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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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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민의 방황


BY 소녀 2003-11-07

나의 경솔한 행동으로 인해 영미와의 관계가 서먹해졌다.  나와 눈이 마주치는것조차

피하는 영미가 안쓰럽고 부부간에 문제가 있다는 얘기를 형에게 들었기에 더욱더

그녀를 형수로만 대하기가 힘이 든다.

"야! 천천히 좀 마셔라"

고개를 끄덕이며 현민은 계속해서 술잔을 비웠다.

요즘에는 맨정신으로 집에 들어갈수가 없었다. 

"너, 무슨일있지?"
현민은 동석의 얼굴을 쳐다보며 고개를 저었다.

"너, 아직도 영미씨 찾고 다니는거야. 이제 포기해라"

"그래, 포기해야지. 이미 다른 남자의 아내가 된 몸인데"

"어~ 그럼 소식알어?"

"그래,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더라"

"그럼, 만난거야. 세상에~" 동석은 자신의 술잔을 비우며 현민을 쳐다본다.

참 오랫동안 첫사랑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현민의 집착스럽기조차한 행동에

웬지 현민이 무섭다는 생각이 든다.

"이미 결혼했다면 너도 정리해야지. 주위에서 맨 돌면 어떻게하니.  영미씨가 너때문에

 불행할수도 있잖아"

"이미 불행하다면 어떻게하지.  그럼 내가 그 불행속에서 데리고 나와야하잖아."

"뭐, 영미씨한테 무슨 문제 있는거야. 그런거야"

"응, 문제가 있더라.  아주아주 행복하게 사는줄 알았는데..."

"그렇다고 니가 어떻게 해 줄수 있는게 아니잖아"

"아니, 내가 데리고 나오면 되잖아.  그래서 아는 사람없는 그런데로 데려가서 살면..."

동석은 현민이 마시려는 술잔을 뺏으며  "너 미쳤어! 이자식이~"

"그래, 미쳤다.  내가 어떻게 제 정신으로 살수 있겠니?"
현민은 흐느끼기 시작했다.  갈수록 자신을 피하기만 하는 영미.  갈수록 두부부사이가

별로 안좋아 보이는 형과 형수.  현민은 정말 자신이 어떻게 해야할지 몰랐다.

며칠전에 어머니가 영미에게 아이 소식이 없냐고 무슨 문제가 있냐고 물어볼때 아무말

없이 앉아있는 그녀가 너무나 안스러웠다.

현민은 휴대폰을 꺼내서 1번을 누르고 통화를 눌렀다.

"여보세요~"  수화기에서 둘려오는 영미의 목소리.

"형수님, 제가 오늘 너무 취해서 집에 못 들어갈것 같아요.  기다리지말고 주무세요"

"도련님, 아무리 늦어도 집에 들어오세요"

"아닙니다.  친구집에서 잘테니깐 신경쓰지마세요."

"도 ~ 련 ~ 님"  현민은 아무대답없이 전화를 끊었다.

"왜, 집에 안 들어가려고"

"그래, 나 하룻밤만 재워줄수 있냐?"
"그러지말고 내가 데려다줄께.  천사같은 형수님이 걱정하신다.  그리고 귀하신 형수님

 얼굴 좀 보여주라.  자랑만하면서 집에도 초대안하고..."
동석은 현민을 일으켜세우고 택시를 잡았다.  이미 정신을 잃은 현민을 바라보며

불쌍한 생각이 들었다. 

현민을 업고 초인종을 눌렀다.

"현민이 친군데요.  현민이가 술을 너무 마셔서 데리고 왔습니다."

현관문이 열리면서 안에서 형수가 나왔다.

동석은 현관으로 들어가면서 형수의 얼굴을 본 순간 그자리에서 얼어붙었다.

영미가 서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영미는 그를 알아보지 못했다.

"도련님이 술을 많이 마셧나봐요.  이쪽으로 오세요."
영미는 현민의 방을 안내했다.  동석은 현민을 침대에 눕히고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힘드셨죠.  차라도 한잔 하실래요."

"아닙니다.  너무 늦어서...  다음에 오면 그때 두잔 마시겠습니다."

동석은 서둘러 인사를 하고 밖으로 나왔다.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 느낌이다.  유별스럽게 힘들어하는 현민을 질책했는데 영미를

본 순간 현민이 왜 그렇게 힘들어했는지 알것 같았다.

현민의 친구가 돌아간뒤 영미는 침대에 누워있는 현민의 양복을 벗겼다.

정신을 잃은 현민을 바라보며 영미는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젖은 물수건으로 현민의 얼굴과 손을 닦으면서 영미는 순간 행복했다.

현민을 똑바로 눕히고 이불을 덮어주고 나오려다 영미는 현민의 볼에 가볍게 키스했다.

영미의 입술에 느껴지는 감미로운 살결에 현민의 방에서 나오기가 싫었다.

영미는 현민의 방에서 나와 거실불을 끄고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이미 코를 골며 잠을 자는 남편을 바라보며 그녀는 순간 남편이 너무나 미웠다.

그녀는 다시 밖으로 나와 쇼파에 누워 내일은 꼭 병원에 가기로 결심했다.