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헤어지고 벌써 일주일이 지났다.
전화는 없고 가끔 메일이 왔다.
두세줄의 아주 간단한 글귀.....
바람이 찬데 감기조심........밤길 위험하니 야근은 피했으면 한다......보고 싶다.등등....
그때마다 더 보고싶고 만나고 싶었지만........손가락을 꾹꾹 눌러가며 참았다.
내가 시간이 한가해지니까......서경이 괴로와 졌다.
늘 퇴근 시간이 이른 내가 먼저 가서 영훈이 대신 서경일 기다리고 있다가 낚아채서 오곤했다.
둘 만나는 자리에 끼여서 일부러 빈축도 싸고 했지만......서경인 내겐 둘도 없는 친구다.....내 외로움의 시간을 함께 죽여주는 친구.....영훈씨에겐 미안했지만.....할수 없지.....하지만 가끔은 둘만 만나게 시간을 내준다.
영훈씬 다정다감한 남자다.
위로 누나만 둘 있어서 인지.......성격이 부드럽고.....다정하다.
서경일 많이 배려해주는 타입이다.
올케 시집을 사는 서경이 에겐 비타민 같은 존재다.
서경이 올켄 가을이 시작되자 마자 서경이 에게 사귀는 사람 없으면 선이라도 한번 보라며 자기 측근을 통해 선 자릴 몇번 말해 왔다고 한다.
용케 서경이 한번의 트러블도 없이 잘 참아내고 있었다.
최근엔 영훈씨와 사귄다는 말을 해두었단다.
아직 결혼얘긴 운을 띄진 않았지만......괜한 올케의 신경전은 그만하고 싶다는 생각에 좋은 만남을 시작 하고 있다는 얘기만 해두었단다.
밖의 바람이 찼다.
언니네 집으로 갔다가 오빠에게 호출을 받았다.
새언닌.....딸을 순산했다.
첫딸은 살림 밑천 이라는데.......우리식구 모두는 정말 좋아했는데.....새언닌....기분이 별로 였다.
오빠가 장남이여서 인지.....알게 모르게 아들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나 보다.
첫딸인데 뭐 어떠냐는 언니의 얘기가 있었지만....안전빵이 좋다고.....서운한 기분이 들었는지.....첫날은 기뻐하지 않았다.
이제 낳은지 거의 20일이 가까왔다.
분유대신 모유를 먹이고 있었다.
학원은 오빠의 강경한 반대로 사표를 내었다.
새언닌 많이 아쉬워 했지만......아이를 위해선 어쩔수 없지......
하루종일 서 있는 직업이고......밤늦게 끝이 나는 일이니......아이를 봐줄 다른 마땅한 사람도 없고.....오빠가 학교 선생직을 택한 이유도 있고 하니.....새언닌 오빠가 교수직 되신 고교 교사직을 택한거에 대해 아직 많은 미련이 있어 보였다.
엄마가 이틀 간격으로 집으로 다니고 있다.
첨 2주 동안은 친정어머님이 산후조릴 해주시는 바람에 보고픈 손녀 얼굴 제대로 못 봤다며 엄만 아쉬워 했었다.
그래서 가끔 일찍 들어가는 날은 빈집일 때가 많다.
아주 가끔이긴 하지만......혼자있는 집은 썰렁했다.
아빠도 거의 늦으시고.......
오빠의 호출은 .......선자리였다.
괜찮은 후배가 있는데 한번 만나보라는 얘기였다.
잠깐 진우가 떠올라 사귀는 사람 있다고 둘러 댔는데 오빤.....그쪽에서 날 꼭좀 보고 싶어 한다며 언제한번 시간내라고 했다.
거절을 하더라도 자기가 하기엔 관계가 좀 그렇다며 내가 직접 하는게 낫겠다는 얘기를 덧 붙였다.
누군가 짐작이 가긴 했다.
오빠 대학 후배로 지금 사법연수원에 있는 사람이였다.
고시 붙으면 내게 프로포즈 하겠다고 가끔 말해오던 사람인데......사실 난 별로다.
성격도 너무 나서는 면이 있고.....자만심에 가까운......사시만 붙으면 세상의 모든 여자가 자기 에게 무릎이라도 꿇을줄 아는......시대 착오적 발상을 가진 사람.....피곤한 타입.
집안도 웬만큼 살고.....형제만 있는 집의 차남.....호조건 이라고 언젠가 오빠와 함께한 자리에서 내게 은근히 자신을 비쳤다.
오빠도 인간 됨됨이가 맘에 안드는지.....내게 소갤 시키지 않고 있었다.
오빠와 전혀 다른 타입인데.....곧잘 오빠에게 연락하며 아는체 하는게 아마 나와 연관이 있을꺼라는 얘길 오빠도 했었다.
