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1,420

15


BY 카모마일 2004-01-09

긴장되는 토요일 오후......

오늘은 쉬는 날이라 아침 일찍 목욕탕에도 다녀왔고....머리도 미용실 에서 가볍게 손보고....사실 쉬는 날인데 너무 일찍 눈이 떠져서......할일도 없고 해서 ...평소 하지 않는 패턴방향으로 움직여 보았다.

오전에 약국에서 근무하는 서경인 맘이 계속 편치 않다며 자긴 안나가면 안되냐고 궁시렁 거렸다.

아마도 자길 보고 싶어 한다는 사람이 누군지 알것 같다는 말투.

전에 ....클레오파트라 에서 영진이 내가 진우 오빠와 나가버리자 강영훈인가 하는 사람을 찍었는데.....그 강영훈이 날 따라 나서는 자길 계속 잡으며 딴지를 걸어 영진이가 기분이 나빠져 술을 엄청 마셨다고 했다.

내겐 말 을 안했지만 나중에 영진이가 나에 대해서 서경이 에게 잔소릴 퍼부었다고 했다.

그래서 강영훈 이라는 사람에게 만날때 마다 쌀쌀 맞게 대해서.....웬지 나가는게 내키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나 또한 절대 혼자 나갈수 없는법....

꼭 같이 나오라고 했으니까......네가 안나가면 나도 나 갈수 없다고 못을 박았다.

그럼 둘다 나가지 말까...?

라고 하는 서경이.....

그럼.....진우 오빠가 가만히 있을까.....?너도 봐서 알겠지만.....한 성격 할껏 같지 않아..?후환이 두렵지 않겠어....?

라는 말도 대꾸했다.

그제서야 서경인 더는 아무말 못하고 꼬릴 내렸다.

마치 그물안에 잡힌 고기처럼......우린 뻐금 거리기만 했다.

 

6시 30분쯤....강남역에 도착했다.

서경이 누군가에게 물었는지 '알카포네'라는 호프집을 알아냈다고 했다.

강남역 맞은편에 있는 호프집인데.......우리가 생각하는 데와는 많이 달랐다.

시끌시끌 하고 사람들 많고......조명 희뿌옇고.....암튼 그런덴 아니였다.

호프집 이라기 보다 작은 재즈빠 같았다.

사람들도....마치 회원제 클럽모양.....모두 성인 [?]....좀 적당히 나이가 있는....그런 사람들 이였다.

편하게 쉴수 있는 공간.....음악도 작게....낮게 흐르고.....편한하게 배치되어 있는 테이블.....작은 파티선 이 칸막이가 되어 주는......고급스런 바 같았다.

괜히 주눅이 드는 기분.....

우리가 들어서자 웨이터가 금방 다가왔다.

 

"성함이...."
"네...?"
"....저 여긴 회원제 거든요......"

역시....

나와 서경인 마주봤다.

그럴줄 알았어....

호프라고 하면서 지하에 있다니....

낭패한 기분....

우리가 그러고 있는데 웨이터 뒤 쪽에서 누군가 걸어 나왔다.

 

"아....우리 일행이야..."

강영훈 이였다.

우릴 향해 미소짓는 ......서경이 얼른 고갤 숙여 보였다.

나도 덩달아서 고갤 숙였다.

강영훈의 말에 웨이턴 그러냐며 우리에게 미소 하더니 안으로 들어갔다.

어째....호프집 치고는 사람들이 별로 없더라니...

 

"일찍 왔네요.......?이런일이 생길것 같아 전 30분 일찍 나와 있었거든요..."

자릴 안내하면서 강영훈이 그렇게 말했다.

머릴 잘랐는지.....전 보다 더 어려보이는 얼굴이다.

편해 보이는 다크블루색의 니트와 물빠진 스노우 청바지.....깔끔한 인상이다.

전엔 안경을 안섰는데......오늘은 물빛의 무테 안경을 쓰고 있었다.

젠틀한 멋이 풍기는 사람이였다.

정말 딱 한서경 타입이다.

서경이.....답지 않게 긴장하는 모습이 눈끝으로 보였다.

 

"진운....좀 늦을것 같아요......아직 일이 남았다 하네요...."

"네..."

"저녁 전이죠...?여기 간단한 식사는 되니까.....우리 먼저 요기 할까요...?"
"아니.....이따 오시면 같이 하죠.....?"
"좀 많이 늦을지도 모르는데........."

"네...?"

"유럽은 지금 새벽이니까.....아마도.....빨라도 9시는 되어야 할 것 같은데...."

".....그럼....약속을 다음에 잡아도 됐을텐데......"

"그땐 이럴줄 몰랐거든요......암튼....미안하게 됐네요..."

"....그쪽이 미안한건 아니지요......이건...."

서경이 말에 강영훈은 밝게 웃었다.

 

주문했던 음식이 라거와 함께 나왔다.

저녁은 따로 시키지 않아도 된다고 했는데.....먹음직 스럽게 구워진 새우와 해물모듬이 나왔다.

오면서 베이글을 먹었기에 사실.....시장기는 없었다.

라거을 따라 주는 강영훈은 ......서경이에게 관심이 무지 많다는걸 굳이 숨기지 않았다.

서경이도 눈치 쳇는지.....많이 무안해 하고 있었다.

아마 둘다 서로에게 호감이 있는 얼굴이다.

