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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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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테리우스 9.


BY 영악한 뇬 2003-11-16

 

[ 넌 24시간 전에 죽었어 ]

………………..!!!!!

 

갑자기 어지럽고 구토가 밀려왔다.

 

죽었다고?.

 

말도 안돼는 소리

 

나 여기 이렇게 말짱하게 서 있쟎아.

 

나는 뭉크의 그림속 여자 처럼 동그랗게 휑한 눈을 치켜 뜨고 경악스럽게

 

입을 벌린 채 두 손으로 내 얼굴을 잡고는 비명을 질러댔다

 

그러나. 너무 놀라면 비명도 나오지 않는 것일까?.

 

내 비명에는 소리가 없었다

 

[네가 뭘 생각하는지 다 알아 .  ]

 

창원이 그런 나를 보며 말했다

 

[ 난. 안 죽었어. 죽었으면 지금 나는 뭐야? ]

 

[ 넌 영신이야. 귀신이라고도 하지. 영혼의 몸일 뿐이라구. ]

 

[ 내가 어떻게 죽은 거야?. ]

 

[ 네 몸에 네가 어떻게 죽었는지 다 새겨져 있쟎아. 숨길수도 없어 . ]

 

나는 창원의 말에 내 손목을 들어 보았다.

 

하얀 붕대가 감겨져 있는 내 손목.

 

[ 독하게 어떻게 그런짓을 한거야?. ]

 

그렇구나……..내가 ……..그때………물방울 소리를 듣고 깨어 났던 그 순간이

 

내가 죽었던 순간이였구나

 

[아무..생각도 ………할 수가 없었어………..난 단지 모든 것을 멈추게 하고

 

싶었다구 .흐흐흑……]

 

[그래서 멈추었니?. 그 고통?. 죽으면 모든 것이 끝날줄 알았지?.

 

그게 모든 인간들이 가지는 죽음에 대한 착각이지 죽어도 .행복하게 죽지

 

않으면 아무것도 결코 멈추지 않아…….많은 고통을 보게 되고 느껴야

 

되고.그러니까. 네 괴로움 , 죽어서도 가지고 가는거야 . 풀지 않으면 결코

 

고통을 멈추게 할순 없어 ]

 

[ 아니야. 나. 죽은거 아니라구. !! ]

 

그 순간 내 머리 속으로 얼른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나는 미친듯 달려 작업실로 갔다

 

벌컥 문을 열어제끼고 나는 작업실 거울 앞에 섰다

 

귀신은 거울에 비쳐지지 않는다지?.

……………!!!

 

갑자기 태풍이 휩쓸 듯 소름이 온 몸을 휩쓸고 몸 안의 힘이 빠져 나갔다

 

거울속에. 내 모습은 비쳐지지 않았다.

 

 

 

 

원은 어느새 내 뒤를 따라와 그렇게 말했다

 

[ 이제. 하루를 썼으니 48일이 남은 셈이 되는구나. ]

 

[ 넌 누구야?. ]

 

[ 기공부를 하다가 영통햇지. 선사들이 나를 타고난 도사라고 불렀어.

 

그 나이에 그 수련 정도에서 영통할수 있는 사람들이 없거든.

 

그래서 귀신들도 많이 보고. 영세계에 대해 알게 된거야 . ]

 

[그래서 너만이 나와 대화할수 있는거야?. 다른 사람은 나를 보지도 듣지도

 

만지지도 …………..]

 

그렇게 말하는 동안 목이 메어왔다.

 

[ 그래 맞어 ]

 

[ 그럼. 니가 보는 내 모습은 어때?. ]

 

[ 한없이 투명해…… 피가 ……네 몸속의 피가 몽땅 빠져 나와버린 것 같애. 

 

 조금 지나면 너 처럼 영신을 가진 죽은자들이 보일거야. 너보다 훨씬 처참한

 

 몸을 가지고 있는 영신들도 많아.. 여기 학교 운동장만 하더라도 수 많은

 

영신들이 있어입시에 떨어진 아이들의 영신이 대부분이고 분신 자살한

 

대학생 몇몇도 터줏대감으로 여기 머물고 있어 고통을 풀지 못하면 그들 처럼

 

지박령이 되어서 떠돌게 되.  ]

 

[ 나. 살아있을때 . 자살하면 죄가 된다던데 지옥으로 떨어진다던데 그 말이

 

맞는거야?. ]

 

[ 모두 인간들이 자살 하지 못하게 미리 엄포를 놓는거야. 자살하면

 

그 주위의 사랑하는 사람들 가슴이 얼마나 아프겠어?. 그러니까. 그런일이

 

생기지 못하게 하기 위해 사람들이 만들어 낸 말이야 ]

 

[ 그럼 , 자살이든 뭐든 상관없다는 거야?. ]

 

[ 수명까지 살다가 죽으면 좋겠지만. 결국 죽음이란 육체를 벗어 버린다는

 

것에서는 매 한가진 걸 문제는 자살이냐 무엇이냐가 아니라. 죽음에

 

이르도록 만든 그 고통. 그 분노를 사후에 풀어줘야 한다는 거야 .

