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관문 여는 소리가 들렸는지......이층에서 준우가 내려왔다.
뒤따라......약간은 풀죽어 보이는 서경이도 함께.....내려왔다.
들어서는 우릴 보더니 준우가 눈에 쌍심지를 켰다.
말은 않고 눈짓으로 이층으로 따라 오라는 시늉을 하곤 먼저 이층으로 올랐다.
공포분위기를 조성하는 준우였다.
진우가 손을 뒤로 내밀어 내 손을 잡아주었지만......마음이 조금 떨려왔다.
우리 셋중 제일 터프한 한준우다.
직선적인 성격이라.......말도 아주 조리있게.....합리적으로 잘하는 사람이 한준우였다.
아.......끔찍하다.
내가 어쩌다가 이런 상황을 만들었는지.....
애꿎은 진우의 등를 쏘았다.
이층으로 올라가 쇼파에 앉으려는데 준우가 말했다.
"오빤 방으로 들어가줘.......우리끼리 얘기하게....."
윽......목소릴 좍 깔고 말하는 준우......무서웠다.
"나랑 연관이 있는 일인데......그럼 안되지 ....나도 같이 있을께...."
진우가 여전히 내 손을 잡은체......쇼파로 앉으려고 하는데.......
준우가 발로 쇼파를 밀어내며 소리를 높였다.
"들어가라고 했다......오빠하곤......내일 얘기 할꺼니까......자릴 비켜줘....빨리..!!!"
준우의 행동에 우린 모두 놀랐다.
웃음기를 물고 있던 진우의 얼굴이 조금 굳어졌다.
진우의 눈빛을 그대로 맞받아 치는 준우.........둘 사이에 번개가 치는것 같이 강한 스파크가 일어나는 것 같았다.
난 슬그머니 진우의 손을 놓았다.
"그래.....오빤 방으로 들어가요.......우리 끼리 얘기하는게 낫겠어....."
분위기가 더 험악하게 변할것 같아 내가 말했다.
둘의 시선이 잠깐 내게로 왔다가 다시 마주보았다.
"괜찬겠어.....?쟤 성질 아주 드러운데......포악.난폭.흉악 하다구.....정말 내가 없어도 괜찮을까......?응....?"
"정말......야 한진우....너 정말 안들어갈래...?네 앞에서 신지원 죽어나는 꼴 보고 싶은거냐?정녕 네가 험한 꼴 보고 싶은 거냐구....!!!!"
준우의 말에 진운 찔끔한다는 표시로 어깰 한번 들썩이더니.......날 잠시 보고는 알았다는 얼굴을 하며 방으로 향했다.
그런 진우을 눈으로 쫒던 준우의 시선이 내게로 향했다.
어정쩡한 자세로 서있던 서경이 내 옆에 앉자.......준우가 코 웃음 치듯 '칫' 하는 소릴 냈다.
테이블위에 녹차가 놓여져 있었는데.......남겨진 물에 녹차 티백이 그대로 있어.....녹차의 색이 아주 짙었다.
어찌보면 검은색에 가깝게......마치 지금의 내속을 보는것 같다.
순간 위 에서 쓴물이 올라 오는것 같아 난 인상을 썼다.
"너 뭐하냐....?얼굴 표정이 왜그래...?인상을 내가 써야 하는데.....왜 네가 먼저 분위길 어둡게 잡아....?"
준우가 날 힐끔 쳐다 보며 먼저 선방을 날렸다.
난 서경일 보다가 준우를 봤다.
서경이 표정을 미처 읽기도 전에 준우의 시선에 잡혔다.
"서경이 에게 대강의 얘긴들었지만.......너 정말 우리오빠와 사귀는 거야......?"
"....그게......응.....그렇게 됐어...."
"그렇게 됐어......?말이 이상타......넌 원하지 않는데.......꼭 우리 오빠가 강제로 사귀자고 한것처럼 들리는데......그런거야?오빠의 강압적인 만남인거야...?"
"아냐......왜 말을 그렇게 해......서로 좋아서 만나는 거야..."
".....그래?너 옛날에 내가 우리오빠랑 소개팅 해준다고 했을때.....생각나...?"
"뭐...?"
"왜 전에 대학졸업 하면서 우리 오빠 친구들하고 소개팅 하자고 하니까 네가 그랬잖아.......바람둥이 남잔 질색이라구......불성실해 보여서 싫다구.....나 사실 그때 상처 많이 받았걸랑.....그래놓고.......이게 뭐야...?우리 오빠 그때보다 여자 관계 더 복잡하고 더 불성실한데..."