몇번 빙 돌리며 말을 했지만....제대로 먹히지가 않았는지 오빠가 내게 맡겼다.
본인 입으로 들으면 떨어지겠지 싶은 생각에서........새언니도 그사람이 맘에 안드는지 눈쌀을 찌뿌렸다.
정말.......모두 에게 미운털이 박혀있나 보다.
시간도 넉넉한 요즘.......난 토요일로 시간을 잡았다.
오빤 너무 빨리 잡는거 아니냐며 걱정을 했지만....어차피 거절 할것 빨리 만나는게 오빠도 덜 피곤할거 아니냐는 말에 아무말 없었다.
그날.......
그 한준석과 만나기로한 청담동의 리베라 호텔......커피숍에서 난 진우를 봤다.
약속시간인 2시에 맞춰 내가 호텔 입구로 들어서는데......진우가 여자와 함께 호텔을 나서고 있었다.
옆의 여잔 첨 보는 얼굴이였다.
앞뒤 머리가 같은 길이로 단정하게 잘라져 있는.....지적인 분위기의 미인이였다.
진우와 아주 친한듯 어깨을 부딪치며 입구로 나서고 있었다.
잠깐 나와 그 여자의 시선이 만났다.
진우에게 무언가 말을 하기위해 얼굴을 진우의 어깨로 기울이고 있던......여자는....꽤 괜찮은 모양새을 하고 있었다.
날 보고 진우도 걸음을 멈췄다.
의외라는 얼굴......놀란듯 해 보였다.
바쁘다더니.....내겐 전화할 시간도 없다더니......
토요일 오후에 호텔이라........
기분이 굉장히 나빴다.
이미 약속시간이 좀 지난터라 난 내게 아무런 말도 안건네는 진울 지나쳐 안으로 들어섰다.
자동문이 열리고 안으로 들어서는데 진우가 날 불렀다.
"여긴 웬일이야.....?약속있어...?"
".......응.....그쪽은...?"
"친구야....대학동창.....그제 영국에 있다가 들어왔거든......잠깐 보러 나온거야....."
상대 여잔 아직 밖에 서 있었다.
보통 따라 들어올텐데......이상하다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
"약속......뭔데.....?토요일 오후 라면.....?"
눈을 가늘게 뜨며 떠보듯이 묻는 진우였다.
잠시....말문이 막혀 아무말 못하고 있었다.
뭐라고 대답을 해야 하는 망설임......
짐작을 하고선 물어보는 말투였기에......더 대답이 쉽게 나가지 않았다.
"선 보는 거야....?"
대답않는 날 보며 진우가 먼저 물었다.
잠깐......둘러댈까 하다가......그게 더 이상한것 같아....난 고갤 끄덕였다.
갑자기 진우가 픽 하고 웃었다.
괜히 죄스럽고 .....무안해지는 기분.....
"얼굴 안본지.....겨우 열흘 좀 지났는데.......내게 아무런 통보없이 선을 본다?.....무슨 뜻인거야.....?"
입구를 막고 서있기가 뭐해......옆으로 잠깐 비켜났다.
밖의 여자가 안으로 들어왔다.
나와 진울 번갈아 보며......의아해 하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전부터 얘기가 있던 거야......거절하려고 나온 자리고......괜한 오핸 하지마...."
"......거절하러.....약속장소에 나온거라구....?말이 된다고 생각해...?"
"....말이 안되도 사실이니까.....난 더 할말 없어.......얘긴 다음에 만나서 해...."
잠시 아무말 없이 날 보더니 진우가 말했다.
"내일.....5시쯤......잠깐 볼까...?"
"내일은 우리 모임 있잖아....?빠질려구...?"
진우의 말에 여자가 끼었다.
진우가 잠깐 그녀을 보더니 내게 시선을 돌렸다.
"모임은 6시 부터니까......잠깐 시간을 내면 돼......"
말은 여자에게 시선은 내게.......기분이 묘했다.
소개도 시켜주지 않고......
여자의 얼굴이 조금 굳어 졌다.
약속시간이 많이 초과되어져 있기에 난 전화 하겠다는 말만 하고선 다시 안으로 들어섰다.
뒤에서 날 잠시 보고 있다는 시선을 받으며......등이 무척 아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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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들어 왔는데......둘째가 등 뒤에 붙어서 징징 거리네요.....
로봇 전시회 보고 왔는데....재워 놓고 나왔는데......따라 나왔습니다.
요즘 많이 이것저것 바빳거든요......암튼 ....내 뜻대로 되는게 없는 요즘입니다.
님들은 보름달의 정기을 맘껏 받으셨는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