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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와 소녀 3-3


BY 푸른배경 2003-11-17


        어느덧 어둠이 주섬주섬 내려앉기 시작을 했다. 식사를 하는 동안 정환은 어떻게 해야만

       소영과 잠자리를 성사시킬 수 있을까 고민을 하느라 오늘 스테이크가 어때었는 지는 몰랐

      다.


        "맛있었어?"


        "응. 너가 추천한 곳이라서 그런지 정말 맛있더라."


        대답을 하고는 카페안을 두리번 살피더니


        "분위기도 좋고, 그리고 음악도 좋고. 마지막으로 정환이 너가 내 앞에 있어서 무지무지

       좋고."


        소영은 귀엽게 웃기시작했다. 웃는 얼굴에 보조개가 들어가는 것이 참으로 사랑스러운

       모습이라고 정환을 생각했지만 한 편으로는 그 침대에서의 요리를 지울 수가 없었다.


        "하하하. 거봐 내 말들으면 손해볼 거 없다고 했잖아."


      "그래. 다음부터는 더욱 말을 듣도록 해볼게. 하지만 강의를 빼먹고 이런 것은 조금 마음

      이 편하지만은 않다."
      "알았어. 오늘 여기왔으니깐 내일은 도서관에서 더 많이 공부하면 되잖아? 그러면 됐지?"


      "그래. 그리고 정환아?"


      "왜?"


      "우리과 친구들이 너 언제 소개시켜줄 건지 참으로 궁금해하던데. 아직도 마음이 서지 않

      아?"
      "너도 알잖아! 내가 좀 얼굴을 가리는 거."


      정환은 얼굴색하나 변하지 않고 거짓말을 했다. 아니 한번 시작한 거짓말이니 끝까지 가려

      고 마음먹었다.


      정환이 고등학교시절 같은 학원을 다니는 소영에게 다가가기 위한 방법중에 자신은 내성

      적이고 사람들과 친해지기 어렵다며 대화의 상대가 되줄 수 있는 지 물었다.


      소영은 망설이며 "왜 자신에게는 이렇게 말을 거냐고?" 반문을 하자 정환은 이상하게도

      소영에게는 마음이 편하게 느껴져 친해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을 했다. 그렇게 시작한

      만남은 6개월 정도 지나서 교재로까지 발전을 할 수 있었다.


      소영도 학교와 학원을 오가며 공부를 했기에 정작 친구 한명 정도는 필요하다고 있던터에

       잘된 것이었다. 학교친구들은 대학을 가기위해 공부에 빠져있어서 그리 사소한 대화들을

       나눌 수가 없어기 때문이었고, 학원의 여자아이들은 학교아이들보다 더 심한 상태였기에

       가까워진다는 것은 생각도 해보지 못했다.


      다만 그것은 소영의 생각이었을뿐. 학교친구도 학원의 여자아이들도 잡담을 늘어놓느라

       공부는 뒷전이었다. 하지만 이미 결론을 내린 소영은 사람들에게 폐를 끼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쉽게 말을 걸지 못했다. 자신의 생각이 틀릴것이라는 생각은 하지도 못하고, 오랜

      시간동안 병원생활을 하며 혼자 있는 것에 익숙해졌다는 것이 맞는 말일지도 몰랐다.


      "조금만 시간을 더 줘라! 나도 요즘 우리과 아이들과 얼굴을 익히며 친해지느라 노력중이

      거든. 아마 여름방학 시작하기 전에 볼 수 있을 거야! 그때 보면 너무 늦는 거 아니지?"


      "그럼 그렇게 해. 정환이 너 얼굴 보여주는 것이 그리 급한 것은 아니니깐! 다만 친구들이

      너 얼굴이 무지 보고 싶은가봐."


      "그래. 별로 잘생기지도 못한 얼굴인데."


      "아냐. 너 뜯어보면 무지 매력있어!"


      "그거 욕이야? 칭찬이야? 참 구분이 어렵네."


      "너가 좋다는 말이지. 뭐 고민을 하려고 하냐? 다 너가 좋다는 말이야."


      "하하하. 그런가! 그러면 좋은거고."


      둘의 대화가 무르익고 아까의 그 종업원이 후식주문을 받으러 왔다. 정환은 대뜸 콜라를 시

      켰지만, 소영은 무엇을 마실까 고민을 하느라 종업원은 그 들의 태이블 앞에서 3분정도 머

      물다 끝내 레몬티 주문을 받고 돌아갔다.


      둘의 대화라고 해봐야 그저 시시콜콜한 이야기의 연장이었지만, 정환은 아까의 고민을 잊

      고 활기찬 모습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갔다. 소영은 턱에 팔을 괴고는 경청을 하며 순간

      순간 까르르까르르 웃으며 맞장구를 쳐주었다.


      "이제 그만 나가자."


