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맹견사육허가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848

다시 만날 사랑 10


BY 제인 2003-11-03

영준은 장미래의 라이브 클럽과 그녀의 계획이 마음에 쏙 들었다.

그리고 아까 보았던 하얀 옷을 입고 나와 노래를 부르던 그 여자가 인상에 깊이 남았다.

매력적인 저음으로 억지로 꾸미지 않고 자연스럽게, 그리고 차분하고 훌륭하게 노래를 소화해내었다.

그녀의 용모 또한 마음에 들었다.

하얀 갸름한 얼굴에 붉은 입술, 노래를 부를 때 미간을 약간 찌푸리던 요염한 표정... 모두 기억에 선명하게 남았다.

그러나 정작 그의 시선을 끌었던 것은 그녀의 복장이었다.

아직도 기억에 생생히 남아있던 그녀의 것과 똑같은 옷차림...

영준은 머리를 흔들며 솟아오르려는 기억을 억누르려 애쓴다.

다시 아까 본 그 여가수의 생각을 했다.

영준은 그녀를 새해의 첫 기획으로 삼고 싶었다.

가창력, 외모, 모두 승산있어 보였다.

새해연휴를 지낸 후 영준은 미래에게 연락을 하여 그녀를 자기에게 보내달라고 부탁하였다.

미래는 반가운 목소리로 그러겠다고 하였다.

 

"안녕하세요?"

"오셨군요. 성함이 유선아씨라고 들었는데, 맞나요?"

"네, 유선아라고 합니다."

"저는 박영준입니다. 저번에 클럽에서 노래하시는 거 보았습니다. 아주 좋더군요."

"고맙습니다."

"언제부터 노래를 하셨나요? 아마추어라 할 수 없을 정도로 잘 하던데요?"

"과찬이세요. 그냥...교회 합창단이랑 써클에서 솔로를 많이 해왔어요. 그래서 무대에 서는 것도 익숙한 편이구요."

"그랬군요. 음....레코딩은 해본 적 있나요?"

"아뇨, 아직..."

"해보고 싶은가요?"

"그럼요. 꼭 하고 싶어서 여기 온 건데요."

"그래요? 그렇담, 이제부터 기획이 잡히면 매일 스튜디오에 나와서 연습도 하고 그래야해요. 스케줄 잡고 바로 시작하죠."

"어머? 정말이예요? 실감이 안나요. 정말 제 음반 나오는 거예요?"

"네, 그렇습니다. 하지만 게으름 피우면 도중하차하는 수도 있습니다."

"저...제가 마련해야할 비용은 얼마나 되나요?"

"차비랑 밥값정도는 꼭 챙겨다니셔야겠죠."

"호호호...재미있으시네요?"

"자, 그럼 됐죠? 이제 저희랑 계약서 쓰셔야 하거든요. 조금 있다가 변호사 사무실에 저희 직원과 함께 가도록 합시다."

"그게 다예요? 어머, 정말 이상하다."

"뭐가요?"

"다른 음반사 전에 가봤었어요. 첨에 착수금하고 녹음비하고...적어도 몇천은 있어야 한다고 그러던데...집에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부모님이 반대하셔서 못했거든요. 저는 미래언니가 가보라고 해서 와보긴 했는데, 이렇게 돈도 없이 그냥 음반내는 건지는 몰랐는데요? 혹시 나중에 내는 건가요?"

"선아씨. 미래씨가 왜 저한테 선아씨를 보냈는지 이야기 안하던가요?"

"키워주실 거라고 그랬어요."

"그럼 믿고 따라줄래요? 키워드릴테니. 그리고 이거 꼭 아셔야해요. 계약하면 저희가 선아씨에게 선금을 드리는 거예요. 선아씨가 저희한테 돈을 주는 것이 아니라."

선아는 젊고 잘 생긴 음반사 사장이 이렇게 나오는 것을 보고 멋있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좀 의아했다.

다른 어떤 회사는 음반 하나 내겠다고 찾아갔을 때 많은 돈을 요구했었는데, 혹시 이 사람은 그 대신 엉뚱한 것을 요구하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되었다.

그러지 않아도 연예계 스캔들로 매스컴이 시끄러운 일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래도 장미래와는 언니 동생하는 사이인데, 설마 그런 사람에게 자기를 소개했을까 싶어 믿어보기로 했다.

선아는 회사 직원들의 안내대로 변호사와 만나 계약서를 쓰고 대강의 연습과 레코딩 스케줄을 받았다.

영준은 선아가 아직 대학생이라는 것을 알고는 수업시간을 비껴 시간을 짜도록 배려까지 해주었다.

 

한편, 영준은 작곡가, 작사자들에게 연락하여 회의를 열었다.

선아의 목소리와 외모등과 어울릴 만한 컨셉을 잡아 곡과 가사들을 만들기로 했다.

곡이 어느 정도 만들어지고, 반주도 마련이 되는 등, 레코딩을 위한 본격적 준비가 이루어졌다.

두 사람은 정해진 시간에 따라 스튜디오에서 연습을 하였다.

영준은 선아의 발성연습에서부터 시작하여 정확한 음을 잡아내는 훈련을 시켰다.

선아는 음반 작업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렇게 연습을 많이 하다 목이 상하는 건 아닌가 싶어 걱정이 되기도 하였다.

하지만 영준은 조금도 늦춤없이 강훈련을 시켰다.

하루에 수백번씩 같은 노래를 부르게 했다.

두 사람은 매일 만나 함께 연습하면서 점점 친해지게 되었다.

붙임성 있는 선아는 영준을 '사장님'이나 '선생님'이라고 부르는 것이 어색하여 어느새 '오빠'라고 부르고 있었고 영준도 그렇게 불리우는 것을 별로 싫어하지 않았다.

처음부터 선아에게 호감이 있어서 가까와지고 싶은 마음이 있었던 것이다.

"오빠, 나 요새 목소리가 많이 달라진 거 같아, 그죠?"

"목이 트인 거야."

"내 목이 언제 막혔었나?"

"원래 잘 부르기는 했어도 프로는 아니었지. 프로 가수는 하루에 수백번씩 연습을 해야 되는 거야. 그래서 목소리가 완전히 자유자재로 움직여줘야해. 너, 옥외 라이브해봤니? 그런데서 노래하면 목소리도 잘 안나오고 음감도 떨어지지? 프로는 그런 일이 없어. 언제 어디서 노래를 해도 똑같은 소리가 나는거야. 어떤 조건에서도 목소리는 저혼자 자동으로 흘러가지. 그렇게 되려면 연습밖엔 없어."

"오빠도 그랬어?"

"그럼."

"아휴, 이렇게 힘이 들어서 우리 부모님이 반대하셨나?"

"후후, 가수가 맘에 안드셨던 모양이지."

"맞아요. 우리 아빤 가수나 연예인 같은 거 아주 못마땅해 하세요."

"그럼....너 이러는 거 집에서 아셔?"

"엄마는 아는데, 아빠한테는 아직 말 못했어요. 하지만 음반나오고 나면 아빠도 용서하고 인정해주실거라고 믿어."

영준은 선아의 말하는 모습이 참 예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갑자기 입을 맞추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자기도 모르게 몸을 숙여 그녀의 얼굴에 가까이 다가갔다.

하지만 곧 깜짝놀라 몸을 추스린다.

영준은 자신에게 이런 감정이 일어나는 것이 놀라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