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하얀손
하얀손이 뭐꼬?
백수의 다른 이름이제.
울 마눌 눈에 독기 꽉 넣어서 내게 그랍디다.
"당신은 백수라 하기도 황감타."
백발이라 하제 백발...
"내 아직 얼굴 탱탱컸다, 검은 터럭발에 어쩌다
흰 서리 살짝 얹혔고마 백발이 무시기 소리고?"
"문딩이 놀아도 책 좀 들보고 고상히 노소.
만날 가시나들 궁둥짝 슬쩍 터치 그런거 말고.
어떤 책에서 봤는기라.
당신같이 10년 이상 팍팍 쉰 백수를 백발이라 하더만..."
"아유 무서버라 마누라야! 눈알 좀 치우거래이. 정말 무습다."
독기서린 저 눈알 피하는게 상책
(난 손등으로 내눈을 가렸지예.)
가슴이 벌렁거리는 구마이.
사실은 저 눈알이 무수븐게 아닌기라.
마눌 니 아직도 내게 실날같은 희망을 뿜나?
희망?
질리지도 않나?
니가 놓지 몬하는 희망이 낸 무수븐기라.
'나를 바로 보거래이.
10년-강산도 변하게 한다는 그 세월.
골수속에 박힌 백수의 뿌리를 뽑아 던지라고?'
'천부당 만부당한 소리대이. 이자 난 다 잊은기래이.
출퇴근때 시달리던 지옥철도 까마득코, 상사놈 맨날
똑같은 소리 씨부리는 것도 잊어 부릴란다'
'세상을 향해 삿대질 하면 뭐하노? 세상이 원래 그렇게 생겨
먹은 걸 내 몰라 버둥였제.
가슴 답답타 쥐어 짜면 뭐할기고?
가슴만 아프다카이 (내가 바보였제. 암 바보)'
시간이 약이드마.
도가 별것가?
모든걸 다 내려놓으니 신은 내게 포기산 정상으로 올려주네.
포기산 참으로 편타.
어떻게 얻은 평온을 다시 하산 하라이.
텍도 없다.'
'내 진작이 생각을 바꽈 먹을 걸.
그동안 미련팅 곰팅인기라
마누라야 니 내 작심 아적 눈치 몬챈나?'
'마누라야 나 동지(백수)들께 자랑했다.
울 마누래 잘 나가는 빤스가게 사장이라꼬.'
'동지들이 날 얼매 부러버 하는 지 마눌 아나?'
"짜아슥 돈 버는 재준 꽝인데, 존 여자잡는 재준 짱이네."
(나 주착스레 어깨 으쓱했다 카이)
"마눌 내 오늘 당신께 할말있데이."
(비장 아주 비장한 결심을 하고서)
백발은 마눌의 빤쓰 가게를 향해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