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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님이 하신 김치를 친정에 나눠주는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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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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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모마일 2004-02-27

서경이 약국으로 갔다.

회사에서 통화하고 찾아 간다고 했다.

서경인 첨엔 기막혀 하더니.....이내 자기도 이모에게 일찍 말하고 나온다고 했다.

나도.....과장이나 부장이......들어가 보라고 해서 5시쯤 회사에서 나왔다.

김선배가 꼭 진우에게 연락하라고 했다.

피하는게 상수는 아니라고......

 

서경이 끄는데로.....근처 전통 찻집으로 갔다.

수정과의 시원함이.....좀 춥다는 느낌이 들었다.

 

"뭐야...?얘기해봐......일단은 한대 패주고 싶은데.......보이는 몰골이 말이 아니라서.....그건 얘기 다 닫고 난 다음에 해도 늦지 않을테니까.....지금은 참아줄께.....자 그러니까...하나도 숨기지 말고 다 얘길 해봐.....준비 됐으니까......."

 

길게 말하곤 호흡이 가쁜지.....신 호흡까지 하는 서경이였다.

 

사실....이젠 어느정도 감정 정리가 끝이 났다.

근 3일 동안 생각을 해 와서 인지.......연신 울어서 인지.....이젠 눈물도 더는 나오지 않았고....마치 내게 그런일이 생겼었나 할 정도로 마음이 차분히 많이 가라 앉아있었다.

 

서경인 내 얘길 듣는 동안 시시각각 얼굴 표정을 바꿔가며 놀라워 했다.

오화란이라는 사람의 행동에 기막히다면서.......여벌 키를 그사람이 가지고 있다는게 이해가 안된다고 했다.

날 찾아와서 자기가 진우의 첫 여자라는 말은 충분히 지어낼수 있는 말이라고 해도.....그 시간에 진우가 올거라는 거 하며.....여벌의 키라니......좀 이해가 안간다고 했다.

 

자기에게 라도 얘길 해줄 것이지....혼자 끙끙 됐냐며 나무라는 서경이 였다.

 

눈물은 없었다.

얘기하는 내내 가슴의 따끔 거림은 있었지만.......하소연 하듯이 눈물을 흘리는 일은 하지 않았다.

 

"영훈씨 통해서.....한번 물어봐 줄까....?영훈씨 얘기로도.....진우오빤.....다른 사람과 새로이 시작할 때엔 주변 정리 확실하게 한 다음에 한다고 하던데......오래 사귄사람도.....아마 네가 처음 이라는 얘기도 했었어.....아무래도 네가 맘에 톡톡히 든 모양이라고......"

"됐어.....난 정리 할꺼야......"

"....이대로는.....안될껄....?만나서 확실히 하는게 좋을거야......."

"물론 그렇겠지......조만간 만날 꺼야......"

"....근데.....내일 준우 오는거 그건 혹시 알아.....?"
"준우.....?"

".....응.....5시 도착이라며.....공항엔 당연히 회사 일이 있어.....바라진 않는다며.....퇴근하고 집으로 오라는데......이번에도 섭섭하게 하면 다신 안보겠데......알지...?"

"알았어......그렇게 하자...."

".....어쩜....진우 오빠와 마주치지 않을지도 몰라........바쁘잖아...."

"어쩜.....그럴지도 모르지...."

 

하지만.....불안하긴 했다.

아마도 내가 집에 나타날줄 알고 있으면......분명 열일 제쳐두고라도 집으로 오겠지....

하지만.....아마도 집에선.....아무일 없겠지.......

불안하긴 했지만......어차피 한번은 봐야 할 거라면.......길게 가면 좋을게 없을것 같다는 결론이 나왔다.

 

왠지 아까보단 맘이 홀가분 해졌다.

 

 

서경이와 만나서 가려다가......서경이 일이 생겨 먼저 가라고해서 혼자 준우네로 들어섰다.

12월이 다가오는데도.....딸기가 있다.

하우스 딸기......준우가 유난희 딸기를 좋아하지......

