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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모마일 2004-04-23

핸폰에 문자 메세지가 들어와 있었다.

'정다인'

퇴근후 빌딩 지하 커피숍에서 보자는 메세지 였다.

이유 없이 가슴이 콩딱 거렸다.

정다인에 대한 얘기는 준우에게 잠깐 들어서 알고 있었다.

집에서 진우의 배우자로 생각하고 있는 유일한 여자라는 얘기......

준우가 나와 진우의 사귐을 부모님에게 언질을 했을때 많이 당황해 하시던 어머님.....어머님은 생각보다 정다인을 맘에 두고 있었나 보다.

진우가 다인인 그냥 영훈이와 마찬가지로 친구일 뿐이라는 얘길 누누히 해왔지만.......따르는 여자친구가 많은 진우가 그래도 오래 만나는 여자가 다인이라......집에선 나중에 진우가 결혼을 한다면 다인이와 할거라는 막연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고 했다.

 

준우의 어머님과 아버님은 내가 진우와 사귄다는 사실에 첨엔 .....믿겨하지 않으셨다.

그도 그럴것이......그동안 나와 진우는 얼굴 마주치는 일이 없었다.

준우가 일부러 우릴 집으로 부를때 진우가 없는 날을 잡아서 불렀고.......대학 졸업하고서는.....더욱더 볼 수가 없었기에.......우리의 만남에 대해서 많이 놀라와 하셨다.

나와 진우가 어떻게 만났는지......두분은 궁굼해 하셨지만.......우린 입을 다물수 밖에....

나중엔 준우을 통해서 우연히 만났다는 말로 얼버무렸다.

아버님은......내게 진우가 나이는 위여도 아직 철이 없다며 내게 잘 부탁한다 하셨고......어머님은 진우의 여자 버릇을 조금은 아는지라......내가 맘고생이 심할거라는 말을 하셨다.

정색을 하고 달려드는 진우에게 금방 꼬리를 내리긴 하셨지만......암튼 날 반대하는 분위기가 아니여서 내심 맘이 놓여었다.

 

그런데......만나자고 호출을 하는 정다인은......좀 기분이 착잡했다.

진우의 오래된 여자친구.......진우는 아니라고 해도 정다인은 진우와의 결혼을 생각하고 있었을 것이다.

친구라는 이름으로 거릴 두고 있었지만.......진울 오랜시간 기다려 왔을 터였다.

괜히.....마음이 아팠다.

왠지 남의 것을 가로챈듯한 느낌.......

새치기한 느낌........기분이 많이 밑으로 가라 앉았다.

 

 

지하 커피숍에......다인이 먼저 나와 있었다.

화장기 없는 얼굴.......그래서 일까...?

많이 수척해 보였다.

살이 많이 빠진 듯한.....날 보며 희미하게 미솔 짓는 모습이 왜 이리 가슴을 착잡하게 하는지.....첨 이미지완 너무 다른 모습을 보여 주고 있었다.

 

커피를 시키고 마주 앉았다.

커피가 앞에 놓여질 때 까지 나도 다인이도 침묵하고 있었다.

 

"알아요....?나 지금 어떤 맘으로 지원씰 보는지....."

날 보는 다인의 큰 눈에 살짝 이슬이 맺혔다.

갑자기 가슴이 쿵 하고 밑으로 곤두박질 쳤다.

뭐지....?

 

복숭아빛 광대뼈을 타고 툭 하고 눈물이 떨어졌다.

한번.....두번.....연이어 떨어지는 눈물......

아마도 내가 들어서기 까지 많이 참았던가 보다.......

투툭 떨어지는 눈물.......내 가슴도 함께 투툭 떨어지고 있었다.

 

이렇게 약한 여자 였나...?

첨 인상은 꽤 자신있고.....당당해 보였.....아니 도도해 보이기 까지 한 모습이였는데.....

의외 였다.

그래서 일까...?

난 많이 당황되고.....당혹스러웠다.

 

"하소연 하러 온건 아닌데......그냥.....지원씨 무엇이 진울 그렇게 꼼짝 못하게 하는지......납득이 잘 안되더라구요.......그냥.....남들보다 좀더 예쁜 얼굴......그게 다인것 같은데......왜 한진우가 날 밀어내면서 지원씰....맘에 두는지.......보려구 만나자고 한거예요...."

"진우씨와 무슨일 있었나요...?.....왜..."

"....진운 날 친구로 보고......난 진울 이성으로 보구.......그게 벌써 12년 이예요.....고등학교 내내.....대학 4년 내내.....그리고 지금까지 내게 남자는 한진우 뿐이였어요......늘 친구라고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을거다......날 조금은 여자로 보겠지.....다른 여자들과는 한달을 채 못만나지만.....나완 그렇지 않으니까......늘 내게 다시 돌아오니까.......편하게 ,안일하게 생각했어요......말로는 내가 영훈이나 다른 남자친구들 처럼 동성 친구라고 해와도.....사실은 그렇지 않을거라는 그런 착각을.......10년이 넘게 해 왔어요.....그걸 이제야 비로소 알았구....정말.....흣......우습죠......?착각도 유분수지......굉장한 둔치인가 봐요...."

 

자조적인 씁슬한 웃음.....

눈가에 달려 있는 눈물을 손등으로 훔치며 정다인은 첨과는 다른 눈으로 날 잠시 봤다.

심리학이 전공 이라고 했나....?

마치 날 꿰 뚫어 보려는 듯한.......순간의 생각인지.....그런 생각이 들었다.

