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있었다.
진우에게 전화가 올까봐 핸폰 꺼놓고.....회사도 연가쓰고.....언니네 집에 가 있었다.
서경이 에게서도 전화가 왔지만.....언니편에 받고 언니가 모른다는 얘길 대신 해주었다.
어딘가로 꽁꽁 숨어 버리고 싶었다.
당분간은......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았다.
근 3일을 그렇게 숨어 있었다.
첫날 물어보던 언니도 내가 입을 앙 다물고 아무말 않고 있자.......내 성격을 아는지라 포기도 빨랐다.
병원일이 바빠....체력이 딸려 내게 신경쓸 여력이 없는것도 내겐 다행스러운 일이였다.
때 맞춰 형분 이번엔 노르웨이로 출장 중이였다.
격일제로 집에 들어오는 언니와....출장간 형부......숨어지내기엔 딱 이였다.
수요일 아침.....엄마가 전활 해왔다.
회사엔 언제까지 안나갈 거냐는.....
겨우 월요일과 화요일 이틀 결근인데......어제부터 전화 해서 닥달이다.
안그래도 지금 출근 준비중인데.......
며칠 잠 못자고 굶고.....겨우 물만......요플레.....과일 정도....만 먹고 지냈다.
그래서 인지.....눈이 운푹 패이고.....눈 밑에 검은 그림자도 생겼다.
쌍거풀은 몇겹인지......봐 줄수 없을 만큼.......말려들어가 있었다.
마치 영양실조 걸린 남미의 기아마냥......그렇게 얼굴은 많이 상해 있었다.
하루내내.....이틀 내내.....연거푸 생각을 해봤다.
오화란과 한진우....정말 내가 모르는 무언가가 있는건가......?
전해 들은 얘기로는 진우가 오화란을 아주 성가셔 하고.....거의 상대도 안한다고 하던데.....그건 아닌가 보다.
남녀 사이는 본인들 입에서 나오는 얘기가 아니면 모두가 추측이니까.....
부부싸움을 보고 칼 들고 두부베기라고 하니까.....
아무도 모르는 둘만의 ......얘기가 있는게 아닐까.....?
진우가 그렇게....생각없이 구는 ......예의라곤 찾아볼래야 볼수 없을 만큼의 무례한 사람을 가까이 두고 있다는 것도 믿을 수 없는 일인데......내가 모르는 무언가가 정말 있는걸까....?
정말 화가 났다.
여벌의 열쇠키.......
그런건 아무에게나 줄 수 있는게 아니라고 늘 생각해 왔었는데.....
그래서......만나오면서......언제쯤 내게 건네주나 늘.....마음 졸이며 기다렸다 받은거였다.
쉽게 맘 놓지 말라는 내 딴에는 ......무언의 압력도 넣으면서......그렇게 받아낸 키였다.
분명 진우도 내게.....아직은 온전한 마음을 준게 아니라.....이젠 어느정도 나에 대해서 알게 되었을 거라 여기고 내게 건넸을꺼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그게 아니였나 보다.
누구에게나......쉽게.....건네주었던 것이다.
나와 오화란.....그리고 또 다른....여러명의 사람들......
모두가 공유할수 있는 편한 남자.....
난 나눠같기는 싫다.
반반 편을 갈라 나눠갖는건.....절대 싫다.
나도 온전히 내주는데......반쪽....혹은 그 반쪽의 반쪽일 수도 있는 사랑.......그건 절대 아니다.
용납할 수도......이해 할 수도......뭐라도 해도.....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온전히 내것이 아니면.......버리는게 나다.
그게 많이 아프더라도.......치유가 될 수 있으니까......
아무리 한진우가.....세상에 단 하나 뿐인 잘난 남자라도.....온전한 내것이 아니면......내것이 아니라면......버릴 수 밖에.....잊어 줘야지.......밑바닥 까지.....완전하게 잊어 줘야지.....
그게 내가 내린 결론이다.
힘들게 시작하는 사랑은 늘 .......힘들것이다.