 

너 역시 너의 고통과 분노를 풀어야만 영세계로 돌아가 쉴 수 있어 ]

 

[ 귀신이 되면 인간들의 모든 생각을 들을 수가 있는거니?.……………석윤이가

 

마음속으로 생각하는 것들이 모두 내게 들려와 석윤이가 느끼는 슬픔이랑

 

놀라움 .그런 감정들이 너무나도 정확히 내가 느끼는거야 ……]

 

[ 그래. 그래서 더 귀신이 되면 괴로운거야.  진실을 듣는다는 것은 끔찍하지

 

않니?. 사람들의 공포가 극에 달하게 되면 그때 사람들은 귀신을 보게 되는데

 

그게 바로 감정의 파장이 맞아지는 때야 …… .이러구 앉아 잇지 말고 네

 

고통의 근원을 찾아 풀어야 해 . 가봐. ]

 

[ 자..잠깐만. 살아있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거야?. ]

 

[ 차차 니가 알게 되겠지만…… 꿈은 영신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소통의

 

방법이야. 할말이 있으면 상대방의 꿈속에 들어가봐 ]

 

[ 꿈속으로 ?. 어떻게 하는거야?. ]

 

[ 네가 간절히 염원하는 사람이 눈을 감고 꿈길로 찾아 들어가고 나면

 

그때 사람의 육체와 영이 분리되 그렇게 되면 그 사람의 영은 네가 이끄는

 

어느 곳이든 갈수 있고 너를 보며 대화할수 도 있다.

 

너무 자주하거나 오래하면 문제가 일어날수도 있으니까 ……]

 

[ 깨고 나면 ……]

 

나는 급하게 되물었다

 

[깨고 나면 그 사람은 마치 현실처럼 생생한 꿈을 꿨다고 느끼겠지……]

 

그래 꿈일 뿐이란 말이지?..

 

자고 나면 잊어 버리고 시간이 지나면 꿈속의 내용 조차 희미해지는 ……..

 

 

 

그렇다면 길거리에 저렇게 더러운 꼴 , 섬짓한 꼴로 모습을 보이는 사람들은

 

모두 나처럼 죽은 인간들이구나

 

문득. 그날 밤. 닫혀진 카페 앞에서 만난 후드를 눌러쓴 그 남자가 떠올랐다

 

내가 살아 있는 사람인 줄 알았던 그 역시 죽은 사람이였던가?.

 

그 남자는 내가 이제 곧 죽을 거라는 것을 알고 내 앞에 나타나 경고를

 

한 것이였을까? 그럴지도 모르지………..그럴지도 몰라..

 

 

[ 벼랑끝이야. 끝까지 내몰렸어. 한발만 앞으로 내밀면 너는 이제 끝장이야

 

움직이지마 ]

 

그 남자의 말이 다시금 떠올랐다.

 

그 날 밤 12시를 넘긴 거리를 혼자 걸으면서 느꼈던 그 공포와 무서움이 이젠

 

귀신이 되어 버린 지금도 느껴졌다.

 

지금의 이 공포는 인간일때의 공포와는 또 다른 것이였다

 

지금 내곁을 스쳐가는 저 어두운 표정의 사람들은 이미 죽은 사자들이였다

 

 

저마다 목에 밧줄이 메이거나. 나 처럼 팔목을 잘랐거나. 칼에 찢어진 배를

 

움켜 잡고 죽을때의 생생한 그 고통을 간직한 채 고통스러워 하며 자신의

 

고통의 근원지를 찾아 이리 저리 방황하는 사자들이였다

 

나는 그들과 시선이 마주쳐 질 때 마다 시선을 돌렸다.

 

그들의 고통이 내게 육신이 없는 내게 너무나도 생생히 전달되었기 때문이였다.

 

지옥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였다

 

바로 인간들이 사는 이 세상속에 지옥도 함께 숨쉬고 있었던 것이였다.

 

 

날수 있을까?걸으면서 그렇게 생각하자 내 몸은 갑자기 가벼워지며 지면

 

위에서 발이 떨어져 올랐다.

