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뜻밖이였다.
오후 내내 울리던 핸폰 소리......
경진이였다.
원규에게서 한번.....둘이 같이 있다며...내가 올때까지 기다리고 있을거라는 얘기였다.
좀 짜증이 일었다.
사실 나이차도 없는데.....늘 나보면 선배라고 불러 제끼는 박경진....사실 동갑이면서....
재수해서 들어온게 자랑은 아닐진데....늘 날 보면 선배란다.
변죽좋은 .....여자였다.
뒤끝이 없고.....여럿이서 있을 땐 호탕하고.....뒤끝이 없는 남자같은 여자다.
둘만 있게 되면 묘하게 긴장해서 사람 무안케 하는 특이한 여자이기도 하고....암튼....내게 자주 전활 걸어오는 대학친구중 하나다.
혼자서는 결코 날 불러내지 못하는.......여자.
그게 바로 박경진 이였다.
여자 후배들에겐 인기가 좋은 사람......
남자들도 모두 부담 안가게 하는 사람이였다.
오전 내내 한번 만나 달라는 화란인 내가 나오길 기다렸다가 나타났다.
차를 빼서 나오는 데.....회사앞 정문에서 내가 나오는걸 봤는지....불쑥 앞으로 나타났다.
성가신 존재......
거래업자의 자식만 아니라면 쉽게 무시하고 지나갈 텐데.....
제법 큰 손인 사채업자의 장녀다.
화란일 통해 그 아버질 만난 계기가 된거니까......모른척 시선 외면 하기가 쉽지않다.
그걸 알고 덤벼드는 게....더 싫다.
확실히 넌 아니라고 눈치를 주고 있지만.......둔치인지.....아님 알고도 모른척 무시하는 건지.....성가신 존재.
그래서 경진이 에게로 걸음 했다.
원규도 모처럼 보고 싶었고......경진과 화란이 앙숙인 것은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니까...
자연스레 둘을 함께 떨구어 내고 원규와 바에 가서 술잔을 기울일 생각이였다.
근데.....거기에 신지원이 있다니....횡재한 기분이였다.
사실.....조금은 반갑지 않은 맘도 있었다.
신지원이......내 동생 준우의 단짝이라는 ......그 사실이 조금 꺼름찍 했다.
그때.....찜질방에서 만났을때......
싫다는 날 끌고 영훈이 자식이 계속 끌었다.
여자들 처럼....아님 나이드신 어른들이나 가는 곳에 가야 하냐며 그냥 사우나나 하자는 내말에 영훈이 한번 와보라며.....계속 꼬드겼다.
늘 자긴 백수라며.....나 같은 물주가 있어야 삶을 연명할 수 있다는 영훈인 레지던트 3년 차다.
유복한 집안의 자재지만......늘 없어 하는 표정으로 날 물주로 꼬드겨 내는 녀석이였다.
자기가 전문의 자격 따고 집에서 병원 차려 주면 나와 내 일가족은 공짜로 평생 봐준다는 조건으로 지금 내게 빌 붙는 다는 우스운 녀석이였다.
그날 ....영훈이와 함께간 찜질방에서 난 신지원의 정체을 알수 있었다.
영훈이 같은 병원의 후배 하나와 함께 나왔는데......그 후배가 준우와 대학 동기였고....지원이와 총명한 눈을 한 서경일 알고 있었다.
나와 영훈이에게 둘을 몰라.....?
하면서.....준우 얘기부터.....셋이 친 자매 이상으로 붙어다닌다는.....기막힌 사실을 전해 주었다.
그래서 였나...?
고교때 부터 우리 집에 자주 놀러왔던 영훈이 갑자기 무릎을 쳤다.
예전에.....집에 놀러 왔다가 준우의 친구들과 마주쳤는데....몇명의 무리중에 유독 눈에 띄던 예쁜 여자애.....그애가 바로 신지원 이였다.
내게 영훈이 몇번 준울 통해 미팅을 넣어 달라고 했었는데......그때 준우는 중학생이였다.
우린 고등학생 이였고.......동갑 아님 연상만 만나고 다니던 땐데......딱잘라 거절했다.