 

"깨끗하게 차였어요.....일주일은 들러 붙었는데.....친구이상은 아니라고......깨끗하게 잘라내던데요......정말 차더라구요.......진우에게 차이고 상처 받아 우는 여자들 여러 보면서 한심하다고 생각하고......혼자 많이 비웃고 그랬는데....벌 받나 봐요.......친구가 아니면 다신 보고 싶지 않다고.....딱 잘라 말하는데.....생판 모르는 남 대하듯......."

눈물이 다시 맺히고......다시 볼 위로 흘러 내렸다.

 

진우가 어떻게 했길래......저렇게 상처 받은 얼굴을 하는건지.......

감정의 기폭이 심한 사람마냥......끅끅 거리며 우는 다인의 모습은......

달래 줄 수도 없는 난 속수무책 이였다.

회사 빌딩 커피숍 이라 날 아는 눈이 있을지도 모르는데......곤란했다.

장소를 다른데로 옮길것을.....뒤 늦은 후회가 밀려 왔다.

하지만......이런 생각을 하는 나.......정말 얍삽하다는 ......그런 기분이 들어 기분이 아주 나빴다.

 

"괜히 와서 추한 꼴 보이네......지원씬 아무 잘 못 없는데......나...참......"

아무말 없는 날 의식해서 인지 다인인 손으로 눈물을 쓱쓱 빠르게 훔쳐 냈다.

눈가가 빨갛게 부어 있었다.

코 끝도 같은색으로......물들어 있었다.

뭐라.......해줄 말이 선듯 떠오르지도 ......말하기가 쉽지도 않았다.

자리가 가시 방석 마냥 불편했다.

 

"저 .......내일 다시 영국으로 들어가요......아직 2학기 남았거든요......."

"네..."

"지원씨.......진우 사랑하세요...?"

"네....ㅅ..?

".....진우 마음으로 사랑하냐구요......"

".....왜 그런 .....말을 묻는 건데요....?"
정말 궁굼했다.

내게 원하는 대답이 뭔지.....

 

다인인 잠시 날 물끄러미 보더니......다시 물었다.

 

"말 그대로 ......진울 진심으로 사랑하냐구요.......마음으로 말이지요...."

"......사랑하는데요.......그러니까 만나는 거지요..."

기분이 좀 불쾌해지려 했다.

 

"정말요...?자신의 감정에 확신을 가질수 있어요...?"

정신과 에 상담하러온 사람 대하는 모양......

 

"대답해 보세요.....제말이 어려운건 아니지요...?"

"네......어떤 대답을 원하는진 모르지만......전 진우씨 사랑해요.......아주 많이요....진심으로 마음을 다해서요...."

잠깐.....다인의 맘이 걸렸지만......날 보는 다인의 눈빛에.....약간의 화가 나 그렇게 거침없이 말했다.

 

"그래요.....그렇담 다행이구요.....지원씰 이렇게 보니까.....제가 괜한 우려을 한것 같네요....제 물음에 맘 상했다면......용서 하세요....."

"......왜.....물어 본거죠....?뭔가 확인하려고 묻는 것 같진 않은데......아까 우려라고 했는데....뭘 우려했다는 거죠....?갑자기 다인씨가 우려 한것이 뭔지 궁굼해 지네요....답해 줄 수 있나요...?"

 

조금 당돌한 물음일까....?

우려라는 말이 신경을 건드렸다.

대답을 듣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 만큼......

 

다인인 날 잠시 봤다.

알수 없는 눈빛.....

괜히 맘이 여기저기로 분사되는 기분이였다.

 

"진우가 좀 강압적이죠...?남 맘 같은거 헤아리지 않고.....자기 중심적.....독선적인거.....지원씨 알고 있죠...?"

"......."

"......전에도.....그런적 몇번 있었거든요......진우의 독선에......자기 본위 성격으로 본인 의사와는 반대로 진우에게 휘둘리는 여자들......결국 그 끝은 오래가지 못해 파국을 맞고.....혹시 해서 물어본거예요.....지원씬 겉보기엔 아주 여려보이고 약해 보여서......혹시 진우에게 끌리는 맘이 단순한 호기심 일지도 모르는데......사랑이라고 생각되어 지는게 아닐까 하는......그래서 괜한 우려라고 생각했던 거구.....근데.....이렇게 보니까.....그런것 같진 않네요.....지원씬 겉보기 보다 내면이 강한 여성이네요.....자기 생각이 강한.....흐린 판단은 잘 하지 않을것 같은 타입으로 보이네요......"

 

정말.......

 

"무례했다면 용서해요......마지막으로 심술 한번 부려 본거니까.....그냥 둘이 잘되라고 축하한다고 말하기엔......내 가슴앓이가 너무 오래되고 컸으니까......지원씨가 참아줘요.....첨이자 마지막 심술이니까......그래 줄수 있죠...?"

 

병주고 약주는 건가.....?

내게 나이 답지 않게 혀끝을 내보이며 미소하는 다인이.......

기막혔지만......마주 보고 미소 할 수 밖에....

 

 

다인인 결혼을 언제 할런지 모르지만......아마도 자긴 3년동안 영국에 있을 거라며......당분간 오래동안 보지 못할거라는 말을 했다.

진우의 독선 제발 좀 고쳐 달라는 말과.......둘이 정말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하고 헤어졌다.

이젠 정말 친구라며.......조금은 쓸쓸해 보이는 다인의 뒷 모습이  조금 안되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