거금을 들여 딸기을 3팩이나 쌌다.

8시가 좀 안된 시간이였다.

 

집앞에.....눈에 익은 산타모가 세워져 있었다.

역시.....왔구나....

괜히 입가에 쓴웃음이 지어졌다.

인터폰을 눌렀다.

 

"누구세요....?"

여자 목소리.......준우인가.....?

아닌데.....높은 하이소프라노 였다.

그럼 어머님.....?

것도 아닌것 같다......

누구....우리말고 또 다른 친굴 부른걸까....?

 

"누구세요....?"

대답없는 날 향해 좀전의 목소리가 다시 나왔다.

 

"네.....친군데요.....?신지원 입니다."
어머니나 준우가 아닌게 분명한것 같아......그렇게 대답했다.

 

"신지원.....?준우씨 친군가요.....?"
안쪽으로 묻는건지.....아님 내게 묻는건지......분별이 안갔다.

그때 문이 열렸다.

 

'끼익' 하는 소리가 들렸다.

마당으로 한발 내 딛으며 작게 숨을 쉬었다.

잔디에 깔아져 있는 네모난 대리석 을 밞으며 안으로 들어갔다.

2층의 양옥집.......지은지 한 7년정도......요즘의 유럽식 건물은 아니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운치 있고......정갈한 느낌을 주는 집이였다.

 

현관 문이 열리며 준우가 뛰어 나왔다.

 

"야.....신지원.....!!!!!"

 

강아지가 주인을 반기는것 같은 폼으로 준우가 내게 뛰어 들었다.

들고 왔던 딸기 팩이 들어있는 비닐 봉지가 휘청 했다.

 

"서경이도 지금 막 출발 했다고 연락 왔었어.....진짜 반갑다 야...."
내게서 비닐 봉지를 받아 들며 준운 웃었다.

머리가 선머슴 처럼 바짝 짤려져 나가 있었다.

여름에 봤을때 보다 좀 마른것 같았다.

아마도 남자친구랑 헤어진게.....휴유증이 컸나 보다.

 

어머님과 아버님이 내가 들어서자 현관까지 나오시며 반기셨다.

두분다 .....너무 오랫만에 뵈었다.

늘 아버지 어머님이라 불러왔다.

대학 졸업하고 준우가 일본에 가기 까진.....왕래도 자주 했었는데......마치 오래동안 떠나왔던 집으로 들어가는 기분이였다.

 

저녁이 차려 있는 식탁에서 진우를 볼 수 있었다.

진우와.....또 다른 낯이 익는 사람......

주다인인가......?

전에 호텔 로비에서 봤던 사람.....?

상댄.....날 보고도 아무런 표정 변화가 없다.

놀란 것은 나뿐......?

기분이 이상하다.

분명 날 아는 얼굴인데.......어떻게 저렇게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을 지을 수 있는건지....?

머리속이 ....혼란스러웠다.

 

"우리오빠......알지......?예전에....얼핏 봤을거야.......오늘 어떻게 용케 일찍 왔어.....요즘은 덜 바쁜가봐......."

준우의 소개에 난 진우에게 작게 머릴 숙여 보였다.

진우도 내게 잠깐 시선을 주었다.

마음이 심하게 동요가 되고 있었지만......내색하지 않으려 마음을 다 잡았다.

 

"오빠 옆은......주다인.......오빠친구야......원래 약속이 있었는데.....밥만 먹고 나갈꺼야....둘이 데이트 중이거든...."

 

주다인 이라는 여자가 내게 환하게 웃었다.

동생 친구.....보듯이......

환하게 웃는 그녀의 미소가 ......아팠다.

 

 

서경이가 영훈이와 함께 왔다.

둘이 어떻게 같이 왔냐는 말에.....영훈이 서경이완 우연찮게 좀 알게 되었다며 약국을 핑계거리로 되었다.

준우는 뭔가 의심의 냄새가 난다는 얼굴이였지만........저녁 식사 시간이여서 이지 별다른 얘긴 없었다.

