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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서의 40대 직장 여성과 MZ직원과의 싸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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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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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만날 사랑 20


BY 제인 2003-11-08

고수는 토요일인 다음날 아침, 선물가게 아르바이트 일을 평소보다 일찍 마치고 집으로 돌아갔다.

방에 얼른 들어가 가지고 있는 옷들 중에서 제일 비싼 옷을 꺼내 입었다.

거울에 한참 자신의 모습을 비춰보더니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병문씨! 나야!"

- "김고수병장? 어쩐 일이야, 이 시간에?"

"나 오늘 중요한 일이 있는데, 차 좀 한대 빌려타면 안될까?"

-"에이, 이거 왜 이러셔?"

"아이, 그러지 말고 좋은 차 들어온 거 있으면 좀 빌려줘, 깨끗하게 돌려보낼께."

-"아이 참...그럼 이리와서 봐. 와서 골라 가."

"금방 갈께."

고수는 군대에 있을 때 수송부에서 자동차 정비를 하였다.

막역한 사이로 지내던 군대동기인 이병문은 제대 후에 형과 신길동에 정비공장을 새로 차렸는데 장사가 아주 잘 되었다.

여의도의 꽤 잘 사는 사람들이 차를 주로 신길동이나 대방동 쪽으로 가져가 고치기 때문이었다.

고수는 제대 후 처음으로 하는 미팅에 멋진 모습으로 나가고 싶었다.

그리하여 이병문의 정비소로 가서 고급 승용차를 한대 빌려가려고 하는 것이었다.

수리를 맡긴 차 중에는 BMW나 벤츠 같은 고급 외제승용차가 꽤 있었다.

"음~ 이거 정말 짱인데?"

조그마한 BMW Z3 를 보고 고수는 눈독을 들였다.

"그건 안 돼. 이따 찾으러 온다고 그랬어."

"그래? 그럼 이건?"

또 다른 BMW 였는데 TV에도 가끔 나오는 스포츠 유틸리티 차인 X5 였다.

"그거라면... 괜찮지. 그 주인이 잠깐 외국나갔다 온다고 했거든."

"우와, 고마와. 내 이 은혜 잊지 않을께."

"돌아와서 술이나 사!"

"에이, 나 술 못먹는 거 알잖아."

"그럼 고기나 두어근 사와! 알았어?"

"음, 물론이지."

"그리고 너무 돌아다니지 말어! 주행 많이 올라가면 들키니깐!"

"아, 알았어."

고수는 신이나서 BMW X5 를 몰고 압구정동으로 향했다.

 

고수의 고향은 대구 근처 영천이라는 곳이었다.

그의 집은 영천 시내에서도 한참 떨어져 있어서 시내에 나오려면 버스를 한시간씩 기다려야 타고 나올 수 있는 그런 시골 촌구석이었다.

고수의 부모님은 농사를 지어 근근히 생계를 유지했다.

고수가 중학교에 진학하게 될 무렵, 고수의 아버지한테 이런 촌구석에서는 자식을 제대로 키울수가 없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그래서 짐을 싸들고 영천 시내로 이사를 했다.

시내 중학교에 고수를 입학시키고 아버지는 막노동으로 생계를 꾸렸다.

주로 집을 짓는 공사판에서 일을 하다가, 집을 지어 파는 것이 돈이 꽤 남는다는 것을 깨닫고 그때까지 가지고 있던 조그마한 밭뙤기를 처분하여 그 돈으로 집장사를 시작했다.

그때부터 고수네는 생활이 조금씩 피기 시작했다.

고등학교 들어갈 때 쯤 되어서는 대구로 이사를 하였다.

아버지는 일을 좀 더 크게 벌이고 싶어서 더 큰 도시로 나갔고, 장남인 고수는 서울로 유학을 보냈다.

 

서울에 오니 세상이 많이 달랐다.

새로 사귄 친구들은 자신이 여지껏 전혀 알지 못했던 새로운 잣대로 모든 것을 평가하고 있었다.

그들은 처음 본 고수에게 그가 신은 신발이나 옷의 브랜드를 묻는 일로 첫 인사를 하였다.

그리고 어떤 집에 사는지를, 그리고 무슨 차를 타고 다니는지를 물었다.

물론 그에게는 할 대답이 없었다.

그에게는 잘 생겼다는 타고난 잇점이 있었다.

누나와 남동생이 있는 고수는 집안에서 유일하게 돌연변이처럼 무척 잘 생긴 용모를 타고났다.

그의 모습을 보고 사람들은 그가 아주 잘 사는 집의 귀공자라고 단정해버렸다.

그것이 삭막한 서울 생활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하지만 고수는 사람들이 남을 그런 식으로 평가하는 것이 참으로 싫었다.

특히나 여자애들이 그런 식으로 나오면 질색을 하였다.

대학에 들어가 만난 친구들은 거의가 상류층 자제들이었다.

장관이나 국회의원, 대기업 간부, 아무리 못해도 최하 그들의 부모는 전부 대학 출신이었다.

하지만 고수의 부모는 초등학교도 나오지 못한 시골 농삿꾼, 막노동꾼이었다.

그는 그런 부모를 가진 것이 부끄러웠다.

초등학교때부터 학교 생활기록부의 부모학력난에 '무학'이라고 적는 것이 가슴에 낙인을 찍는 것처럼 싫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여자들은 자꾸만 그에게 그런 것을 물었다.

아버지가 무슨 일을 하냐고.

이제는 집장사를 오래해 돈도 많이 벌어 아들을 이런 비싼 사립대학에, 그것도 돈이 많이 드는 미술대학에 보낼 수 있게 되었지만, 그래도 천생 막노동꾼이었던 것이다.

여자들이 그런 걸 물을 때마다 고수는 대충 얼버무리곤 했지만, 그때마다 그의 가슴에는 상처가 하나씩 남았다.

상처가 쌓이고 쌓이면서 고수는 자기는 어쩌면 결혼을 못하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되었다.

가끔 그는 결혼상대자가 생겨 양가 부모들과 함께 맞선을 보는 상상을 한다.

부모님들끼리 서로 직업은 뭐냐, 학력은 어디까지냐...이렇게 묻는 상상을 말이다.

검게 그을고 쭈글쭈글 주름이 패인 아버지의 입가에서 무슨 말이 나올까 생각하면 진절머리가 났다.

그가 그런 이유로 인해 여자들과의 만남을 가볍게 생각하고 한 두번 만나고 헤어지는 일이 많자 주변에서는 그를 바람둥이라 생각했다.

그의 특출난 외모가 그런 오해에 한 몫을 하였다.

 

고수는 약속장소인 압구정동의 유명한 J 커피숍으로 들어섰다.

친구들이 안쪽의 널찍한 소파에 앉아 있었다.

미국에서 왔다는 친구가 고수를 보고 무척 반가와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