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934

콩깍지


BY 이마주 2004-11-07

 

집에서보다 가까운 가게에서, 미은이의 집에 도착한 시간은 39 43초.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망설임없이 벨을 눌렀다.

약간은 심장의 고동소리가 크게 들리는 기분.

문은 아주 천천히 조금씩 열렸다.

손잡이를 잡고 활짝 문을 열어젖힌 쪽은 오히려 나였다.

 

"오빠…? 왠일이야?"

 

미은이의 손을 잡고 복도쪽으로 끌어내었다.

둔이 휘둥그레진 미은이와의 눈싸움을 여유조차 없이 미은이의 볼에, 입술에, 이마에 쉴새없이 입을 맞추었다.

꼴딱꼴딱 미은이의 목젖에서 울리는 소리에 맞춰 나역시 숨을 고르지도 못하고 그녀를 안아주었다.

막판 달리기의 결승점을 넘은 것처럼 깊은 곳에서 낮은 탄식이 내쉬어졌다.

 

"오빠…"

 

"미은아, 잠깐 오빠 먼저 들어봐. 일단은 정말 미안하다. 많이 속상했지?"

 

나의 마지막 말을 듣기도 전에 미은이의 눈에서는 작은 유리알같은 투명한 눈물이 글썽대고 있었다.

손을 들어 아이의 눈물을 닦아내어도 녀석은 자꾸만 자꾸만 투명한 이슬을 생산해대는 눈물공장처럼 하염없이 만들뿐이었다.

 

"울지마, 오빠가 너무 나빴어. 동생일에 묵묵히 옆에 있어준 우리 착한 미은이한테 내가 너무 바보처럼 굴었어. 나도 내가 이렇게 무디고 바보같은 놈일줄은 몰랐다.

세상누구한테 보다도 너한테 만큼은 멋지게 보이고 싶었는데 이렇게 이쁜 미은이 눈에서 눈물이나 나게 만들고 말이야. 오빠가 이제부터 잘할게. 진짜진짜 잘할게. 그러니까 서운한 마음 이제 그만 걷어주라. ?"

 

미은이는 울면서도 입을 뾰족하게 만들어서는 귀여운 눈썹마저 한껏 올리고 쳐다봤다.

 

"정말 이제부터는 나한테 잘할거야? 안 서운하게 만들 있어?"

 

"그러어엄!"

 

"~. 그럼 약속해봐."

 

작은 미은이의 새끼 손가락이 코위로 불쑥 솓아올랐다.

 

"에이, 우리 미은이도 바보네? 이렇게 손가락하나로 어디 약속이라고 있겠냐? 자, 줘봐.약속하고 , 도장찍고, 카피하고.. 어때? 이정도는 되야지."

 

미은이는 그새 끼득끼득 웃고 있었다.

복도창문으로 해가 지면서 마지막 햇살광선을 마구 쏘아대고있었다.

하얀 복도 벽에 기댄 미은이의 작은 얼굴이 수채화로 그린 만화처럼 색깔고운 모습으로 가슴 한복판에 깊이 들어오는 것만 같았다.

다시한번 애에게 입맞춤을 하려는 순간, 안쪽에서 인기척이 났다.

 

"미은아~ 밖에 누가 왔니?"

 

"오빠, 빨리가. 엄마계셔."

 

애는 엘리베이터쪽 벽으로 밀다시피했다.

 

" 인사하고 갈게. 안돼?"

 

"싫어, 오늘은. 엄마한테 남친이 울리는 사람으로 기억하게 하고 싶지않단 말이야. 다음에 정식으로 멋지게 울엄마한테 소개할거야. 오빠, 그러니까 이젠 약속 지켜? 어서 ."

 

볼에 아주 잠깐 그녀의 빨간 입술을 스친 미은이는 다시 뒤로 사라져버렸다.

엄마에게 멋진 남친으로 보여주고 싶다고?

작은 머리에서 어떻게 그렇게 깜찍한 발상을 있을까?

나에게 애는 언제나 새로운 나를 느끼게 해주는 봄날의 작은 샘이다.

감칠맛 나는 그애의 입술처럼 싱그러운 자극을 주는 나의 작은 요정.

혼자서 그런 생각을 하면서 누군가 맘을 엿보는 같아 얼굴이 달아올랐다.

가벼워진 발걸음, 나도 모르게 흥얼거려지는 사랑노래.

맞다, 어느덧 사랑이라는 낯선 감정에 흠뻑 빠진 콩깍지병근이가 걸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