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하지 않아?.]
석윤은 시켜놓은 커피잔에는 입도대지 않은 채 앞에 앉아 있는 비상의 멤버 현철에게 진지하게 물엇다.
[ 네가…..유선배 죽음으로 너무 예민해져 있어서 그렇게 생각 하는거 아닐까? ]
[아냐. 선배가 그렇게 간 뒤로 내 꿈속에는 늘 유선배가 나타났었어….요즘에는 ]
[……..?]
[ 다 싫고 잠만 잤으면 좋겠어………오히려 현실보다 꿈속이 더 좋아…]
[석윤아…………]
그렇게 말하는 석윤의 얼굴이 어두웠다.
석윤은 또 다시 거나하게 취해 집으로 돌아왔다.
나는 석윤의 침대 머리 맡에 앉아 석윤의 쳐진 모습을 보고 있었다
아직 영계의 시간에 익숙하지 않은 나는 시간이 얼마나 남았는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석윤에게 하지 못한 그말을 꼭 해야만 나는 떠날 수가 있을 것만 같았다.
석윤은 취한 모습으로 피아노 앞에 앉았다.
도………미…….솔………….경쾌한 소리가 났다.
석윤은 생각없이 피아노 건반을 한동안 두들겨 대더니 갑작스럽게 꽝! 피아노
건반을 치며 벌떡 일어나 침대위로 몸을 던졌다.
석윤은 취해 있었지만 무엇인가에 화가 나 있었다.
석윤은 다시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자신의 가방을 꺼꾸로 들고 안의 것들을 우루루 쏟아 내기 시작했다.
쿵-! 나무로 만든 피라미드가 떨어져 나왔고 스켓치북 낱장이 쏟아져 내렸다.
스켓치북 낱장에는 석윤의 모습들이 가득 그려져 있었다.
그것은 내가 석윤의 모습을 그려서 모아온 스켓치였다.
저걸 어떻게 찾아낸거지?………….
그 스켓치들은 비닐팩에 단단히 쌓여 내 아지트 벽과 벽속에 넣어 둔 것이였다.
[ 바보 같은 여자! 도대체 어떤 마음으로 날 그려왔던 거야?. 이제는 그 마음이 무엇인지 물어 볼수 조차 없쟎아!!!! 유나희. 이 멍청아! ]
석윤의 안타까움에 떨리는 심장소리가 났다.
석윤은 나무 피라미드를 보더니 화가 치밀어 오르는듯 관자놀이에 푸른 핏줄이 섰다.
[ 열어 보지도 않았어……………. ]
석윤은 나무 피라미드의 뾰족한 부분을 위로 쑤욱 뽑아 올렸다
그랬더니 마치 마술 처럼 피라미드는 3면의 조각으로 분리되어 나왔다
그 한가운데…………석윤이 시간의 문이 있다고 말한 그 한가운데에 아쿠아마린의 투명한 블루색 반지가 끼워져 있었다.
…………..!!석윤아. 하루만 빨리……….하루만 빨리 그걸 봤더라면……….운명은 이렇게 어긋나는 거구나…
[ 왜 그래?. 입맛이 없니?. ]
석윤의 어머니는 숟가락을 든채 멍하니 생각에 잠겨 있는 석윤에게 물었다
[…………..엄마 같은 꿈을 일주일씩이나 연달아 꾸었어……그게 가능해?. ]
[ 같은 꿈을?………..]
[ 응……..같은 꿈이였어…].
- 유선배……….꿈속에서만 우리 만날 수 있는 거야?.
석윤이 마음속으로 나를 향해 묻는 소리가 들려왔다
석윤은 오늘도 어김없이 나를 불러 유체 이동 시켰다.
석윤의 나를 만나고 싶어하는 간절함은 우리를 또 다시 석윤의 꿈속에서 만나게 했다
[ 날 위해 노래를 불러줘. 내 생일이야…]
[ 음……보자 12월24일?. 우와 유선배 싼타랑 같은 날이 생일이구나. 겨울 아이네….]
석윤의 환한 미소 뒤로 겨울 바다가 펼쳐졌다.
겨울 바다는 석윤의 무의식이 만들어 낸 선물이고 그 바다는 춥지 않았다.
하얀 파도가 안개꽃 처럼 피고 다시 지는 그 바다의 해변으로 석윤의 피아노가 스르륵 모습을 갖추었다.
겨울에………….♪
석윤이 노래를 부르며 피아노 건반을 누르기 시작하자 폐곡선을 그리며 겨울 바다 위를 날으던 잿빛 갈매기가 피아노 위로 날아와 앉았다
태어난………..아름다운 ..당신은…♪.