 

밤 바람을 가로 지르며 별 저항력 없이 나는 내가 생각하는 곳으로 날고

 

있었다. 영혼이 되어 버린 내게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벽이나 문은 아무

 

의미도 없었다.

 

나는 공기중으로 움직였다.

 

바람이 통하고 사람이 숨을 쉴수 있는 어떠한 공간이라도 나는 갈수 있었다

 

 

 

나는 공기중으로 유기체가 되어 이동하면서 엄마를 생각했다.

 

그리고 석윤이를 생각했고, 동생을 생각했다.

 

인간에게는 타인인 다른 존재가 고통의 근원이였다.

 

사랑하면 사랑한다는 이유로 가슴이 아프고 , 사랑하는 사람으로 인해

 

고통스럽고  미워하면 미워한다는 이유로 가슴에 분노가 깃들고 그들로 인해

 

고통스러웠다.

 

 

내가 죽은 사람이 되어서 , 아니., 사자가 되어서 첫번째로 찾은 것은

 

석윤이였다.

 

석윤을 생각하자 어느샌가 내 유기체의 몸은 석윤의 곁에 와 있었다

 

석윤은 비상의 멤버들이 간간이 공연을 하는 락카페에 멤버들과 함께 앉아

 

있었고 내가 석윤을 찾았을 때는 이미 석윤은 거나하게 취해 있었다.

 

석윤의 곁으로 가 서자 슬픔으로 가득 차 있는 석윤의 마음이 느껴졌다.

 

[ 그만 마셔.석윤아]

 

석윤의 곁에 앉은 정순이 석윤의 어깨를 잡고 흔들었다.

 

[ 누가 하나 죽는다고 세상이 바뀌지는 않아. 세상은 눈하나 꿈틀거리지 않고

 

 잘도 돌아간단 말이지.

 

죽은 놈만 불쌍한거야. 산 사람은 잠시 후면 다 잊어 버리고 살아갈수 밖에……..

 

그게 인간이야. 인생이고 ]

 

비상의 또 다른 멤버인 남자가 말했다.

 

석윤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으나. 석윤의 마음의 소리를 나는 듣고 있었다.

 

[병신 죽긴 왜 죽어?. 그렇게 끝까지 내 몰려 있으면서 어쩌면 나 한테

 

한마디도 하지 않을 수가 있어?. 내가 유선배한테는 아무것도 아닌 그런 그냥

 

장난이나 치고 히히덕덕 할 상대 밖에 되지 않았다는 거야? ]

 

아니야. 석윤아……아니라구…………나는 내 어둠이 너에게 전염되길 바라지

 

않았을 뿐이였어.

 

나는 내 말이 들릴리가 없는 석윤의 바로 곁으로 와 앉으며 석윤의 눈을 가린

 

흐트러진 앞머리를 매만져 주었다.

 

그러나 내 손끝에 와 닿는 석윤의 머리카락을 느낄 수가 없었다

 

그래서……..육체가 없는 귀신은 슬픈거구나.

 

석윤의 머리카락으로 바람이 불었다.

 

그 바람은 내 손의 움직임이 만들어 내는 바람이였다.

 

 

 

나는 천천히 알아갔다

 

내가 살아 있을 때 알지 못했던 것들..어디선가 물방울 떨어지는 공명이

 

울리면 그것은 영이 슬퍼하는 것이고

 

영이 몸을 움직여 무엇인가를 표현하면 여지없이 어디선가 미풍이 분다.

 

당신을 사랑하는 영이 곁에 있으면 주위가 환해지고 따듯한 빛을 느끼고

 

악령이 당신 가까이 에 있다면 당신은 추위와 불안함을 느낄것이다.

 

이것들이 창원이 내게 말한 천천히 알아가야 할것들이였다.

 

 

 

석윤은 문득 입구 쪽을 바라 보았다.

 

뭐야?. 어디서 바람이 부는거야?

 

그래 놓고 석윤은 한동안 입구로부터 술에 취한 눈을 떼지 않았다.

 

나는 고개를 돌렸다

 

신기하게도 석윤이 보는 것이 내게도 보였다.

 

 

그것은 석윤의 회상. 혹은 기억이였다. 나는 석윤의 기억을 함께 볼수 있었다

 

석윤의 기억이 시작되자 석윤의 기억속 어떤 날에  락카페의 입구로 들어서는

 

여자가 있었다.

 

 

 

 

 

 

**차 사고가 있었습니다. 그때문에 늦었습니다 , 기다리신분들께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