      정환은 계산대에서 값을 치룬 후 자동차에 올라타 미끄러지듯 호젓한 강화도의 국도를

      달렸다. 시원한 바람이 조금 열린 차창사이로 들어왔고 그 바람에는 바다의 내음이 스며

      있었다.


      "조금 비릿한 냄새나지 않아?"


      "뭐가? 난 좋은 데! 바다의 내음을 매일 맡을 수도 없는 데.뭐!"


      "그런가?"


      정환은 전방과 소영의 얼굴을 번갈아 바라보며 대화를 이어갔다.


      "상규야! 여기 있었네!"


      "응."


      "지금 무슨 책 보는 거야?"


      "책은 무슨! 그림 관상중이다."


      "뭔데?"


      상규가 읽고 있던 책을 정환이 뺏어들며 정색을 했다.


      "이거 너무하는 거 아니야? 나이가 몇 개인데? 아직도 만화냐? 최소한 소설책정도는 읽고

      있던가. 아님 전공서적이라도 끄적이지."


      "미친. 임마. 만화가 얼마나 순수한 것인데. 내가 읽어버린 순수함을 채워주는 산소와

      같은 거야! 넌 만화 싫어하냐? 얼마나 재미있다고, 현실에서는 아직 꿈이지만 이 책에서는

       그 꿈들이 모두 현실이 되어있거든. 그리고 내용도 소설 못지 않게 재미있고."


      "그렇기는 하더라도, 너가 읽기에는 너무 어린거 아냐?"


      "남의 사생활에 너무 신경쓰지 말아라. 응?"


      "그래 알았다. 너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충고도 안하지."


      상규의 옆자리에 채원이 앉으며 댓구를 했다.


      "참. 너 정환이 봤어?"


      상규가 아직도 만화책을 읽으며 지나가는 소리로 채원에게 정환의 질문을 던졌다.


      "응. 너한테는 말 안했어?"


      "무슨 말?"


      "정환이 오늘 차가지고 왔던데!"


      "무슨 차? 좋은거야?"


      "응. 내가 보기에는 최상급이던데! 소형차도 아니고 중형이야."


      "그 놈이 무슨 차! 거짓말 하지마라."


      "정말이라니깐."


      "그래서 어디에 갔는 데?"


      여전히 상규는 만화책을 읽었고, 채원은 가방에서 생수통을 꺼내어 목을 적시며 물음에 답

      했다.


      "여자친구하고 어디 놀러간다고 하더라. 시승식 시켜준다며."


      "이런 나쁜 놈. 차가 나오면 이 엉아를 먼저 드라이브 시켜줬어야지."


      "너가 정환에게 일 순위의 인물은 아니잖아?"


      "그래. 일 순위? 그래 일 순위는 아니지만 적어도 친구잖아. 나한테는 말도 안하고 나쁜

      자식. 크크크크. 그래도 언젠가 나도 빌려서 쓸 수 있겠다. 지금 내 면허증이 장롱 면허증

      이잖아."


      "너도 면허증이이었냐?"


      "그럼 임마. 고등학교 3학년때 딴건데."


      "부럽다. 부러워."


      채원이 상규의 눈을 보며 말을 했고, 잠시 채원과 눈을 마주친 상규는 다시 만화책으로 눈을

      돌렸다.
      "부럽기는, 난 정환이가 부럽다. 사람은 역시 돈있는 부모님 밑에 있어야 한다니깐!"


      그리고는 하늘을 보며 말을 이어나갔다.


      "아……. 우리집도 정환이네 집처럼 돈이 좀 많았으면 좋았을 텐데."


      강화도를 여기저기 돌아다니던 정환과 소영. 손목의 시계을 들춰보던 소영이 말을했다.


      "어라 벌써 이렇게 되었어? 벌써 9시라니. 정말 시간이 빠르게도 흐른다. 우리가 벌써 몇

      시간 동안 있었던거야!"


      시간을 철저하리 만큼 따지는 정환은 오늘만큼은 얼마나 많은 시간이 흘렀는 지 감을

       잡을 수가 없었고, 소영은 정환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동안 이 아이가 정말 내성적인 사람

      이 맞는 것이까? 의문이 생기기도 하였지만 믿는 편이 좋다고 생각했다.


      정환의 차는 오던 거리를 시계의 태엽이 다시 감기듯 똑같은 길로 서울을 향했다. 소영이

       차창 밖을 보았지만 아까전에 본 천연색색의 자연은 그냥 암전의 색으로 변해있었다.

       강화도를 빠져나와 김포가도를 달리던 차가 갑자기 한 곳으로 세워졌다.


      "왜?"


      머뭇거리던 정환은 뒷머리를 긁적이며


      "응. 아까 물버리는 것을 깜박했네! 잠시만 기둘려."


      "피식."


      정환은 급하게 차문을 열고 나가더니 숲 속으로 사라졌다. 소영은 눈을 돌려 하늘의 별을

       세어보는 것으로 짧은 기다림을 채우기로 마음먹었고, 얼마지나지않아서 정환이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