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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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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른 엄마


BY 장미영 2003-11-13

  허리의 통증은 가라 앉았지만 마음은 여전한거 같다. 아기가 깰까 조심스레 일어나 시계를 보니 8시30분경.................남편은 회사에 갔는 지 없다. 원래 그 사람보다 일찍 일어났어도 아침밥은 안차려 줬지만(달랑 우유한잔) 그래두 괜히 미안한 기분이 들었다. 소파에 두러누워 TV를 쳐다보느라 난 아기가 깼는지도 몰랐다. 겨우 아기가 " 엄마 "라고 울면서 외쳤을 때 그때 서둘러 아기에게로 달려갔다. 아기와 아침인사를 나누고 우유한컵 사과한개 대충 잘라주고 비디오를 틀어주며 난 거실로 나왔다.

 이제부터는 내 시간이다..................난 소파에 벌렁누워 다시 TV속으로 정신을 빠트렸다.

 그때 아기의 울음소리가 났다.  난 누운채 말했다. " 아기야 왜? 아퍼? " 엄마소리에 애기가 달려왔다. 3살인데 꽤 달리기를 잘한다. 달리기 선수시킬까? 아마 우유를 엎질렀나보다. 이렇게 얘기안하고 달려온거보니.........................

 " 괜찮아. 이따 엄마가 닦아줄께.................. 들어가서 비디오보고 있어. 엄마 금방갈께. "

 아기는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난 일어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또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아기의 소리가 들렸다.

 " 엄마! "

말하는것도 귀찮았다. 몇번을 아기가 나를 찾았을까? 아기가 달려왔다.

 " 엄마! 무서운거 나왔어. "

 난 짜증난 얼굴로 아기의 말에 대꾸했다.

 " 뭐가? 엄마가 때려줄테니까 가 있어. 이따가 아기 맘마줄께."

 " 맘마! 신난다. "

뭐가 신난다는걸까? 난 다시 TV에 눈을 고정시켰다. 사실 평상시에는 재미없다며 보지도 않던 프로였다. 그런데 오늘은 참 재미있다. 이럴때 커피가 있으면 제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을 올려놓자 아기가 달려왔다.

 " 맘마? "

 " 아니.........엄마커피. "

아기는 웃음을 거두고 나를 쳐다봤다.

 " 맘마줘. "

 " 배고프니? "

 " 응 "

 " 그래........ "그럼 이거 먹어. 난 식탁위에 있는 바나나를 아기에게 내밀었다.

 " 싫어. 맘마 "

 " 오늘은 맘마없어. 아 너 빵먹어라. "

난 얼마전에 1000원에 3개라고 사놓은 빵을 1개 내밀었다. 아기는 좋다는 듯 받아들었다.

 " 여기 물있어. 빵 먹으면서 물 마셔. " 난 냉장고에서 물병을 꺼내며 말했다.

 " 엄마..............지금은 혼자있고 싶으니까 방해마. 다시 엄마에게 오면 혼난다. "

 아기는 힘없는 목소리로 " 네 " 라 말하며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사실 죄끔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커피를 들고 거실 소파에 앉은 난 이번에 추억속에 빠져들었다. 예전에 가슴 시리게 했던 그 사람은 지금 어떤 모습으로 변해있을까.............결혼을 생각했었다.하지만 주변에서 우리 결혼을 싫어했다. 아니 반대했다. 결국 내가 먼저 그를 포기했고 어느 날 갑자기 연락을 끊어버렸다. 벌써 5년전....................

 아기의 울음소리에 추억속에서 빠져 나왔다.

 " 에구구..........이번엔 또 뭐야? "

 방에 들어서보니 벌레 한마리가 TV받침대를 올라가고 있었다. 아마 벌레 때문에 울었나보다.

 " 벌레가 무섭긴 뭐가 무서워. 엄마가 잡아줄께 " 난 파리채를 집어들었다. 맨손으론 아직 싫다. 징그러우니까.

 벌레를 잡고 방을 보니 정말 엉망이였다. 우유는 쏟아져있고 사과 조각들은 여기저기 나뒹글고 있고 빵조각들은 여기저기 뜯어놓고............이불은 너저분하게 깔려져 있고...........

 " 너.........이렇게 어질러놓고 벌레가 무섭다고 우냐? 니가 어질러 논 모습이 더 징그럽지않냐? "  하지만 난 치울 생각은 없었다.

 " 제발 엄마 좀 쉬게 해주라................응? "

아기가 고개를 끄덕였다. 거실로 나온 난 소파에 두러누웠다. 잠들어었나? 시계를 보니 한참을 잔 듯 하다. 그런데 아기가 나를 자게 내버려두다니.............혹시나 싶어 방으로 달려갔다. 아기가 자고 있었다. 난 아기에게 다가가 아기의 볼에 입맞춤을 했다. 그 모습이 너무나 사랑스럽고 미안했다. 아기가 눈을 떳다.

 " 잤어? 아기 졸려? "

 " 아니............ "

아기는 일어나 나의 목을 감싸앉았다.

 " 엄마! 이젠 안아파? "

 " 그럼.............. "

 난 아기를 떼어놓으며 말했다.

 " 아기 배고파? "

 " 응 "

 " 그래? 그럼 우리 중국 음식먹을까? 넌 뭐 먹을래? 간짜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