 

저녁을 대강 치우고 준우는 어머니가 씻어주는 딸기와 차를 받아 들며 이층 자기 방으로 가자고 했다.

영훈이와 다인이......진우에게 이젠.....각자의 시간을 보내라며 ......우린 올라가 보겠다고 했다.

 

정말 뜻밖이였다.

준우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진우가 영훈이에게 다인이를 바래다 달라고 했다.

인상을 쓰는 다인의 얼굴과 알았다며 쉽게 응하는 영훈이.......

아마도 영훈인 진우가 불렀나 보다.

 

"괜찮아......오빠 나가도돼....나 일요일 까지 있을꺼니까.......신경 안써도 된다니까....?다인이 언니한테.....내가 괜히 미안해 지잖아...."
"아냐.....나도 낼 부턴 시간이 없을지도 몰라서 그래.....오랫만에 동생 얼굴이나 보게 ....다인인 영훈이랑 이만 가라....."

"아이....괜찮다는데......난 우리 셋이만 있고 싶단 말야.....!!!"

 

떼를 쓰듯 노골적으로 인상을 쓰는 준우였다.

보는 우리가 민망할 정도로.....

 

"그만하고......동생 친구들 한테 오랫만에 오빠노릇좀 하려고 하니까......"

그러면서 영훈이 에게 눈을 찡긋 거렸다.

기분이 나쁘다는 얼굴을 하고 있는 다인일 영훈이가 등을 토닥거리며 데려 갔다.

정말.....기분이 아이러니 했다.

 

"다인이 언니한테 너무 하는것 아냐....?앞으로 결혼할 것 아냐....?나중에 오늘일에 대해 두고 두고 말을 들을텐데......왜 그래.....?"

"결혼 할 것 아냐......우린 친구야.영훈이랑 모두...."

".......웃기고 있네.......다인이 언니 좋아하면서....."

 

투덜거리듯 말하는 준울 진운 잠시 봤다.

괜히 가슴이 뜨끔 거렸다.

자신에게 시선 고정 시키는 진울 보며 준운......첨엔 맞받아 치더니.....계속 되는 진우의 시선에 모를듯한 얼굴이라는 표정을 지었다.

 

"왜그래.....?나 한테 뭐 할 말 있어.....?"

침묵을 참지 못하고 준우가 먼저 입을 열었다.

나와 서경인 왠지 불안했다.

진우가 폭탄이라도 터트릴 것만 같았다.

 

"여기서 이러지 말고.......우리 먼저 방에 가 있을께....?"

서경이 중간에 나서며 말했다.

준운 아직 자길 내려다 보는 진울 보고 있었다.

 

나와 서경이 움직 이려 하는데 진우가......기어이 폭탄을 터트렸다.

서경일 따라 올라가려는 내 손목을 잡았다.

나만큼 이나 준우가 놀랐다.

 

"아까 네말대로.....너 일요일 까지 여기 있을꺼니까.......지원인 오늘 내가 데려갈께......넌 담에 봐....미안하지만...."

"뭐.......?뭐.....하는 거야....?지금....?"

얼마나 놀랐는지.....준우의 말은 소리가 되어 나오지 않는것 처럼 들렸다.

 

"둘이......둘이......잘 .....알아....?엉........?"

나와 진울 번갈아 보며 준운.....뒤로 넘어가기 일보 직전 이였다.

팔을 빼려는 내 행동에 진운 잡은 손에 더 힘을 주며 놀란 얼굴을 하는 준우에게 말했다.

 

"어쩜 네 올케가 될 사람은 다인이가 아니라.......지원이 일지도 모르지...."

"뭐......어.....?"

'캑'

다소 과장스러운 몸짓을 하며 준우가 계단위로 털석 주저 앉았다.

서경이 야...준우야....괜찮아.....?

하면서 준울 흔들고 있었다.

난 진우에게 잡힌 손을 빼지도 못하고.......진우에게 잡혀......현관을 나섰다.

정말......이럴수가.....

다혈질.....한진우.....

얼마나 화가 나 있는지.......온몸으로 전해져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