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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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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 그 끈을 놓다 1-5


BY 푸른배경 2003-10-10

  "채원씨 우는 거야. 얼굴에 그거 눈물 맞어? 왜그래 무슨 일이야?"
  "소영아. 이제 니 곁에 더 이상 있어주지 못할 것 같아."
  "왜, 갑자기.... 도대체 무슨 말이야."
  순간 소영이의 장난기도 사라졌고, 병실안에는 무거운 그림자만이 가득했다.
  "이번에 호주로 연수를 떠나야 할 것 같아. 회사에서 보내주는 것이라 더 없는 기회일 것 같아서."
  "언제 돌아오는 데."
  "몰라. 지금은 3년간이라고 하는 데, 어쩜 10년이 될지도 모르고 당장은 돌아오는 것을 기약할 수 없을 것 같아."
  "갑자기 정해진 거야? 그런일을 이렇게 말하면 어떡해."
  "이번 기회는 평생에 한번 주어질까 말까한 것이란 말야."
  순간 소영의 얼굴에는 눈물이 가득하였고, 좀전과 달리 채원의 얼굴에는 담담함 많이 가득했다.
  "내 곁에 있어 준다며? 내 곁에 영원히 있어준다며? 왜 떠나려고 하는 거야? 한달전에 보낸 편지 잊어버린거야? 죽는 그날까지 지켜주겠다고, 마지막 눈을 감는 순간에 내 손을 꼬옥 잡고 있어주겠다고 약속했잖아."
  "그래 그렇게 썼었지. 그때에는 회사에서 이런 기회가 오리라고 생각을 못했던 거라구. 너 때문에 이 기회를 놓치란 말야?"
  "그런 것은 아니지만 난 눈을 감으며 당신의 모습을 간직한채 떠나고 싶단 말야. 흑흑흑."
  "넌.... 약속을 모두 믿니? 그런 바보가 어딨어. 정치인이 공약지키는 거 봤어. 그런 유명한 사람도 약속을 지키지 않는 데, 나 같은 보잘 것 없는 사람이 약속을 어기는 게 무슨 큰일이라고 이러는 거야. 그리고 내가 억지를 부리는 것도 아니잖아?"
  버럭 소리를 지르자 병실문이 스르륵 열리며 간호사가 들어오려고 했지만, 음료수를 들고 들어오려던 소영의 어머니가 말렸다. 그리고는 조용히 병실문을 닫았다.
  "억지? 내가 억지를 부리는 거야? 말도 안되는 것을 우기는 것은 채원씨라고. 알아. 그거 아냐구."
  "너 마지막까지 사람 이상하게 만들래? 내가 너한테 얼마나 잘해주었는 데."
  "잘해주면 그러면 사람을 그렇게 쉽게 떠나겠다고 해도 되는 거냐구."
  "그건 아냐. 그래 아냐. 하지만 나에게도 사정이 생긴 것이잖아. 이 말을 꺼내기 위해 내가 얼마나 고민을 하고 괴로워한지 너가 알기나 해?"
  "그래 몰라. 하지만 안되. 가지마 가지말라구. 내 곁에 있어줘."
  "그럴 순 없어."
  "제발 채원씨. 응 제발....."
  서로 다투는 동안 핏줄 속으로 들어가야할 링거액은 역류하여 링거줄에는 소영의 피가 발갛게 물들어 있었다.
  "미안하다. 너가 이해를 해줘라."
  "안돼. 정말로 안돼. 난 채원씨와 이렇게 헤어지고 싶지 않아."
  "왜 안돼는 데. 그럼 넌 정환이는 어떡해 보냈어. 그 자식은 어떡해 보낼 수 있었냐구. 나 이 말까지는 정말 하지 않으려고 했어. 하지만 이젠 어쩔 수가 없구나."
  "그 사람 이야기는 왜하는 데. 내가 채원씨에게 사귀자고 매달렸었어. 아니잖아. 채원씨가 시작하자고 그렇게 애원해서 우리가 사귄거잖아. 자기가 시작했다고 끝드 마음대로 할 수 있어? 그렇게 생각하는 거야.. 거냐구? 흑흑흑"
  "그래. 정환이에게 버림받은 너가 무지 가여워 보이더라. 몸도 아픈데 마음까지 아파할 모습을 생각하니 동정심에 그런 거야."
  "뭐? 동정심?"
  "그래. 큰 힘은 아니더라도 너가 기댈수 있는 어깨를 빌려주고 싶어서 그랬던거라구."
  "그럼 그 어깨 계속 곁에 두고 있으면 되잖아."
  "너 지금까지 무슨 말을 들은거야? 나 호주로 연수가야 한다고 하잖아. 광고시장이 얼마나 빠르게 변하는 데.... 입사한지 2년밖에 안된 나에게 이런 기회가 닷 올 것 같아? 올거 같냐구?"
 "호주에 가야지만 그것을 배울 수 있데? 그런 것은 아니잖아. 흑흑흑."
 "왜 말을 바꿔? 정환이가 지금까지 네 곁에 있다면 나를 이렇게 잡으려고 하겠어. 아니 아예 신경도 쓰지 않았겠지. 나 같은 인간이 있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을 거 아니냐구?"
  "지난 일을 왜 꺼내? 내가 지금 정환씨 얘기하고 있는 거야? 아니잖아. 난 지금 내 곁을 떠나야만 하겠다는 채원씨를 말하고 있는 거라구. 흑흑흑"
  흐느껴 울며, 그렇게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소영이는 채원을 보내야 하는 것인가 이렇게 잡아야만 하는 것인가 고민에 빠졌지만  그래도 곁에 두고 싶다는 생각은 저버릴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