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석윤은 무심한 듯 부적을 거울 앞 선반에 놓고는 휙 돌아서 무대로 올라갔다.
아.......!! 다행이였다.
[감사합니다 이렇게 악천후에도 비상의 공연을 보러와 주시구..정말 감사합니다.
오늘 공연은 추모제입니다. 안타갑게도 일찍 떠나신 3학년 미대 선배 유나희 양을 위한
무대입니다. 그럼. 여러분... 비상의 싱어 미대의 테리우스 고 석윤입니다!
여러분 박수로 환영해 주십시오 ]
사회자의 맨트가 끝이 나자 강당의 반을 메우고 있던 학생들이 박수를 쳤다.
이윽고 실내가 조용해지자 천천히 피아노 반주와 함께 음악이 시작되고 석윤이 마이크를
잡았다.
♬내가 알고 있는 건 너의 허상뿐 마음 앞에 서 있던 너를 찾아나선 지난 시간들 속에....
나는 혼자였었어..
지긋이 눈을 감고 노래를 부르며 석윤은 노래가사속에서 나와 보냈던 추억들을 회상하고
있었다
그 추억들을 함께 볼수 있던 나는 마음이 너무 아팠다.
손이 점점 절여 왔다. 시간이 촉박하게 흐르는 것을 경고라도 하듯
손가락이 하나씩 천천히 희미해져 가고 있었다.
석윤의 노랫말은 점차 고조되어 가고 사람들은 점점 석윤의 노래에 빠져 들고 잇었다.
♫ 너의 사랑이 웃을수 있도록......
어느 순간 노래의 하이피치에 다다르자 마이크를 통한 석윤의 고음은 이퀄라이즈를 뒤
흔들었다.
그때였다.
내 몸속으로 무엇인가 퍼드득 거리는 것이 온 신경을 뚫고 들어 왔다 .
그것은 석윤이 내는 고음의 노랫 소리가 영세계로 통하는 파장과 거의 완벽하게 일치
되는 순간이였다.
나는 놀랐다
아주 빠르게 마치 휴지 한 장에 물감이 스며들 듯 그렇게 나의 발끝에서부터 머리끝까지
거의 투명해져 가던 나의 몸으로 온기가 퍼진다는 것을 느끼는 순간 어느새 나는 사람처럼
형체를 갖추었다
그것은 바로 병원의 거지 남자가 말해 주었던 시간의 문이 열리는 짧은 순간이였다.!!!
차원의 문이 열리는 바로 그 순간 석윤은 자신의 앞에 우뚝 서 있는 나를 보았다
석윤은 . 자신의 눈을 믿을 수 없다는 듯 두 눈을 크게 뜨고는 마치 나를 잡을 듯 두 손을
허공으로 뻗혔다
[노래를 그만두지 마.! 네 노래는 나를 볼 수 있는 주문이야. 살아서 말해 주지 못해 미안해.
더 늦기 전에 이말을 할 수 있어서 다행이야! 사랑해 사랑해 ! ]
나는 석윤이 노래를 멈추자 다급하게 소리쳤다
바로 그 순간, 내가 그렇게 외쳐대는 나의 목소리는 콘서트 장 곳곳으로 울려 퍼졌다.
이 광경을 숨을 죽인 채 보고 있던 관객석으로부터 탄성과 같은 신음 소리가 새어 나왔다
[살아서 말해 주지 못해 미안해. 더 늦기 전에 이말을 할 수 있어서 다행이야! 사랑해
사랑해 ! ]
콘서트장에 있던 수많은 사람들의 귀로 내 목소리는 메아리처럼 울리며 퍼져나갔다
커다랗게 울려퍼지는 그 소리는 사람들의 마음속을 파고 들었다.
소리가 움직이는 것이 내 눈에 보였다
너무 신기했다.
