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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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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모마일 2004-04-05

맥주의 참맛은 온도라고 했던가?

차게 해놓은 맥주는........시원하게 식도를 타고 흘러 내렸다.

술을 즐겨 마시지도.......술의 참맛도 모르는데.....지금의 이 맥주의 맛은 정말 기막히다.

마치 티브이에 나오는 맥주 광고의 한 컷 처럼.....캔 뚜껑을 따는 순간.....드라이 아이스가 피어오르면서......갈증을 식혀준다.

 

방금......한번의 사랑이 끝났다.

일주일전 준우와의 대면후 만난 진우였다.

진우가 한가해지니까.....이번엔 내가 바빠져서 한동안 얼굴 보기가 쉽지 않았다.

매번 전화와 이메일만 주고 받다가.......오늘 만난 거였다.

 

진우의 오피스텔......

틀어논 음악.......왬의 경솔한 속삭임.....조지마이클의 음색이 은근히 섹시하다.

정말 목소리는 타고난 듯 하다.

따라부르며 몸도 리듬을 탔다.

방금 씻으러 들어간 진우가 나오는지 욕실문 여는 소리가 들린다.

 

늘 그런것 같았다.

관계후 바로 씼는 습관......

나도 그렇긴 하지만......

누군가에게 들었는데......보통은 우리 처럼 이런 습관은 좋지 않다고 하다.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없는 차가움 이란다.

사랑후에 그 감정을 길게 이어주는 ........작은 스킨쉽......상대에 대한 애정이고 배려라고 했다.

그런데......나와 진운......몇초간의 시초만 주고 바로 몸을 뗀다.

내가 먼저 씻기도....아님....진우가 먼저 씻을때도 있지만........난 불쾌하지 않다.

오히려 씻고 난 다음의 적당한 찬기온이 더 좋다.

서로에게 나는 샤워향도 좋고.......오히려 벗은 몸에 입을 맞추고 싶을 정도이다.

그럼 진우가 금방 반응을 보일것 같아........굉장한 자제심을 갖추고....애써 얼굴을 외면하고 있는 편이지만.....

암튼.......난 끈적임은 싫다.

 

"나두 맥주......시원하게...."

타월로 머릴 털어내며 진우가 말했다.

순간의 장난이 발동해 난 컵을 준비하며 앞접시에 맛소금을 조금 뿌렸다.

티 테이블에 맥주와 컵.....소금이 뿌려진 접시를 놓았다.

 

"여기서 마시자.......이리루와...."

내 손짓에 진우가 씨익 웃는다.

윽.......너무 멋지다.

입술 양 끝이 모두 올라간 얼굴.....

깊게 패인 주름안에 보조개도 함께한다.

샤프한 턱선이 주는.......부드러운 미소......저 미소가 평생 내 것이 되다니......

큭....생각만을도 짜릿함이 몸을 가로 질러 갔다.

 

"과일 없어.....?아까 들어 오면서 리틀토마토 하고 오렌지 산것 같은데.........?"

리틀 토마토......다른 이들은 모두 체리 토마토라고 하는데......

맥주를 쭈욱 들이키더니......냉장고를 연다.

 

"과일 보다 더 기막힌 안주가 있는데......."

내말에 금방 문을 닫고 날 본다.

문 여는 틈에 뿌려놓은 소금을 입술에 서너번 발랐다.

마른 입술이라 많은 양은 아니지만.....느끼기에 딱 좋을 만큼의 양이 입술위에 붙었다.

아마 짜지는 아느리라.......

 

"뭔데....?아무것도 없잖아...?"

빈 테이블을 보며 진우가 말했고 ......난 내 입술을 가리켰다.

"여기......끝내주는 안주가 있잖아.....?"

조금은......무안도 했지만.....그보다 더한 .....표현이 안되는 열기가 온 몸을 휘감아 쳤다.

진우의 얼굴이 .......표정이 ......첨엔 놀란듯.......지금은 상기된 표정이다.

