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에서 정현이와 주영일 만나서 소주 칵테일 바에 들어갔다.
둘은 고교때 부터 사귀기 시작했는데......주영이 벌써 대학 4년....졸업반이니.....
횟수로 벌써 6년이다.
정말 놀라운 숫자다.
요즘 같은 인스턴트 시대에 이런 지고지순한 사랑이 있다니.....
내겐....먼 나라 같은 이야기.....하지만 솔직히 부럽다.
내가 둘의 사랑이 부럽다고 하자 주영이 심드렁 하게 대꾸한다.
"말이 6년이지....우린 권태기에 접어든 부부 같아요......있잖아요 왜....사랑 보단 정으로 사는......요즘은 군에 있으니까.....쫌은 낫지만.....암튼....신선한게 없어요...."
금방 정현이 눈을 째렸다.
통통한 볼에 귀여운 얼굴을 가진 주영이 였다.
정현인 큰 키에 ......남자답게 생긴 얼굴이고......예전엔 얼굴에 여드름도 있더니......군의 밥이 좋은지.....제법 말쑥해진 모습이였다.
"언니 처럼만 .....아니 언니 반 만큼만 생겼어도.....내가 이렇게 살진 않을것 같아요....."
"나 처럼...? 내가 어떻게 사는것 같은데....?"
흥미가 생겼다.
시큰둥한 얼굴로 자길 보는 정현이 시선을 무시하며 주영이 말했다.
"늘.....뭇 남성의 시선을 받잖아요......아마 따라 다니면서 구애 하는 남자들도 많을걸요?게다가 거의 괜찮은 남자들 로만........난 이성을 알게 되면서 부터 정현이 뿐이여서 .....학교서 남자애들에게 인기 있는 애들 보면 정말 부러워요....누가 내게도 대시 같은것 한번 해주지..않으려나.....근데 한명도 없는것 있죠....?"
"...ㅋㅋㅋ 정현이가 모두 제거 하고 간것 아냐...?아님 후배들 시켜서 네 주변에 얼씬도 하지 못하게 손 쓰고 간거 일거야......그지.?"
".....아뇨... 주영인 자기 주제를 잘 알고 있어요......내가 손 쓸 필요가 뭐 있겠어요......요즘 애들 눈이 얼마나 정확한데.....더구나 모두 눈을 높이 쳐 들고 다니지 낮게 깔고 다니진 않잖아요.....?"
둘의 쌍심지 시선에 불이 튀겼다.
정말 재미 있었다.
만날 때 마다 티격태격 하는 둘의 다툼......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그러면서도.......자꾸 부럽다는 생각.....
아 .벌써 노처녀가 된 듯한 그런 기분.......
둘과 헤어지면서 서경이 에게 전활 넣었다.
저녁에 만나 찜찔방이나 가자고 했다.
서경인 병원 건물에 달린 약국에 다니고 있었다.
이모 밑에서 업무를 보고 있는데......결혼하면 약국을 내주 겠다는 부모님의 약속.....
서경인 결혼은 하고 싶지 않다고 하는데......
우리 둘다 독신주의다.
나중에 여건이 허락 한다면 둘이 함께 살고 싶다고.....늘 생각하고 있다.
일본에 가 있는 준우는 이미 거기서 남친을 만들었기에.......우리와 생각이 다르지만.....나와 서경인 쿵짝이 잘 맞는 정말 찰떡 궁합 친구다.
찜찔방 가자는 내말에 서경이 자기가 샴푸 같은거 챙겨 나온다 했다.
지금이 벌써 9시다.
잘 가는 단골 찜찔방 앞에서 만나기로 했다.
엄마에게 전화 넣고 버스를 탔다.
무더운 날씨.......
약간 마신 오이 소주 칵테일.....
얼마전에 정지 시켜놨던 핸폰을 다시 살렸다.
번호를 바꾸고 .....첫번째로 서경이에게 알렸고........수첩 정리 하면서 정현이에게도 알렸는데....용케 통했다.
일년에......연례행사 치르듯.....두 세번 보는 아이였는데.....만날때 마다 주영이와 함께 였고 둘의 아옹다옹 하는 모습 보는게 재미있었다.
작년까진 괜찮았는데.....올핸 왜 자꾸 옆구리가 허전 한건지........
난 연애 경험이......거의 없다.
시작은 잘하는데.....끝이 어렵다.
실증이 잦다.
왜....모두들 성급하게......사랑을 찾는건지.....
사랑은 곧 구속......이런 방식은 원치않다.
자유 속에서도 서로 신뢰만 있음 .......더 굳건히 견고하게 쌓을 수 있는데......
만나는 횟수가 오래지 않았는데도 한두번 만나면 바로 구속이다.
소유......사람의 감정이 물건이 아닌데.......귀찮다.
박승준......정말 끈질기다.
마치 스토커 수준이다.
딱 부러지게 말했는데도.....정신 못차리고......아주 질색이다.
회사 끼리 하는 미팅에서 만났는데.....두번 만났나?
것도 단둘이 아닌......다른 사람들과 함께 였는데......일방적으로 사귀자고 하더니.....늘 회사 앞에서 배회하고......만나달라고 귀찮게 하고......모든 여자가 자기와 사귀길 원한다는 식의 행동.......한마디로 밥맛.....재수였다.
핸폰 번호 바꾼지....벌써 10일 지났는데......전화가 없다.
회사내 에서도 잘 모르니까.......아마도 누군가 가르쳐 주지 않는 이상......모르겠지.....
회사 앞에서 기다리는 것도 요즘엔 없다.
이젠 정신을 차린 걸까.....?
제발 그랬으면 싶었다.
편하게.....쿨하게 살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