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출근 하자 마자 김선배와 E계열 전자회사에 들렀다 왔다.
통신건에 대한 카피건이 우리둘 앞으로 떨어졌다.
사실 난 은혜와 한팀이길 은근히 바랬는데......고교선배 라는게 뭔지.....
방송국에서 새끼 작가로 일하던 나를 지금의 회사로 끌어준.....인연으로 김선배...정확히 말하면.....김태연 .....늘 날 자기 꼬붕처럼 끌고 다닌다.
고교때 같은 방송반을 하면서 부터 얽힌 사이다.
물론 내게 친언니 이상으로 잘해준다.
이것 저것 많이 챙겨도 주고.....회사내에서 바람막이도 되어주고.....
하지만....작년에 결혼을 하더니....아직 애도 없으면서 너무 유부녀 티를 내면서 일 하는데에 꾀를 많이 부린다.
말이 한팀이지......거의 내가 모든 일을 다 맡아서 하고 있다.
자기도 알고 있는지 늘 내게 미안하다는 얼굴이다.
요번이 마지막 이라는 얘길 해두었지만......늘 그랬으니까.....
좀....힘이 든다.
은혜와 박대리 팀은 아마도 벌써 일을 거의 마무리 짓고 있을 터인데.....
부장도 우습다.
왜....우리에게 이번건을 맡긴건지.....
실력도 없는데.....
이번에 실수하면.....확 자르려고 하는거 아냐....?
아......마음이 아프고 무겁다.
하루종일 비디오만 봤더니 눈도 머리도 아프다.
CF 녹화한 비디오.......몇번을 돌리고 돌려 봤지만......모두 내용이나 컨셉이 같다.
요염한 춤아님.....눈빛.....
춤이 빠지면 광고가 될수 없는건지.....
핸폰 광고가 아니라 새로운 댄스 광고라 불릴 만큼......모두 춤이 들어간다.
그렇지 않으면......남녀간의 헌팅 장면......내용이 모두 똑같다.
퇴근하는 길에 부장이 내게 두개의 비디올 건네며 말했다.
"비슷하게만 잡아와.....어차피 거기서 거기니까.......그냥.....첫 마디에 확 귀가 당기는 그런것.....말안해도 알겠지...?"
뭘.....어떻게 하라구....
말 한하면 내가 어떻게 안다구......
머리가 지근 거렸다.
업계 쪽에서 그래도 인정받는 광고회사 라는건 익히 알고 있었지만 이정돈 아니였다.
광고 하나 찍는데 시간이 많이 드는데도.....우린 보름이면 새로운 일에 착수 해야할 만큼 일이 잘 들어왔다.
아니 밀려있다고 했다.
날 늘 카피거릴 생각하느라.....책도 많이 보고[?]영화도 보고......아니....그렇게 잘은 못한다.
조금은 건들건들......땡땡이도 치고......그러다가 마감날 야근을 밥 먹듯이 하고......3일정도 머리며 눈을 포함한 내 육체를 혹사한다.
온 몸의 피가 다 빠져 나갈때 까지.....겨우 부장의 눈에서 벗어나지 않을 만큼......아마도 부장이 더 손을 보겠지.....
가끔 보면 내가 올린 글인데.....방소에 나올땐.....조금은 손을 봐서 나올때가 있다.
첨엔 자존심이 상했는데......이젠....그게 사회룰 이라고들 하니까....그냥 참고 있지만....사실 무지 기분 나쁘다.
마치 .....내 것을 남에게 도둑질 당한 느낌....
범인이 누군지 뻔히 알면서 잡지 못하는 억울함.......
하지만.....힘이 없으니....침묵할 수 밖에....
비굴하게 사는 것 같다.
저녁에 준우에게서 전화가 왔었다.
오늘이 벌써 금요일 이다.
오후 5시에 공항에 도착 7시쯤 집에 들어갈거라면서.....퇴근하면 바로 집으로 오라는 전화.
아니 메일이 있었다.
하지만.....난 절대 준우네 집엔 갈수 없었다.
오늘 동생이 나온다는 걸 알면 그 한진우가 집에 와 있을 확률이 크다.
그걸 알면서 ......제발로 호랑이 굴에 들어갈 수는 없지.......
준우에게 오늘 말고 내일 보자고 했다.
오늘은......집에서 일을 할 생각이라고 했다.
준운.....소리지르고 난리다.
모레 일요일 날 들어갈거라며.....만나서 함께 있는 시간이 2일도 체 되지 않는다면서 나도 ,서경이도 자기에게 너무 한다고 야단이였다.
준우는 지금 일본에서 다니는 학원을 통해 아동복 회사에 인턴 사원으로 채용되어서 일을 하고 있는데......이번에 나온건 .....섬유에 대해서 알아볼게 있어서 나온거였다.
아무래도 우리나라가 섬유 질이 좋고.....가격도 싸니까.......일본 뿐 아니라 여러 나라에서 수입을 해 간다.
회사일로 나온거라 시간이 없다는 말이지만.....집은 절대 안되었다.
서경이도.....물론 나와 같은 이유에서겠지......
준운.....끝까지 안된다는 내말에 분명 마음을 다쳤으리라....
그래도 할 수 없지.......자기도 일 때문에 나온거구.......나도 일이 바빠서 라는데......
내일 토요일날......난 격주 근무라 좀 늦게 끝난다.
서경인 3시.....난 5시를 넘어야 .......것도 어쩜 붙잡힐 가능성이 크지만......
하지만 일요일은 쉬니까.....
토요일 저녁에 만나서 일요일 까지 놀자고 했다.
준우는 정말 너무들 한다며.......우는 시늉까지 했다.
쫌은 불쌍하지만.......정말 어쩔수 없는 상황이니까...
준우 전화 끊고 좀 있자 바로 서경이 에게서 전화가 왔다.
"야....너 진짜 많이 바빠..?"
마음 약한 한서경........
"좀.....나 오늘 5시에 퇴근했어.....우리 부장 나보고 집으로 곧장 가서 비디오 보고 생각하라고 일찍 보내 준거야.......낼 아침에 뭐라도 한줄이라도 써서 내야해...."
"넌...진짜 힘들게 산다.....얼마전에 한건 했는데......그새 또 하는거야...?"
"그렇지 뭐......잘나가는 회사 아니냐.......나만 그런게 아니고 우리팀 모두 그래......"
"암튼....준우 많이 속상한것 같아.......괜히 가슴 아프다 ..."
"할수 없지....지은죄가 있으니까......넌 그냥 가지 그래...?"
"어떻게 가......어쩜 진우오빠 있을지도 모르는데.......끔찍해..."
"ㅋㅋㅋ.....야 일단 전화 끊자......나 지금 일해야 하거든......토요일날 먼저 만나고 있어 절대 준우네 집은 안돼.......밖에서 보자고 해..."
"알았어.....그럼.....머리 너무 쥐어 뜯지 말고 그냥해.....나중에 대머리 노처녀 되기 전에..."
기집애.....
정말 그랬다.
벌서 발바닥 앞에 몇개의 머리칼이 떨어져 있었다.
안그래도 머리 숱이 별로 없는데......
커피를 다시 한잔 마셔야 겠다.
방문앞에 걸려 있는 전신 거울 앞에서 총을 쏘는 포즈를 취해 봤다.
오늘밤.....당신 가슴으로 한방......현란한 벨이 울린다.
큭.....아 머리 아파.....
도대체 어떻게 초안을 잡아야 할지....
초안만 어떻게 잡으면 잘 될것 같은데.....
관자놀이 부근이 지끈 거렸다.
커핀 관두고......레몬차나 마셔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