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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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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테리우스14.


BY 영악한 뇬 2003-11-22

 

 

악!

 

어느덧 무당의 곁으로 와 있는 나는 내 몸 위로 흩뿌려지는 쌀알의 찌르는 듯한 아픔에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원색의 펄럭이는 복장에 꿩의 깃털을 꽂은 무당은 매서운 호통을 쳐대고 방울을 흔들며

 

나를 향해 펄쩍 펄쩍 뛰기 시작했다


젯상이 차려져있는 것이 보이고 한쪽에서는 늙은 노인 두 사람이 꾕과리와 징을 쳐대고

 

있었다

 

나는 어느새 구경꾼들로 보이는 시골 동네 아낙들과 노인들 사이를 지나  방울과 부채를

 

들고 춤을 추는

 

무녀복을  차려입은 무녀의 한 가운데에 서 잇었다

 

무녀는 나를 한가운데 두고빙빙 돌며 끊임 없이 방울을 흔들어댔다


점점 꾕과리와 징소리가 빨라지고 무녀의 춤이 빨라지자 나의 호흡이 가빠졌다.

 

무서웠다. 도대체 나를 어떡게 할 셈이야?.

 

나는 헉헉 거리며 주위를 돌아 보았다

 

마치 마약이라도 한 사람 마냥 주위가 빙글 빙글 돌며 사람들의 얼굴들이 겹쳐 보였다


그 사람들은 사람인지 귀신인지 분간 할 수가 없었다

 

다들 귀기어린 분위기를 풍겨왔다. 아! 순간 구경꾼들 사이로 병원에서 만난 그 거지였다는

 

남자의 모습이 보였다.

 

사람처럼 보이는 구경꾼과 이야기를 하는 것으로 봐서 내가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많은

 

 사람들은 귀신이였나 보았다

 

아............무당이 이렇게 귀신의 영혼을 청하는 구나

 

그다음은?. 그다음은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 날 것이라는 말인가?.


징! 징! 징! 

징소리와 꾕과리 소리가 극에 달했다

 

무녀는 신들린 듯이 춤을 추며 눈을 하얗게 까뒤집고 펄쩍펄쩍 뛰던 무녀는 갑자기

 

멈추어 서며 나를 정면으로 노려보았다

 

나는 모골이 송연해 진채 덜덜 떨고 잇었다



[ 네 이년! 왜 사람곁에 붙어 떠나지 못하는 거냐! 네 이년! ]


무당은 나를 볼 수 있는 것일까?.

 

무당은 마치 대답을 기다리듯이 나를 빤히 노려 보더니 이윽고 또 다시 방울을 흔들어

 

대기 시작했다

 

무당이 흔드는 방울에서 나오는 소리들이 내 정신을 올올이 거머쥐고는 쥐어 짜기 시작했다

 

마치 내 두피의 살점들이 뜯겨나가는 듯 고통스러웠다

 

[ 나.......나는 ..그러니까 ..나는.................]]

 

내가 머뭇거리고 있자.

 

무당은 곧이어 나의 말을 따라했다. 무당은 소름끼치도록 꼭 같은 나의 말투로 말했다

 

 


[나,,나는 .그러니까,,,,,,,,,,,나는...........]


무당과 나는 거의 동시에 말을 하기 시작했다

 

[ 오늘이 마지막이야...............그러니까. 이제 갈거야. 오늘이 지나면 다시 오라고 해도

 

오지 않을 생각이야.

 

그러니까. 오늘만 용서 해줘 부탁이야 ....................]


무당의 앞에 서서 연신 두 손을 비벼대며 기도를 하고 잇던 여인이 얼굴을 들었다

 

놀랍게도 그녀는 석윤의 어머니였다


[ 왜 내 아들한테 붙어 있는거야?. 내 아들한테 뭐 바라는 거라도 있는거니?.  내가 대신

 

해 줄수 없을까?. ]

 

석윤의 어머니는 무당에게 그렇게 물었다.


[ 행복해지길 바래. 난 당신 아들이 행복해졌음 하는데 마지막으로 할말이., 아니 못다한

 

것이.......다른 것은  모두 풀었어...................조금만 더 기다려줘...........제발.............