마치 고문하듯이 따지듯 묻는 준우였다.
옆의 서경인......아무소리 못하고 앉아 있었다.
"그리고 너 내 후환이 두렵지 않았냐....?감히 우리 오빠와 사귈 생각을 다하구...."
"나도 이렇게 얽히지 않게 하려고 무지 애섰어.......근데 그게 잘 되지 않았단 말야......한서경 얘기 다한거 아냐...?"
"다했어.....너랑 진우 오빠......내기한것도 다하구......진우 오빠가 계속 너 따라 다닌 얘기도 다 했어......"
진우오빠가 날 따라 다녀.....?
갑자기 웃음이 나오려 했다.
하지만 난 입술을 깨물었다.
준우의 표정이 씰룩이더니.......날 쏘았다.
하지만 첨 처럼.......무섭지는 않았다.
"너 아까 봤지.....?오빠 여자친구 주다인..."
"응...."
"우린 모두 오빠랑 다인언니가 결혼할 거라고 알고 있어.....엄마,아빠도......근데...이게 무슨일인지........"
부모님이 주다인을 진우의 결혼상대로 생각하고 있다는 말은 좀 충격이였다.
"오빠가 다른 여자들과는 달리......다인이 언니만은 건들지 않고......유일하게 잘 지켜내고 있거든....더구나 집에 데리고 온 여자친군 다인이 언니 밖에 없어.......대학때부터 사귀었으니 꽤 오래된 연인이지.......난 사실 좀 쇼크야..."
"진우 오빠 말대로 그냥 친구 아닐까....?영훈오빠랑 같은 동성 친구.......내 보기엔 그런것 같은데...."
서경이 잠시 날 보다가 준우에게 그렇게 말했다.
준운 잠시 뭔가 생각하는 얼굴이더니.....다시 날 봤다.
"오빠가 ......정식으로 사귀자고 한거야....?정말....?"
"응......"
".......네가 내 친구라서 책임감 때문에 만나는게 아니라고..?"
"야 한준우......아무리 허물없는 친구라지만......너 그말은 날 모욕하는거야...?"
순간의 열로 인해 내 얼굴이 붉어지며 소리가 높게 나왔다.
준우가 금방 미안하다며 자기가 심했다는 표현으로 손을 들어 흔들었다.
정말 화난다.
저런식의 말은......
"넌 동생이면서 네 오빠 성격도 모르니? 진우 오빠가 여자에게 어줍잖은 말장난을 하는 사람이야?"
"하긴.....왕병이 걸린 사람인데......세상 무서울게 없는 사람이지......그런식으로 말을 돌려 가며 하는 스타일이 아닌건 확실하지.....동생 친구라고 책임감이나 미안함.....그런것 아마 생각도 않고 있을껄.......왕이니까..."
서경이 말에 그렇게 답하는 준우.....
순간 웃음이 돌뻔했다.
왕이라.....
왕자병도 아니고......왕병......
맞는 표현같다.
정말 진운......자기위에 사람없고 자기 아래 사람이 있다는 식이니까.....
그런 느낌을 자주 받았으니까.....
"암튼....너 많이 힘들겠다......우리 오빠 은근히 까다로운 사람인데.......마음 고생 심할거야...다인이 언니 문제도 있고......사실 그 언니 좀 집요하거든.....머리도 좋아서 고단수고......사람 말꼬리 잡고 늘어지는덴 선수니까......"
"너 그럼 인정하는거야.....?지원이랑 진우오빠 사귀는것.....?"
"인정하고 안하고가 뭔 상관이야.....겪어봐서 알거 아냐....울 오빠 성격......내가 사귀지 말라고 한다고 해서 안그럴것 같아...?아마 우리 부모님이 절대 안된다고 반대해도 자기가 하고 싶음.....꼭 하고 마는 성격인데.........누가 말려....자기 말이 법인 사람인데......"
진짜 표현이 ......너무 격하다.
하지만.......반대 의사를 표현하기도 그렇다.
나와 서경이 마주 봤다.
준우의 말에......다른 이견을 붙이기가 쉽지 않음을 우린 둘다 쉽게 인정했다.
내가 몇번이나 빠져 나가려고 했던가......
그때마다 계속 걸려들고......마치 거미줄에 걸린 먹이마냥......빠져 나오려면 더 큰 줄에 걸려 내 몸을 스스로 옥죄이는 그런.........진우는 아마 거미중에서도 아주 큰 왕거미 일것이다.
거미라는 표현이......좀 그렇지만......
암튼 한번 찍은 목표물은 .......절대 안 뺏길것 같았다.
아주 강한 성격 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