붉은 색인가.....?

나 처럼......얼굴의 모든 세포가 제각기 서로 갈길을 잃어 버린듯......세포들의 교통이 혼란해진듯한.....그런 얼굴로 날 보고 있다.

시선 피하기가 쉽지 않아 맞 받아 치는 내게 진우가 손을 내밀며 날 잡아 당겼다.

맥주의 시원한 맛.......찬듯한  맛이 입술위에 느껴졌고......금방.....진우의 혀가 느껴졌다.

입술위로 불이 확 일은 느낌.......

 

벽으로 밀려나며 난 아찔함을 맛보았다.

내가 바란건......이정돈 아니였는데.......강도가 생각보다 셌다.

하지만......좋았다.

 

한참의 딥 키스가 ........끝났다.

진우의 눈빛이 짙어졌다.

벽에 대고 있는 내 등 뒤로 손을 내리며 진우가 말했다.

 

"너.....너말야.......굉장한거 알아....?"

"..........?"

"......아주 순진 ....청순한 얼굴로 ....가끔 이렇게 강한 도발을 하고........."

"......칭찬이야......아님 욕인거야....?"

"......둘다......남잘 아주 미치게 만드는 이런 재주........타고난 여우 아냐...?"

"....큭......."

웃음이 터졌다.

타고난 여우....?

글쎄....그럴지도.......

 

"저녁 뭐 먹을래.....?나가서 먹을까....?아님....시킬까...?"

".......나가긴 좀 귀찮은데......아니다 집에 가야 하니까......그냥 나가서 먹자....."

몸을 돌리는 날 보며 진우가 말했다.

팔 하나가 진우손에 잡혔다.

 

"내일 쉬는 토요일 아냐....?.....오랫만에 봤는데.......같이 있자...."

"......외박이 쉽지가 않아......생각보다 우리집 깐깐하거든......"

"......새벽에 들어가 그럼.......요즘 늘 야근하느라 바빴잖아....."

"지금도 이른 시간은 아니지.......벌써 9시가 넘었잖아....."

"......암튼......지금은 보내고 쉽지 않아...."

진우의 얼굴이 투정 난 어린아이 같았다.

놀려먹기 딱 좋은 얼굴......

입가에 슬며시 웃음이 돌았다.

 

"내가 그냥 나갈께.......붙어 있는 몸이 아니니까......떨어져 나가는게 어려운 일이 아니니까....ㅋㅋㅋㅋㅋ"

금방 날 향해 쏘는 진우였다.

정말 웃겼다.

예전엔 내가 진우의 놀림에 많이 당하곤 했는데......요즘엔 진우가 내 장난감이 된것 같았다.

메일로 늘 말장난을 하는 내게 진우가 기분 별로라고 경고했는데.......난 쉽게 그만 둘수가 없다.

정말 재미있는 장난이기에......

 

저녁은 그냥 안에서 시켜 먹었다.

아래의 상가에 있는 스타게티 전문점에서......파스타와 해물스타게티....와인도 주문했다.

맛있는 저녁 후에......감미로운 와인......그리고 키스.......분위기가 업됐다.

 

저녁전의 사랑이.......격정적이였다면........시장기가 잠재워진 후의 후식 타임인 두번째 사랑은 감미로움 이였다.

너무 익숙해......부드러운......그런 사랑이였다.

내일을 기약하며 헤어지는 시간이 아쉬움이 안되는 그런 시간......

진우와 만나면서 처음 느껴보는 .......아늑하고 편안한 시간 같았다.

늘 불안하고....초조했던......그런 시간이 많았는데........

그래서 늘 가슴 답답하고 아픔이 많았던 시간인데.......오늘은 행복하다는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일까.....?

가슴에 가득찬 물기가.......차다는 느낌이 안들었다.

오히려 따뜻하다는 기분.........

진우의 모든게 비로소 내 안에 들어왔다는 기분이 들었다.

밖의 찬 바람도......차게 느껴지지 않는 그런 저녁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