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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님이 하신 김치를 친정에 나눠주는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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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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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만날 사랑 33


BY 제인 2003-11-14

미연은 명민을 데리고 미래클럽으로 갔다.

미연은 명민이 어떻게 해서 자기를 찾아오게 되었는지 대강 짐작할 수 있었다.

그래서 지금 미래클럽에 가는 것이 꺼리낄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 내 친구가 하는 클럽이야."

"친구 누구?"

"장미래."

"가수말야? 너 장미래랑 친구였니?"

"놀랐지?"

"응. 나 장미래 아주 좋아하는데..."

"다음에 기회있으면 소개시켜줄께. 그런데 어쩐일이야, 나를 다 찾아오고?"

"음...영준이 한테서 들었어. 널 봤다고 그러더라. 그동안 미안했다. 진희랑 헤어지고 혼자 사느라 힘든지 알면서도 한번 들여다 보지도 못했어."

"무슨 소리야, 너 바쁜 거 다 아는데. 내 걱정 말고 너 장가갈 생각이나 해."

"장가는 뭘...그런데...진희한테서는 연락 오니?"

"아니, 전혀."

"장미도 안보고 싶은가? 너무하네..."

"......."

"그런데 아까 그 남자는 누구야? 둘이 껴안고 있던데?"

"아무것도 아냐. 그냥 친동생처럼 친하게 지내는 애라서 그렇지 뭐. 옛날에 너희들하고는 안껴안았었니?"

"그랬지. 그때 네 품에 안겨서 황홀해하고 그랬지. 하하..."

"호호...황홀했었어?"

옛날 생각에 웃음짓던 명민은 다시 걱정스런 얼굴이 되어 미연에게 묻는다.

"미연아, 너 일할 데가 없어서 그런데서 일하는 거야?"

"그런 셈이지. 많이 알아봤는데, 마땅한 데가 없더라."

"하긴 요새 갓 졸업한 애들도 취직이 안되는 판인데...흠...내가 좀 알아봐 줄까?"

"그럴 거 없어. 네 일도 바쁠텐데. 이렇게 와준 것만도 고마워."

"아냐, 내가 알아볼 때까진 알아봐줄께."

"그래. 고맙다."

명민과 미연은 오랫만에 만나 함께 식사를 하였다.

명민은 집으로 데려다 준다며 미연과 동행을 하였다.

 

고수는 가게문을 닫고 집으로 가면서 미연이 아까 다른 남자랑 나간 것이 맘에 걸렸다.

'동창이라고? 그런데 왜 그렇게 다 늦게 찾아온 거지?'

고수는 아파트 엘레베이터가 도착했지만 타지 않고 다시 아파트 밖으로 향한다.

아파트 입구 계단을 내려가다 들어오는 형선과 마주친다.

"야, 너 어디가?"

"잠깐 나갔다 올께."

"너 또 거기 가냐?"

"아이 나 좀 냅둬, 참견말고."

"저 자식이...?"

고수는 얼른 뛰어나가 택시를 잡아타고 미연의 집앞으로 갔다.

이층 미연의 방불이 아직 꺼져있는 것을 보니 미연이 아직 안 온 모양이었다.

담벼락에 기대어 서서 미연이 오기를 계속 기다렸다.

한시간쯤 지나니 차가 골목으로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고수는 옆집 대문앞으로 들어가 숨었다.

그 차는 미연의 집 앞에 서더니 사람들이 그 안에서 내렸다.

세 사람이었다.

미연과 아까 그 남자, 그리고 장미.

"고마와, 데려다 줘서."

"그럼 몸조심 하고, 무슨 일 있으면 꼭 연락해라."

"그래. 잘가."

장미는 엄마옆에 서있다 명민에게 꾸벅하고 인사를 하였다.

명민은 몸을 구부려 장미의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 보았다.

그리더니 미연을 올려다 본다.

미연이 웃으면서 말한다.

"장미 정말 오랫만에 봤지?"

"그래. 아주 예쁘게 컸네. 그럼 나 간다."

명민이 차를 몰고 골목밖으로 향했고 미연은 장미를 데리고 집안으로 들어갔다.

고수는 명민의 차가 사라지자 얼른 미연의 집으로 가 문을 두드린다.

"누구세요?"

"누나, 나 고수야."

미연이 문을 열어주었다.

"너, 또..."

"아냐, 누나, 그냥 누나 얼굴만 보고 가려고 왔어."

"잠깐 들어와, 그렇게 서있지 말고."

고수는 멋적은 표정을 지으며 미연의 집으로 들어갔다.

"아저씨!"하고 장미가 반가와 한다.

"우리 장미 잘 있었어?"

"응."

고수와 장미는 서로 반가와 낄낄거린다.

"누나, 우리 내일 장미 데리고 놀러가자."

장미는 "정말?"하며 좋아서 손뼉을 친다.

"내일 무슨 일 없지? 아침 일찍 올테니까 나갈 준비하고 있어."

"어디 가려고?"

"놀이동산이나...그런데 가지 뭐."

"그럴까?"

미연은 장미가 기뻐하는 것을 실망시키기가 미안해서 그러기로 한다.

고수는 장미의 얼굴을 한 번 쓰다듬고 일어서 미연 앞에 선다.

"누나, 나 일요일마다 누나한테 놀러올께. 그래도 되지?"

"........"

"되지?"

"그래."

미연은 고수가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도 병문이 한 말이 거짓이란 걸 깨닫지 못하고 고수가 고아인줄로만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고수가 외로와서 그러는거야. 그래, 일요일이라도 우리집에 와서 한식구처럼 지내고 밥도 같이 먹는게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 후로 고수는 매주 일요일이면 미연의 집에 와서 놀다 갔다.

고수로 인해 미연은 아주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되었다.

일요일 뿐이지만 고수와의 생활은 진희와의 어두웠던 결혼생활과 자꾸 비교가 되었다.

고수는 아주 부지런한 남자였다.

미연의 집에 오는 날에는 시장에 들러 김치거리를 사와 미연과 함께 담갔다.

미연과 장미를 위해 요리하는 것을 좋아했고, 밀린 집안 청소와 빨래, 그리고 쓰레기 치우는 일을 모두 도맡아서 했다.

그리고 수시로 미연과 장미를 즐겁게 해주려고 놀러갈 곳과 맛있는 음식점을 뒤지고 다녔다.

고수는 늘 "누나, 누나는 나의 여왕이야. 내가 다 시중들테니까 시키기만 해."하며 미연을 몹시도 위해주었다.

가만히 앉아서 TV를 보거나 신문만 들척이던 진희.

애정이 없어서 그랬을까, 한번도 자기를 위해서 아무것도 배려해 준 적 없었던 진희와의 결혼생활이 너무나 무의미했음을 실감했다.

'그때 진희와 결혼하지 말았어야 했어...장미를 혼자 낳아서 키우는 한이 있어도. 하지 말아야할 결혼을 해서 나도 힘들었지만, 진희도 힘들었겠지. 다 내 잘못이야....'

 

그런데 가끔 미연은 고수가 차려놓은 식탁에 앉아 밥을 먹으면 지난 날 그와 비슷했던 상황이 떠올라 자기도 모르게 밥숟가락을 내려놓곤 하였다.

가슴이 저미도록 행복했던 그 어떤 기억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