 

어허헝엉엉엉 ]

 

나는 목놓아 울기 시작햇다

 

무당은 마치 날처럼 풀석 주저앉더니 목놓아 흐느끼기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 어허헝.엉. 엉. 엉..............제발..]


[제발 날 보내줘..이제. 이 세상에서의.. 시간이.. 얼마남지 않았어 , 약속할께 다시는

 

당신 아들 곁에 붙지 않을거야.나도 몰랐어 당신 아들 곁에 붙어 있는게 인간에게 해를

 

끼치는 일이 될줄은..............미안해]

 

무당은 서럽게 울며 나의 말을 그대로 전했다.





점점 머리가 아파오며 내 유기체의 몸이 희미해지는 것이 느껴진다고 생각한 순간.


무엇인가 엄청난 힘이 내 머리 체를 휘어잡고는 사방에 보이지 않는 벽으로 둘러쌓인

 

곳으로 집어 넣어 버렸다


[ 부적에 손대면 알지?!!! 그 즉시 너는 타죽어 버릴거야 !]

 

무당은 두눈을 부릎뜨며 보이지 않는 상대를 향해 소리쳤다.

 

숨이 막혀왔다.

 

조금이라도 몸을 움직이면 보이지 않는 벽들에 닿아 마치 몸이 불타 듯 뜨거웠다

 

꼼짝 달싹 하지 못한채 쪼그리고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아직 만 하루가 남았으니. 그 전에는 무당인 나도 너를 보낼수 가 없다. 그러니까.

 

시간이 지날 때 까지 는 이곳에서 있다가 시간이 채워지면 스스로 떠나거라! ]

 

무당의 말은 나를 향한 것이였다

 

[그리고 이 부적은 당신 아들이 지니고 다니도록 하슈. 이 부적 잃어 버리면 다시

 

처녀 귀신을 묶어 놓은 결계가 풀려 버려서 처녀 귀신이 또 자네 아들 곁에 붙을 거야.

 

그러니까 꼭 지니고 다니라고 하고

 

지갑같은곳에 넣어 두면 잃어 버리지도 않고 괜챦을 거야 ]

 

[네.. 아유~ 고맙습니다 ]

 

석윤의 어머니와 무당의 대화 소리가 소곤 소곤 들려왔다.

 

아..아그랬구나석윤의 어머니가 기어이 굿을 하는 것이였구나

 

여기서 나가지 못하면 난 결국 석윤을 마지막으로 보지도 못한 채 이 세상에서 사라지고

 

말거야

 

석윤아..........

 

이 속에 갇혀서는 석윤이 어떻게 하고 있는 지 공연은 하는 건지 도무지 아무것도 알수가

 

없었다


마음만이 초조할 뿐이였다

 

누구날 좀 .도와줘...........나는 불가능 할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소리치는 것을 그만두지

 

않았다

 

누구든 날 좀 도와줘...............

 

사방이 죽은 듯 고요하다.

 

이리저리 늘 내 주위로 보이던 귀신들의 형체 마져도 없다.

 

세상이 어떻게 된걸까?.

 

여기는 어디라는 말이야?.

 

정말 무당의 말 처럼 24시간이 지나면 마치 연기 처럼 스르르 사라지고 말거란

 

말이야?..,,,,,,,,

 

이제 겨우 그 시간만이 내게 허락된 시간이라는 말인가?.

 

석윤아.석윤아 나를 좀 도와줘!



얼마나 지난 것일까?.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고 시간이 어떻게 지나는지도 알수 없었다.


[ 여기 있는거냐 ?. ]

 

굵고 쉰 남자의 음성이 들려왔다

 

[..!!!! 누구세요?. ]

 

[ 나. 어제 병원서 만난 그 사람..]

 

[아!아저씨! 저 좀 도와주세요! 여기서 나가야 해요 ]

 

[잠시만.]

 


나는 그가 조심스럽게 던진 " 잠시만 "이라는 말에 한가닥 희망을 걸고는 숨소리 조차

 

내지 않은 채 조용히 기다리고 있었다

 

이윽고 윽! 아악!

