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그렇게 해가 지고 다 저녁 때가 되어서야 공사를 대충 마무리하였다.
낮에 진을 다 빼고 나니 그녀의 몸은 덜덜 떨리고 눈이 쑤셔왔다. 잠을 못 자면 그녀는 언제나 그런 증상을 나타내곤 했다.
<아- 잠을 자야해. 이래선 밤에 난 죽고 말거야. 얘들아! 엄마 잠 좀 잘께. 깨우지마>
언제나 처럼 자리에 눕자 말자 그녀는 시체처럼 소리도 미동도 없이 꼼짝않고 잠들어 버리는 거였다.
그녀가 어스스한 느낌이 들어 눈을 떠보니 밤 11시 30분이 막 지나고 있었다.
아이들은 잠자는 공주와는 좀 다른 엄마옆에 각각 기묘한 모양으로 누워 자고 있었다.
녀석들이 하루가 다르게 성장해 가는 걸 알수 있는건 잠자리에 바로 뉘일 때 끙끙 소리가 날 정도로 힘들다고 느낄때 " 아 내자식이 어른이 되가고 있구나" 라고 알수 있는 거다.
급한 마음에 아이들을 대충 바로 뉘이고 다시 그녀는 그 밤에 또 출근을 한다.
어제와는 너무나도 다른 집 주위를 눈에 켜고 길을 더듬어 회사로 향한다.
그 밤은 작은 물량에 수월하게 일을 마치고 퇴근을 했다.
나른하고 느긋한 일요일 아침 식사를 마치고 상을 물리기가 싫어서 윗목으로 쓰윽 밀어붙이고 옆으로 편안히 누워 텔레비젼을 보고 있는데 또다시 들리는 굉음소리는 그녀의 신경줄을 빡빡 긁어놓는 거였다.
<뭐야 또 공사 계속하는거야. 어유~ 저 놈들은 꼭 --->
투덜대며 돌아눕는 그녀에게 옆집 민애 처녀는 < 아줌마! 저 전화 안되지요. 지금 저 사람들이 전화선을 끊어 놓았는데 곧 전화국에서 와서 고쳐 놓는대요> 라며 뽀요얀 얼굴을 들이밀며 얘기하곤 문을 닫고 가버린다.
그녀는 <좋아 연결해 준다니 좀 참아주지> 한 잠이라도 빨리 자고 싶은 욕심에 그들과의 싸움도 나중으로 미루고 다시 비스듬히 누워 잠을 청하는 거였다.
그녀의 잠 깨는 방법 아니 잠 깨는 습관은 이 회사에 입사하면서 언제나 같은 식이였다.
한 잠을 맛있게 자다가도 으스스한 기분이 들면 언제나처럼 화들짝 놀라서 햇빛도 들어오지 않는 창문을 한참이나 바라보다가 지금이 아침인지 저녁인지가 늘 헷갈리는 거였다.
그러다 애들이 보이면 <지금 저녁이니? >라고 묻고 대답을 들어야 안심히 되던 거였다.
화들짝 놀라 잠깬 그녀의 집엔 아이들은 보이지 않고 지네들 작은방 유리문에 쪽지가 개발새발 씌여져 붙여져 있었다.
<엄마 우리 회관 다녀 올께요>
라고 안심한 그녀는 다시 소란스러운 바깥을 내다보지도 않고 다시 잠을 청한다. 그녀는 속셈이 있었다.
언제나 낮에 그녀만 집에 있었으니까 일요일은 세집이 다 낮에 집에 사람이 있음을 아는 그녀는 < 니들도 한번 들어봐라. 굴착기의 콘크리트를 부수는 그 소리는 사람의 내장을 뒤집는 마력을 지니고 있음을 한번 격어봐라>며 고소한 듯 절대 밖엔 않 내다보기로 작심하고 다시
잠들 었다가 몇시간후 깨어나보니, 역시나 그들은 계속 공사중 인거다.
집에 있다간 머리가 돌아버릴 것 같아 여동생이나 오래서 같이 아이들과 외식이나 하려고
전화기를 들자 역시 불통이였다.
시계를 보니 오후 3시 였다.
<요번엔 안 봐 줄꺼야>라며 그녀는 집을 부수고 있는 그들에게 나가 소리쳤다.