내 목소리 속에 묻혀 나오는 따듯하고 밝은 파장은
사람들의 심장속으로 파고 들어가 그들로 하여금
자신의 사랑을 숨기고 있던 사람들을,
사랑을 아직 고백하지 못한 사람들을,
헤어졌으나 아직도 잊지 못하는 사람들을 ,
떠올리게 만들었다
몇몇 사람들이 벌떡 일어나 콘서트 장을 달려 나가는 것이 보였다
사랑한다는 말을 자신의 그대에게 하기 위해.........
핸드폰을 들고 다급하게 번호를 누르며 외쳐대는 사람들.
조용히 두 손을 무릎 위에 올려 놓고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기억으로
우는 사람들….간절한 사랑의 고백은 이토록 감동적으로 사람들을 휘어 잡았다.
순식간에 콘서트 장은 흐느끼며 사랑한다는 고백을 하는 사람들로 가득찼다.
그들이 외쳐대는 그 목소리로부터 밝고 따스한 기운이 스며나와 다시 나에게로
몰려 왔다.
그 기운은 불안한 나의 몸속으로 파고 들었다.
나의 몸이 다시 희미해져 가기 시작했다.
아..아...이제 정말 마지막이구나..........
신기하게도 슬픔보다는 행복이 번져오르고 있었다.
순간. 석윤은 모든 것을 알아 버린 듯 마이크를 내동뎅이 치고는 나의 얼굴을 감싸 쥐었다
나를 뚫어지게 바라보는 석윤의 눈동자에서 불꽃이 일었다.
[ 사랑해! ]
흡 !
석윤은 나의 입술위로 자신의 입술을 부드럽게 맞추었다.
그 입술은 따듯했고. 그 입술은 눈물에 젖어 있었다.
석윤의 따듯한 눈물이 젖은 그 입술은 처음이자 마지막인 영원의 키스였다.
나의 몸은 마치 반딧불처럼 껌뻑이다가 수백마리의 반딧불이 일시에 밤하늘을 향해
날아가듯이 산산히 부서지기 시작했다.
[ 석윤아! 。。。。。。。。。。。]
[ 유나희! 가지맛! ]
석윤이 소리 지르며 울부짖는 목소리가 돌아서 가는 나의 등 뒤로 들려 왔다.
그때 내 눈앞으로 밝은 빛이 펼쳐지며 터널 같은 것이 나타났다
나는 기쁘게 그 터널을 향해 걸어 들어갔다.
이제 꿈속 조차도 너를 만날 수 없을 지도 모르지만 난 환생을 믿어.
그것에 희망을 걸어 보자구.
혹시 아니? 아직 영혼의 세계의 시간에 익숙해져 있지 않지만
내가 영혼의 시간으로 천년을 기다려 환생할 시간이 되면 그때는 좀 더 나은 세상에
나올지도 모르쟎아?.
확률은 반 반.
서로가 알아보지 못해도 우리에겐 서로의 전생을 기억하는 코드가 있지.
어디선가 만난 듯한..................왠지 느낌이 좋은.................아주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 같은..........
전생을 기억하는 코드............아주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 같은...어디선가 만난
듯 한.
안녕. 아직도 나에겐 , 미대의 테리우스, 너 뿐이야. 사랑해.
-끝.
<후기 > 중편을 써보고 싶었는데 중편으로 끝낼수 있어 다행스럽습니다.
이제는 단편에 한번 도전해 보아야 할것 같습니다. 혹시라도 이런 글을 써주세요
하시는 분 계시면 남겨주십시요.
조금이라도 독자님들께 동감되는 소설이였기를 ....
님들의 리플 덕분에 역시나 여기까지 완결을 보았습니다.
원래는 영화 시나리오 용 스토리 라인에서 출발한 것이라 영화적 요소가 많이 느껴지실지도 모르겠네요.
바다님 , 카모마일님, 화이트롱비치님. 유나님. 아지님, 보키님. 꽂사과님. 산부인과님.정민님. 수진님, 날마다 그여인 이젠님. 풍경화님, 봉지 사랑 형님 , 스폰지님, 반미녀님.
쩡아님, 그외 여러분들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