괜히 둘 사이에 끼어있는 것 같아 맘이 편치 않았다.

 

얼마간의 시간이 흐르고 한진우가 나타났다.

아직 일하는 중이라는 표시가 났다.

겉옷을 걸치지 않고 타이 없는 파란색 반팔 셔츠 차림이다.

일을 할때 머릴 자주 만지는지......전과 달리 머리칼이 흐트러져 있었다.

 

아......왜 저런 흐트러진 모습에도 이렇게 맘이 쿵딱거리는 건지.....

아마도.....열병에 걸렸나 보다....

연하게 맡아지는 향은.....샤넬에서 나오는 에고이스트....

남성미가......페르몬이 펑펑 뿜어져 나오는군......

향에 취해서 .....졸도 하고 싶으다 정말.....

 

"아...미안.....일이 아직 진행중이라서......불러 내놓고 얼굴도 안 비추는 건 예의가 아닌것 같아서 잠깐....선배에게 말하고 나온거야...."

시계 바늘은 벌써 9시가 훌쩍 넘어있었다.

저녁도 못먹었는지......안주가 싹이였다.

과일안주와 낙지 소면을 시켰다.

좀 안어울리는 메뉴인데.....낙지소면은 한진우가 과일안주는 서경이가....동시에 말한거였다.

금방 서경이 자기쪽 메뉴을 취소하는데......진우가 쏘는 거니까 부담 갖지 말라며 강영훈이 다시 주문했다.

금방 한진우가 쏘았지만 강영훈은 아랑곳 하지 않았다.

앞에 자리가 있는데도 굳이 내 옆으로 와서 앉으며 은근 슬쩍 몸을 붙이는.....진우....

알면서 그러는건지.....아님....모르고 그러는 건지.....

암튼.....가슴팍의 탄탄함이 어깨 등 뒤 쪽으로 느껴져서 온몸의 신경세포가 발짝 반응하고 있었다.

모든 피가 그 쪽이 흐르는 통로인줄 알고 모두 몰려있었다.

살짝 등을 떼었지만......더 깊숙이 붙여오는 가슴.....

알면서 그런다는게 이번엔 확연히 느껴졌다.

 

"미안해서 어쩌지.....난 금방 일어나 봐야 겠는데...."

소면을 몇 젓가락 먹은뒤 내려 놓으며 한진우가 그렇게 말했다.

"일이 그렇게 바쁘냐...?"

"좀....아마도 이번엔 무리수가 좀 따를것 같아.....유로화가 달러를 앞질렀으니...."

"와....벌써 야근이 며칠째냐...?너 용케 그러고도 잘 버팅긴다......끼니는 제때 먹고 있는거야...?얼굴이 좀 안되어 보이는데...?"

"너 모르냐...?여자들은 너처럼 통통한 남자보다 나처럼....야간은 마른듯한 남자에게 더 섹시함을 느낀다는것.....넌 아직 한참 멀었어 쨔샤....ㅋㅋㅋ"

 

정말....저 자신감은 대체 어디서 나오는 거야.....

서경이도 큭큭 거리고 웃었다.

강영훈은 기막혀 하면서도.....쉽게 한진우의 말을 인정하고 있었다.

웃겨.......

 

"서경인 영훈이랑 같이 가라.....너 보고 싶다고 제발 전화좀 해주라고 난리였거든....쟤가..."

"야...한진우....너 이자식...."

얼굴이 금방 이라도 터질 것 같은 토마토 빛을 하는 강영훈을 보며 난 웃음이 나오려 했지만 입술을 꽉 깨물었다.

서경이 얼굴도 그에 못지 않게 붉어져 있었다.

 

"지원인 내가 볼일이 있으니까.....나랑 나가자..."

그러면서 얼떨떨해 있는 내 손을 잡아 일으켜 세웠다.

 

"계산은 잘나가는 형님이 내고 가마....맘껏 마셔....분위기 잡고....ㅋㅋㅋㅋ"

정말.....

강영훈은 손에 이마을 얹은체......숨죽이고 있었다.

스타일 다 구겨진다는 얼굴.....

서경인 겨우 웃음을 참고 있었고.....나도 그렇고....

 

 

 

"어디가서 따로 마실만한 시간은 안되니까.....집에 데려다 줄께...."

밖으로 나오며 한진우가 그렇게 말했다.

"아녜요....바쁘신것 같은데......그냥 혼자 갈께요..."

"아냐....그럼 내가 너무 섭하지......."

"....넷...?"
"내가.....이 순간을 얼마나 손꼽아서 기다렸는줄 알아.......이렇게 허무하게 헤어질 순 없지....가자....가면서 말하지......집 여기서 얼마 안되잖아....?"

 

그렇다 .

우리집과 강남역은 겨우 세정거장 이다.

걸어서 가도.....20분이 체 못되는 거리다.

준우에게  들은걸까...?

우리집이 어디인지......?

 

성큼성큼 앞서 걷는 모습이 보기에 좋았다.

키도 큰것이......스타일도 죽인다.

저러니 따르는 여자들이 많지.....

말 발도 재치있고.....순발력도 있고.....센스도 빠르고.....돈도 많고.....

안 넘어가는 여자가 이상한거지......휴....

왠 한숨...?

너무 빠른 내 반응에 잠깐 당황스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