<뭐고! 당신들 편한데로 공사 하면 다요! 왜 남의 집 전화선과 인터넷 선까지 끊는 거예요.
정말 이래도 되는 거야 뭐야!> 면서 고함을 치자 공사 부감독쯤 되는 사람이 와서 어제와는 다른 모습으로 고개를 갸웃거리며 미안하게 되었다고 내일은 꼭 연결해 주겠다며 기다려 달라는 소리에 한 풀 꺽인 그녀는 집으로 씩씩거리며 돌아왔다.
언제쯤 나갔는지 모르는 아이들은 아직 집으로 돌아 오지 않으니 답답한 마음에 핸드폰이 너무 간절해 지는 거였다.
<봐라 봐라. 꼭 이럴 때 핸드폰이 필요한 건데. >며 전번 핸드폰 때문에 일어났던 사건이 불쑥 그녀 머리속으로 다시 떠오르는 거였다.
그날 아침은 같은 회사에 다니던 동료 언니인 순희 언니와 공씨 아저씨, 그리고 이 부장과 함께 해장국 집에서 한잔 하기로 했는데 애들이 걱정이 되어 이부장의 해장국 집으로 가던 길에 이부장의 핸드폰을 빌려서 동생에게 아이들의 아침 식사와 등교를 부탁했었는데 그게 문제가 될 줄은 그녀는 절대 알 수가 없었다. (그 땐 그녀의 여동생과 같이 한 집에 살던 때였다.)
며칠 후 어느날 저녁 식사 중에 걸려온 전화기의 목소리는 그녀를 질리게 했다.
<야! 이년아! 너 왜 남의 남편을 꼬드겨서 남의 가정을 파탄시켜 놓는 거야! >
다짜고짜로 욕설부터 퍼붓는 전화를 그 때까지만 해도 사이코이거나 장난전화일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자꾸 연달아 오는 그 독기품은 목소리의 그 이상한 여자는 그녀에겐 정말 무섭고도 치가 떨리게 기분나쁘게 하였다.
며칠을 고민하다 떠오른 결론은 이 부장의 핸드폰이 원인일 거라고 내려졌다.
회사의 옆짝지인 순희 언니에게 어렵게 괴 전화얘기를 하자 실실 웃으며 그녀가 어디에선가 실수를 해서 그녀가 당하는게 아니냐고 오히려 그녀를 의심하는 거라니.
다시 며칠이 지나면서 그녀는 아예 전화기 코드를 빼버리곤 그녀가 필요할 때만 가끔 끼워서 전화를 사용하다가 너무 답답해서 이 부장에게 자초지종을 조용한 곳에서 살짝 털어 놓았더니 이부장은 <그러면 진작 얘기하지. 내가 한번 알아보지> 라며 순수히 얘기를 받아주는게 아닌가.
그리곤 며칠 후 업무를 마악 시작하려던 그녀와 순희 언니를 부르는 이부장방에 가보니
그의 아내라는 여자가 머리를 산발을 하며 서 있었다. 퉁퉁부은 얼굴을 하고서.
그여자는 그녀의 집 전화번호를 물어 보았고 당당히 대답을 하며 그 핸드폰을 빌려썼던 그날을 다시 순희 언니가 자세히 설명을 하자 그 때서야 수긍이 가는지 고개를 끄덕이던 거였다. 쭈빗쭈빗 다가와선 미안하게 되었다고 사과를 하는 데야. 함께 일하는 동료이자 상사인 이부장의 안면을 봐서 머리채를 잡아 챌 수도, 그 동안 들으며 당해야 했던 데 대한 분풀이를 욕으로 해댈 수도 없음에 답답함을 느끼며 사과를 받는 둥 마는 둥 그 방을 나왔다. 그녀는
그랬다.
남의 핸드폰을 한번 빌려 썼다가 봉변을 야무지게 당하고도 분이 풀리게 되돌려 주지 못해서 그녀는 도저히 그 일을 잊을 수가 없던 터에 또다시 핸드폰이 있었으면 하고 남의 핸드폰을 넘겨다 보아지는 건 그녀가 너무 알뜰한 건가, 너무 바보스러운건가 모를 일이다.
아마 그녀는 그 회사를 그만 두는 날까지 핸드폰은 않 살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