영훈이 ....그래서 둘을 첨 봤을때......낯이 익었다며......무릎을 치며 아쉬워했다.
영훈이 처럼은 아니지만.....난 그때 뜨끔했다.
분명 지원이나 서경인 분명 날 알아 본것 같았다.
동생 친구와.....만리장성을 쌓았다니.....
것도.....온정신도 아닌......술 취한 아일......
파렴치한.......가슴에 커다란 치명타가 생겼다.
둘이 왜 우릴 저토록 심하게 거부하나 했다.
사실 나와 영훈이에겐 생소한 기분이였다.
자랑은 아니지만 ......이제껏 우리가 부팅이나 헌팅을 해서 거절 당해 본적은 없기에...
헌팅도 많이 당해보고......여자 사귈 기회가 많았기에.....우릴 거부하는 여잔 만나본적이 거의 전후무후 했었는데........좀 신기하다고 생각을 했더랬는데......
그런 사연이 있었다니.......
준우가 알면 아마 날 인간취급도 안할 뿐더러.....경멸하지 않을까....?
그래서 접기로 했다.
아쉬움이 많이 남았지만.....
저쪽에서 저렇게 싫다고 하고......나도 마음 한 구석이 꺼름직해......덮자고 생각했다.
근데....쉽지가 않았다.
신지원을 보는 순간.....동생 친구고 뭐고.....내 본능에 불이 먼저 켜졌다.
이성은 어디서 잠이라도 자고 있는지......갑자기 눈에 생기가 돌고.....가슴이 방정맞다는 표현을 쓸 만큼 쿵쾅거렸다.
그냥 얼굴만 본 정돈데.......눈이 먼저 앞으로 튕겨져 나가....버렸다.
놀란듯....당황한듯......
입술을 모두 그러모아 안으로 오므리고.....안그래도 큰 두눈을 동그랗게 뜨고 날 올려다 보는 모습이라니........
당겨 가슴팍에 안고 싶다는 충동을 누르느라 심장이 까맣게 타 버릴 정도 였다.
겨우 이성을 끌어 모아.....내기 얘길 했다.
파렴치한 이라고 생각할 텐데......
왜 이런 챙피함을 무릅쓰고도 저앨 차지하고 싶은지.....
갑자기 비참하다는 기분도 들었다.
연락한다는 내말에.....
비틀 거릴 만큼 충격을 받았다는 얼굴을 하는데.....왜 이리 이뻐보이고.....귀엽게만 보이는지.....아마도 열병에 걸린 사람 마냥......가슴속이 울렁 거렸다.
붕붕 떠오르는 기분......쉽게 흥분이 가라앉지 않았다.
약속은 지킬거지....?
꼬리 내리지 않는다고 한거 같은데......
그렇게 건네는 내말에 지원인.....고개만 주억 거렸다.
차렷자세 폼으로....주눅이 든 듯한 자세로.....내게 눈도 못 마주치면서.....
연락 하세요.......
그렇게 답했다.
웃음이 났지만.......더 무안 해 할까봐.....침묵했다.
정말 앞으로 어떡할까...?
날 만나기가 쉽지 않을텐데......
그냥.....풀어줘.....?
못 본척.....넘어가 버려.....
아무래도 좀 껄끄럽지 않나.....?
시작이 잘못 되어도 너무 잘 못 된것 아닌가.....?
맘이 편치 않았다.
무언가....자꾸 소중한 무언가가 슬슬 빠져 나가는 듯한 기분.....
왜 이리 안타까운 건지.....
가슴속에 많은 생채기가 나는 기분이였다.
몸안의 더운 피가 모조리 밖으로 빠져나가버리는 듯한 기분......
힘들지만......기분이 엿 같지만......나줘야 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였다.
날 껄끄럽게 생각한다는게 분명히 전해지는데.......내가 덮어줘야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 쪽에서 손을 내 밀지 않음......상댄 조용할 것이다.
아마도 ......그래 주길 간절히 바라고 있을 것이다.
그래 ....아깝지만......좀은 속이 쓰리지만......놔주자.
깨끗하게 정리 하는거야.......
잘가....신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