난 끈기도......인내도......더구나 기다리는 건 죽어도 못하니까.......
혼자 자학 하는 것도.....내겐 익숙한 경험이 아니니까.....
늘 그래왔다.
힘들면.......피하고.....숨어다니고.......결국엔 상대가 지쳐서 떨어져 나가고.....요즘 남자들은 정말 쉽게도 잘도 떨어져 나간다.
아무 미련없이.....그렇게 쉽게 잘 떨어져 나간다.
인스턴트식의 사랑......사랑이라고 부를 가치도 없지......쉽게 타오르고 쉽게 식어버리는 캔에 든 커피처럼......그렇게 빠르게 감정 정리가 되는가 보다.
아마도 진우는 더하지 않을까.....?
나랑 사귀면서.....늘 힘들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데.......아마도 아무 연락도 없이.....이렇게 숨어버리는 나에 대해서 많은 실망를 했을 것이다.
쿨한사람......맺고 끊음에 있어 칼 같다는 사람이 아닌가.....?
아무 이유 없이 숨어버린 나에대해서........아마도....어쩜 벌써 정리가 끝났을지도 모르지.....주위에 널린게 괜찮은 여자들 투성이니......언제든지 팔만 벌리면 품속으로 뛰어들 여자가 어디 오화란 뿐이겠는가.........?
썼다.
입안이 아주........
흘러 내려온 눈물은 짠것 같은데.......입안은 섰다.
아주 많이.....속이 미식거릴 만큼.....
"너 말야......어떻게 된거야....?"
자리에 앉기가 무섭게 김선배가 차 마시자며 날 불러냈다.
휴게실로 끌고가 의자을 빼서 앉히더니.......쏘는 시선으로 날 봤다.
"얼굴......굉장하네......부장이 너 보고 조퇴하라고 하던것 같던데......그냥 들어가지 그래....?"
정말 그랬다.
출근하자 마자 찾아간 부장이 날 보며 몸이 안좋아 보인다며.......조퇴하고 들어가라고 했다.
당분간은 바쁜일이 없으니까......몸 안좋을때.....확실히 쉬어 두라고 했다.
여름 휴가도 반납하고 일만 했으니까........그정도는 봐줄수 있다고......
여름에 준우에게 가기로 했었는데.....일이 마무리가 안되어서 휴가를 가지 못했다.
서경이만 혼자 일본에 다녀왔다.
부장은.....무리하면서 나오지 않아도 된다고 했지만........
"너 한진우 하고 정말 어떤 관게야....?"
김선배가 내게 녹차를 내밀며 물었다.
아무 대답없는 날 잠시 보더니 김선배가 말했다.
"진우가 .....어제....그제....여기 왔었어.....이틀 동안 후배 잘 못둔 죄 톡톡히 받았어......갑자기 사라져 버린 널 내가 어떻게 안다고......무슨일인지.....말하기 싫어....?"
"..........?"
"......너 걔 잘 몰라서 그러는데......이런식으로 끝내는것 옳지 않아......나도 확실한건 잘 모르지만......한진우 그사람......여자에게 이런식으로 따라 붙는 사람은 아냐.......내가 알기론 그래.....네게만은 다른것 같아......암튼.....너 오늘이라도 걔 만나......난 사실 한진우 걔하고 별로 친하지도 않아......늘 내겐 어려운 사람 이였단 말야......더는 싫어.....야.....알았지....?"
말 꼬릴 내리며 말하는 김선배 였다.
어쩜 그럴수도 있겠다 싶었다.
김선배와 내가 같은 회사라는 거 알고 있으니까.......선밸 통해 회사로 날 찾았을수도 있겠다 싶었다.
괜히 김선배에게 민폐을 끼친것 같아 미안했다.
"너 회사 나오면 꼭 좀 연락달래......네 친구 한서경도.....여러번 전화 했더랬어.....너 제발 그 잠수타는 버릇좀 고쳐....."
마지막 말은 힐난에 가까운 말투 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