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사실 남들이 힘들겠다. 힘들어서 어쩌니? 등등의 위로 비슷한 말을 들을 때만 내가
힘든가 보다.라고 생각만 했었는데 가끔 진짜 힘든건 앞날에 일어날 미지의 사건들이 더
무섭고 그녀가 아파서 돈을 못 벌까봐 무서운 거다
5년전 남편이 그렇게 갑자기 세상을 떠났을 때 그녀는 계속 잠만 잤다.
따로 살고 있던 시어머니가 걱정이 되어 약 보름 가량을 그녀의 단칸 방에서 함께
밤 잠을 자곤 하던 그 때 그녀의 시어머니는 그녀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계속
잠만 자는지 알 수 없어 혹시나 그녀가 애들을 놔 두고 밤도망이라도 갈 까봐
그렇게 걱정을 하셨다는 걸 앞집 할머니의 말씀을 듣고 알게 되었다.
나오는건 피식 웃음이였다.
나를 나를 아직도 그렇게 모르는가 싶어 섭섭한 마음이 더하지만 참아버렸다.
막내 시동생이 어느날 문을 두드렸다.
큰 형님을 그렇게 갑자기 보내고 큰 형수가 불쌍하고 조카들을 너무 걱정하던
그였는데 형님의 초상에 막내 동서가 임신중이라고 나타나지 못하게 했던걸
미안하단다. 그리곤 "형수 ,이제 슬슬 일을 좀 하셔야 될텐데요."라고
말을 꺼낸다.
그랬지. 그랬어. 그 때도 막내 시동생은 내가 큰 녀석을 분만하고 집에서 어머니의
산후조리를 받고 보름 쯤 지났을 때도 나보고 지금 쯤 일어나서 슬슬 일좀 하셔야
하지않느냐고 어머니의 편을 드는 듯 말했었지.
왜 그녀는 막내 시동생이 그렇게 말을 하는데도 가만 놔 두었을 까?
지네 들이 조카와 형수를 벌어 먹여 살리게 될 까 싶어 걱정이라도 되는 걸까?
그렇게 그녀가 아무 생각없이 집에서 빈둥거리며놀고 있는 그즈음(시집 식구들은
그렇게 생각했겠지) 동네의 동생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저, 형님 저 백우 엄마예요. 혹시 형님이 이 일을 하실지 모르겠는데
일자리 찾으시면 동사무소에 한번 가 보셔요. 공공근로자를 모집한대요.
제가 아침에 등본 떼러 갔다가 봤어요. 저도 등록할 까 했는데 백우 아빠가
배 작업가면 제가 따라 가야하기 때문에 못할것 같아요. .그럼 한번 생각해
보세요."
란다.
"도대체 날 뭘로 보는 거야"라는 생각이 치밀다가 그녀는 아니다 싶다.
당장 남편도 없는 그녀의 생계는 누가 대신 이어줄 것도 아닌바에야 예전에
어떻게 살았든 이제 모든 걸 다시 혼자 해봐야만 한다는 절박감이 앞서서
어느새 그녀의 발길은 동사무소로 향한다.
공공근로 신청을 하고 집으로 돌아와 방바닥에 눕는 그녀의 몸은 미리
그녀의 고난스러울 삶을 예견이라도 하듯 딱 붙어서 일어날 줄을 몰랐다.
일 주일 쯤 지났을까 동사무소에서 구청으로 모이란다
그녀는 길도 잘 모르는 구청을 물어물어 가봤다.
거기에서 그녀는 제일 젊은 축에 속했다.
그녀가 담당받은 곳은 강둑에 접해있는 도로가의 풀베기.
음력 7월의 태양은 그녀가 온것을 반기기라도 하는 것처럼 뜨겁다.
다음날 시장에서 산 낫을 신문지에 돌돌 말고 물도 한 병 얼려서 배낭에 넣고
그녀는 버스에 올라탔다.
동네 사람들의 안타까운 시선인지 근심스러운 시선인지 잘 모를 그 시선들을
뒤로 하고 마을 버스를 타고 다시 목적지 까지 가는 시내버스를 갈아타니
창 밖에 보이는 풍경 하나하나는 너무 슬퍼보인다.
눈물이 흘러내리는데 도저히 그쳐지지가 않는다. 그녀는 창피한 줄도 모르고
계속 차가 흔들리는 데로 몸을 맡기며 울다가 옆에 서 있던 젊은 남자의 시선이
느껴지자 그 때서야 눈물을 훔치고 창 밖에 시선을 두며 더이상 않 울려고
눈에 잔뜩 힘을 주는 거였다
어떻게 어떻게 하루를 넘기고 해가 뉘엿뉘엿 질 때 쯤 그녀는 배낭을 메고
둑을 걸어 집으로 오며 생각했다.
"그래 이렇게 하면 돼. 내 손으로 이제 돈 벌어서 살면 되지. 누가 도와달래!"
그녀의 등뒤로 햇님은 길게 응원의 조명을 비춰주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