나는 피아노를 치며 노래를 부르는 석윤의 어깨에 내 어깨를 꼭 마주 붙인채 그의 체온을 느꼈다.
[석윤아! 얘가 왜 이래?……..식은 땀을 이렇게 흘리고…정신 좀 차려봐!
석윤아…]
석윤의 꿈 바깥 세상으로부터 석윤의 엄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석윤은 듣지 못하는 그 소리를 나는 들을 수가 있엇고 그녀의 목소리 속에 묻어나는 경악스러움에 나는 황급히 석윤의 꿈속을 빠져 나왓다
잠든 석윤의 손 밑으로 수면제 병이 떨어져 있었다.
석윤의 엄마는 기절이라도 할 듯 비명을 지르며 남편을 불렀고
남편은 석윤을 흔들어 댔지만 석윤은 눈을 뜨지 않앗다.
[ 석윤아………너 ……가봐야 해. 어서 눈을 떠봐………]
[ 아니. 여기가 더 좋아………여기가 더 편안해……..유선배를 꿈에서만
볼수있는 거라면 난 꿈만 꾸겠어…]
[아니야…… 석윤아. 내게서 떠나. 나를 놓아버려]
[유선배를 놓아 버리라구?. 그래! 그래서 그렇게 갔어?. 그렇게 모든 것이
쉬워? 유선배 한테는?!!!
내가 그반지를 낀 유선배 얼굴을 얼마나 보고 싶었는지 알아?!!!
이기적이야.! 유선배는 ! ]
석윤이 화를 내고 있었다. 나는 몰랐어…..니 마음을……….니 마음을………
[ 나를 만나는 동안 조금씩 밝아지는 유선배 보면서 얼마나 내가 힘이
솟았는지 알아?.
내가 좀 더 일찍 말해주지 못한거 그게 한이 되! 내 가슴에 이렇게 맺힌다구!
내가 얼마나 오랫동안 유선배를 지켜본 줄 알아?!!! 바보! 바보 멍청아!
말해주지 않는다고 그걸 느끼지 못해?. 내 눈을 보면서도 도대체 유선배는
뭘 생각했던 거야?! ]
[석윤아……………]
나는 화를 내는 석윤의 곁에서 일어나 슬픈 표정으로 석윤을 돌아 보았다
[유선배. ………..유나희 가면 안돼! 어딜가는거야?. 가지마! ]
석윤이 울었다.
석윤의 눈물에 내 영혼이 너무 아팠다.. 하지만 석윤일 잘못되게 할 수는 없었다
다행히도 석윤은 병원 침대에서 눈을 떴다.
위세척을 끝마치고 수척해진 채 누워있는 석윤.
나는 석윤의 머리맡에 앉아 한숨을 돌리고 잇었다
병원 안에 떠도는 귀신들이 보였다.
수술을 하다가 죽은 귀신…임산부 귀신……..태아 귀신…….
그때 문이 열리고 석윤의 어머니가 들어섰다
걱정스럽게 앉아 있는 석윤의 아버지는 기다렸다는 듯한 표정으로 아내를 바라 보았다
[ 물어봤어?. ]
[ 귀신이 붙었데…….점쟁이가 석윤이 한테 귀신이 붙었데요. 굿을 하라는데……..처녀 귀신이라고 영혼제를 올려주라고 하더군요…어쪄죠?. ]
[ 귀신이 붙어?. 말도 안돼는 그런 소리 들으려구 점쟁이 한테 갔었어?. 쯧쯧쯧………]
[하지만. 늘 밝고 명랑하던 애가 그 유선밴가 뭔가하는 아이가 죽고 난 뒤부터 딴 애가 된 것 같았어요.
늘 술에 취해 들어오고 아침 늦게 까지 잠자고………이제는 수면제 까지………이유가 없쟎아요?! ]
[그럼 당신은 그 점쟁이 말을 믿는거야?. ]
[……………하지만. ..굿이라도………]
현실세계에서 나는 나쁜 귀신이구나. 멀쩡한 사람한테 붙어 멀쩡한 사람을
괴롭히는 몹쓸 귀신.
쓴 웃음이 나왔다.
굿을 하라구?…..처녀 귀신이라구?….
나는 아직 한번도 무당이니 하는 것의 근처에도 가보지 못했기에 그들이 가진
영적인 힘이 얼마만큼인지 알수 없었으나 무당이라는 존재가 석윤의 곁에
내가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는 것에 나는 놀라고 있었다
처녀귀신이 붙었으니 굿을 하라는 말이 내게는 너무나도 현실적으로 다가온 것 처럼 이 방안의 지금 이순간을 구경하고 있는 곁에 서 있던 다른 귀신들이 키득 키득 웃어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