 내게 부탁을 하더라"
"됐다.안 한다고 해라. 얘기 다 했음 나는 그만 갈께!"
"..잠깐만..!"
"왜 또?"
"그럼....내가 사귀자고 하면 .....사귈래?"
순간 나도 할말을 잃었다.
".........."
그러나 그 아이의 말이 기분 나쁘진 않았다...
"응? 그래도 싫은거가?"
".....글쎄....지금 나 한테 사귀자는 프로포즈 하는건가?"
"응!"
"왜 ? 이유가 뭔데?왜 나랑 사귀고 싶은건데?
"..그냥 왠지 느낌이 좋아서.."
"지금 당장은 당황스러워서 잘 모르겠고..싫은건 아닌데...그냥 편한 친구로 좀 지내봤음 한다...."
"...음~~거절은 아니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