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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 쉽게 피지않는 꽃 2-3


BY 푸른배경 2003-10-20

  "그건 사람을 돈으로 사는 것이지. 어떻게 사랑이야? 사랑하는 사람끼리 왜? 돈을 주고받으며 그짓거리를 하냐고."
  "애 사람 입아프게 하네. 그럼 사랑하는 사람끼리 선물은 왜 주고받냐? 그거랑 같은 거라니깐. 단지 선물 살 돈으로 주는 거야."
  "말도 안돼. 상규 너도 같은 생각이지?"
  "그럼. 헤헤. 나 오늘 사랑하고 싶다. 크크크."
  "이런 무식한 것들. 난 화장실이나 갔다 올련다."
  해가 질무렵 시작한 술자리는 벌써 11시를 넘어가고 있었다. 사람의 수다라는 것이 시간가는 것을 잊게 하는 마약같은 것처럼.
  "야 섹스 얘기는 그만하고, 너 레포트 다 돼가냐?"
  채원이 화제를 바꿔버려 했지만, 정환과 상규는 그럴 생각이 없다는 듯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고,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정환이 입을 열었다.
  "채원아. 나의 절친한 친구 채원아."
  "왜?"
  "머리아프게 레포트 이야기는 꺼내지 말고, 우리 여기서 나가면 M·T갈까?"
  "이 밤중에 무슨 M·T야? M·T는...."
  이번에는 상규가 응흄한 미소를 채원에게 디밀며 입을 열었다.
  "그래 우리 가자. 응. M·T 가자. 응?"
  "무슨 말도 안돼는 소리들 하고 있네. 너희 취했냐? 무슨 M·T?
  "무슨 M·T 긴. 미아리 트레이닝 가자고. 나 오늘 사랑하고 싶다."
  정환의 말에 채원이 팔을 붙잡고는
  "크크크. 나도."
  "이런 말도 안되는 소리들 하네. 술이나 마셔 짜식들아."
  다시 사발에 골고루 술을 따르고는 건배를 제의하자 정환과 상유는 건배를 받으며 고우 고우 엠티를 외쳤고, 채원은 지랄 지랄하며 받아쳤다.
  "뭐 지랄? 상규야 우리가 지랄한단다. 크크크. 임마 비싸게 굴지마. 무슨 동정을 신혼여행 첫날까지 은행에 저금해 놓을 일 있냐? 산다는 건 즐기며 그저 행복하게 사는 거야! 동물의 왕국을 보더라도 수컷은 여러 암컷을 거느리잖아?"
  "그건 동물이고, 우린 인간 아니냐?"
  "인간도 고로 동물이지. 암 동물이고 말고."
  "상규 이놈도 정환이와 다니더니 사람 버렸구만! 버렸어!"
  "내가 버리기는 뭘 버려. 행복이 무엇인지. 삶이 무엇인지. 그리고 니가 고민하는 것 사랑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우리는 그것을 분석하며 실습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그런데 말야 우리가 얻은 결론의 사랑은 바로 섹스란 말야. 말도 못들아봤냐? 역사는 밤에 이루어진다고. 크크크."
  "자식 무슨 역사가 밤에 이루어진다고. 그래 일부분은 그렇겠지만 만리장성이 하룻밤에 쌓여졌을 것 같냐?"
  "이런 말은 못 들어봤어? 우리 오늘밤에 만리장성이나 쌓아볼까! 크크크."
  "야 너가 말하는 만리장성은 똥개가 그 짓을 할 때 축대쌓다가 무너지는 것이겠지. 고만하자 고만해. 나도 머리가 지끈 거린다. 가뜩이나 술기운 오르는 데."
  밖으로 나온 일행은 으슥한 골목으로 향했다. 상규와 정환은 전봇대에 머리를 숙인채 좀전에 먹은 것들을 토했고, 채원은 코를 막고서 둘의 등을 번갈아 두들겼다.
  "크윽 시원하다. 상규야 우리 사랑하러 갈까나?"
  "좋지. 좋아."
  "채원아 너도 같이 가자. 구경시켜줄게. 얼마나 이쁜 아가씨가 많은 데!"
  "됐다. 난 들어갈련다."
  "그래라. 지 싫다는 데 우리가 돈들이면서 데려갈 이유는 없지. 그렇지만 한번만 부탁할게. 같이 가주라? 응?"
  정환의 음흉한 미소와 부탁에도 불구하고 채원은 싫다고 했고, 팔을 붙잡고 늘어지던 상규도 풀이 죽은 듯 하더니 둘은 어깨동무를 하고는 택시를 타고 사라졌다.
  집으로 돌아온 채원은 잠이 들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