 

그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아저씨! 괜챦아요?. ]

 

[내..내 힘으로는 안되.빌어먹을 내 손이 잘려나갔어! 이 결계는 내 힘으로는 안되 인간이

 

니면 널 꺼내줄수 없어! ]

 

[어떻게 하지?. 아아 ]

 

절망으로 가슴이 뛰던 나는 결국 창원을 생각해 냈다




[ 괜챦아?.! ]

 

나를 감싸고 있던 보이지 않는 결계는 풀리고 창원의 모습이 보였다

 

[어떻게 결계를 풀어 준거죠?. ]

 

창원은 뒷통수를 끍적거리며 고개를 돌렸다 무당이 묶여 잇었다

 

[ 미안하지만 이제 몇시간도 채 남지 않았어. 넌 시간이 되면 말썽부리지 않고 떠날건데

 

너무 하다 싶어서..

 

뭐 별로 한것도 없어. 그냥 조용히 묶어 놓고 부적을 떼내버린 것 뿐이야 ]

 

[아. 그 아저씬 만났죠?.]

 

[그러니까 왔지. 어서 석윤이 한테 가봐! 한시간도 채 남지 않았어.]

 

[ 태풍이 몰아친다는데 공연은 하나요?.]

 

[ 글쎄. 어찌 되었건 서둘러 네 몸이 ]

 

두 다리가 무릅까지 서서히 사라지고 있는 것 이 보였다





거리에는 엄청난 태풍이 몰아치고 있었다

 

곳곳에 교통이 마비 되고 수제민들의 피난행렬이 수시로 보도 되고 있었다

 

땅밑에서 잠을 자던 귀신들까지 축축한 습기에 깨어나 마구 휘젓고 다니고 있는 것이 보였다

 

사람들의 세상은 불안한 그 무엇이였고 덩달아 귀신까지 설쳐대는 모습은 두 쪽 세상을

 

모두 볼수 있는 나에게는 그야말로 아비규환이였다.

 

이 상태로라면 석윤이의 공연은 할 수 없어..석윤아.............

 

내 다리는 이미 무릎까지 사라지고 없었다.

 

더 사라지기 전에 ..........

 

내가 공연장에 도착했을때 나와 거의 같은 시간에 공연장으로 들어서는 여자가  있었다

 

공연장 바깥으로 도시를 삼켜 버릴 듯한 비는 계속 내리고 있었다.

 

여자는 검은 우산을 접어 털며 돌아섰다

 

.............!!!

 

그여자는 다름아닌 석윤의 어머니였다

 

내 머릿속으로 무엇인가가 스쳐지나갔다

 

부적!

 

분명 석윤의 어머니는 석윤에게 무당이 준 부적을 건네기 위해 여기 온것일것이다.

 

석윤의 어머니는 서둘러 공연장의 무대뒤 연습실로 달려갔다

 

 


[ 이게 뭐야?.]

 

[응................. 그러니까......부적. ]

 

[부적?. ]

 

석윤은 어머니가 내미는 빨간 비단 천에 오색 색실로 무늬가 새겨진 부적을 들고는

 

의아한 듯 물었다

 

[ 이거 오늘 공연 무사히 마치라고 ........그러니까 주머니 어디에 넣어둬....]

 

[........? 알았어...]

 

석윤의 알았다는 말에 그녀는 미소를 지었다

 

석윤아.......안돼.................

 

[ 그래 사람들은?.. .........많이 왔어?. ]

 

[...............]

 

석윤은 대답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 그래?. ]

 

석윤의 어머니가 웃자. 석윤은 살며시 무대의 커튼을 열어 어머니에게 관객들을 보여줬다.

 

 


정말......사람들이 많이 온거야?.

 

커튼 밖으로 강당의 반 정도를 채우는 사람들이 보였다.

 

어쩌면 반 수 밖에 되지 않는 그들은 진정 석윤의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임에 틀림이

 

없을 것이다.

 

[그럼. 엄마 관람석에 앉아 니 공연 볼께. 잘해 .]


그녀가 나가고 나는 석윤의 곁에서 멀리 떨어진 채 석윤을 지켜 보았다

 

부적.........

 

엄마가 부적을 들고 오다니...............

 

석윤은 의아해하더니 이윽고 나를 떠올렸다.

 

어쩌면...............

 

석윤아 그걸 네 몸에 가지고 있으면 안돼 ........석윤아......나는 석윤이 그것을

 

주머니 속에라도 넣을까 조마 조마한 마음으로 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